1. 어제 N군 초등학교 엄마들을 만나서 얻은 정보 중 하나가
입학 할 중학교 행정실에 연락하면 졸업생들이 남기고 간 교복을 얻어 입힐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어제 집에 오면서 학교에 연락해보니 정말 남겨진 교복이 있단다.
2시 이후에 오라고 해서 넘 잘됐다. 그러면서 갔다.
첫째는 그 학교를 다 마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보내기 싫은 학교의 교복을 사주기도 싫었는데 얻어 입힐 수 있다고 하니 얼마나 좋은가.딸아이는 미국에 가기 전에 입학은 하고 가야 한다고 해서 다니지도 않을 학교 교복을 사줬는데
그때도 그런 정보를 알았다면 사주지 않았을 텐데….
N군에게는 미안하지만 얻어 입힌다.
교복을 고르는데 옆에서 정리하시던 선생님께서
그 교복을 입던 아이는 어떤 아이고, 라시며 내가 집어드는 교복의 주인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이왕이면 성실하고 성적도 좋았던 아이의 교복을 물려받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N군처럼 마른 아이의 교복을 찾기 너무 어려웠다.
그런데 깔끔하고 치수도 대충 맞을 것처럼 보이는 교복을 집어 들었더니
2학년 때 전학 온 아이인데 좀 농땡이를 많이 치고 그런 아이라고 선생님께서 어렵게 말씀하신다.
그래서 나는 호기 있게 그랬다.
"뭐 어떻습니까? 교복 주인이 그런 아이였다고 제 아들도 그런 아이가 되라는 법은 없잖아요?"
그러면서 깔끔한 교복을 한 벌 얻어왔다.
하복도 얻어오고 싶었지만, 하복은 정말 다 거대해서 도저히 집어 올 것이 없었다.
그나마 일찍 달려가 빨리 고를 수 있었던 게 다행이라면 다행.
집에 와서 아들에게 입혀보니 좀 크긴 했지만 얻어 입힌 것처럼 안 보였다.
N군은 워낙 외모에 신경을 안 써서 그런지 얻어다 준 교복을 입으라고 하니까
그냥 "네."라고만 한다.
교복 안 사는 돈으로 아이패드 사주겠다고 꼬시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거 아주 거저 먹는 것 같아 좀 미안하기도 하지만 정말 옷이 뭐가 중요해!!
N군을 위해서 N군이 읽고 싶다고 하는 책이나 사줘야겠다.
H양은 유치원 아이일 때부터 해리포터를 읽었는데 N군은 아직도 읽지 않았다.
그런데 H양의 해리포터가 너덜너덜해서 N군의 해리포터를 사줄 거다.
2. 그동안 우리 방에서 우리와 함께 자던 해든 이가 형이랑 한 방을 사용하게 되었다.
해든 이의 침대를 N군의 방으로 옮기고 나니까 우리 방이 텅 빈 것 같았지만
그것도 잠시. N군의 방에 있던 내 책꽂이를 다시 내 방으로 옮겼다.
침대에 누워 사라진 해든 이의 침대 대신 내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는 책장을 마주하고 있자니
섭섭하면서 흐뭇했다. 아프면서도 누워서 바로 보이는 책꽂이의 책등과 눈을 마주하며 기를 받은 것 같다.
오늘은 몸이 한결 가볍다.
해든 이도 우리와 떨어져 어떻게 잘까 걱정했는데
N군의 노력이 가상했다.
아빠가 책을 읽어주고 방을 나오니 슬퍼하는 해든 이에게 N군이 다시 책을 읽어주고
불을 끈 후에는 이야기까지 해 주는 거다!!!
동생을 다독여 재우는 N군을 보면서 너무 흐믓했다.
덕분에 해든 이는 방이 바뀌는 문제를 아주 쉽게 극복해서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잠자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3. 오늘 N군은 같은 반 친구네 집에서 세명의 친구와 함께 밤을 새우고 놀 거다.
잠이 많아 밤을 새우지는 못 할 것 같지만 잘 놀게 분명하다.
그래서 오늘 우리 집에는 아들과 엄마가 친구들과 밤을 새우고 놀 동안
아빠와 남은 아이들이 집을 지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