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는 밤 늦도록 일이 있어서 늦게 집에 왔다.
아침에 소변이 마렵지 않았다면, 아니다, N군을 학교에 데려다 주겠다는 전화가 오지 않았다면
나는 아프가니스탄에 가서 봉사하는 꿈에서 꺠어나고 싶지 않았을 거다.
아프가니스탄에 가보진 못했지만 내 꿈의 장소는 거기가 아프가니스탄이라고 인식(?)하게끔 했고
나는 그곳에 나를 데려간 남편을 원망하면서 어떤 위험이 닥칠지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길거리를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꿈에서 위험한 곳은 따로 있었고 내가 있는 곳은 조금 안전한 곳이었으며
관광객이 방문하기까지 하는 그런 곳이었다!!
꿈에서 남편은 차를 사러 간다며 나갔고
나는 동네를 구경하다가 한 무리의 브라질 여자들을 만났는데
그녀들은 가이드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 하고 있는데 내가 그녀들을 도와주는,,,
그녀들을 한참(얼마나 오래였을지는 모르겠다) 도와주고 있는데
소변이 마렵다고 느끼고 더 참고 꿈에서 꺠어나고 싶지 않았는데
전화가 와서 깼다.
아프가니스탄이라니!! 내가 최근에 그 나라에 대해 생각을 했었나??
어쨌든 내 무의식의 근간에 그곳에 대한 염려나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그러면서 생활고까지 걱정,,ㅎㅎㅎ
암튼 자원봉사였지만 꿈에서도 뭔가 유용한 역할을 하고 있어서 기뻤다.
2. 아침에 일어나 N군을 보내고 해든이와 즐거운 대화를 하고(이 아이와 하는 대화는 늘 햇볕처럼 따뜻하고 즐겁다.)있는데
남편이 어제 해든이가 그린 거라며 한 장의 그림을 보여주었다.
너무 멋있다며 엄마표 호들갑을 떨면서 어떤 것을 그렸는지 물어봤는데
빨간 것은 로봇이 거꾸로 날아가는 것이고
그 옆의 회색과 하늘색은 건물인데 유리창이 있는 거란다.
그 옆에 있는 건 나무고,,등등 아이가 알려주는 것을 보다가
왼쪽에 커다란 주황색은 뭐냐고 하니까 nothing이란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아이는 그리는구나!!!
아무것도 아닌 것이 그림에서 꽤 중요한 구도로 작용하는구나!!
아이들은 천재라는 말이 있던데 정말 이 아이를 가만히 두면 훌륭한 화가로 자랄까?
뭐 이딴 꿈같은 생각을 하면서 오늘 아침부터 아무것도 아닌 것의 가치에 대해 생각한다.
교회에서 심심해하는 아이에게 종이와 볼펜을 줬더니 자기가 만든 레고 자동차를 보고 그린다.
아이는 교회에 가면 심심해 죽는다. 소리를 내거나 움직여야 하는데 그림 그리는 것은 아이에게 그래서 좋다.
뭔가에 집중할 수 있으니..
아이가 그림을 그린 후 아빠에게도 차를 그려보라고 한다.
아빠는 한껏 멋을 부려 그림을 그린다.
그래도 아이는 기죽지 않는다. 그러면서 아빠의 차에 앞 바퀴가 안 보이는 것을 보며 아빠를 위로한다.
"아빠 다음엔 앞바퀴도 그릴 수 있을 거에요, 그렇죠?"
3. 55년 만의 추위가 왔다는 날 아침, 정말 얼마나 추운 날인지 실감했었다.
아이의 사진을 올리며 찾은 그날 아침의 얼음꽃.
아침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일을 하러 가려고 보니까
내 차 유리창에 만들어진 예쁜 성에꽃.
저것을 아빠가 열심히 치우니까 아이가 그런다, 다음에는 꽃모양 말고 로봇 모양으로 만들어 주세요.
아이는 내가 만든줄 알았던 거다,,짜식.
하긴 이런 일도 있었다.
지난주 목요일 카라 모임을 한 뒤, 차를 안 가져간 나를 위해 멜리사가 어린이집까지 데려다 주고
해든이와 나를 또 우리 집까지 데려다 주었었다.
그녀의 차는 에쿠스인데 그 차를 탄 해든이가 참 좋았나 보다.
차에서 내려 예쁘게 인사를 한 뒤 집에 걸어오면서 아이가 그런다.
"엄마 차도 엄마 친구 차처럼 멋있게 만들어 봐요."
어떻게? 라고 물어보니
마술봉을 휘두르는 흉내를 내면서 "이렇게 이렇게 하면 되잖아요." 그런다.
내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아이의 완전한 믿음이 사랑스러워 아이의 손을 더 꼭 잡고 걸었다.
ㅍ님은 내가 해든이 덕분에 회춘한다고 하지만
회춘까지는 모르겠고 팍팍한 마음이 좀 말랑말랑해지는 것 같기는 하다.
4. 이 글을 적고 있으려니 생각나는 책이 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관계에 대해, 사랑에 대해, 마음과 인생에 대해,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론 잘 안 되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 혜민 스님의 마음 매뉴얼. 마음이 힘들 때, 위로받고 싶을 때, 용기 내고 싶을 때 펼쳐보면 좋은 책이다.
알라딘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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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위처럼 쓰여 있는 책 소개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위로받고 싶고 도움을 받고 싶지만 혼자 일 때가 있다.
타이밍이 안 맞아 그럴 경우도 있고, 내가 그만큼 힘들다는 것을 다른 사람이
모르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나 힘들어요, 외로와요"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고...또 다른 변수도 가능하고...
많은 문제가 주위를 시끄럽게 할 때 이 책을 읽지 않더라도 이 책의 제목이 전해주는 것처럼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우리를 위로해 주고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이와의 대화가 새삼스럽고 아이의 그림에서 깊은 생각을 품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낮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모두들 그저 달린다. 방향 없이 내달리는 사람들로 북적대는 도시에서 작가는 공황장애를 앓듯 헛헛했다. 그 방황의 끝에서 ‘나’를
품어준 것은 정원이었다. 작가는 정원에서 흙과 꽃과 나무를 만지며 급작스러운 부모님의 죽음을 견뎌냈고 그 끝에서 정원사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영국에서의 유학생활을 마무리하고 다시 전환점에 선 작가는 ‘나’를 위한 휴가를 떠난다. 그리고
여행지에서의 하루하루를 고백하듯 담담하게 적어내려간다. 여기에는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사랑스러운 풍광과 무모하게 뛰어든 중년의
유학생활 이야기, 이국적 풍경 속에서 불쑥불쑥 스며든 가족 이야기, 레이크 디스트릭트가 주는 환경보호의 교훈, 그리고 아직도 꿈을
꾸며 사는 아줌마의 성장통이 가득하다.
제목에서처럼 작가는 ‘낯선 정원’인 영국에서 돌아가신 친정 엄마와 모국을 끊임없이 떠올리고, 불러오며 마주한다. 더불어 반항기
가득한 십대 딸과 터놓고 나누는 ‘모녀간의 대화’를 통해 어느새 서로를 절절하게 이해하게 된다. 이 모두는 작가에게 따듯한 위로와
당부가 되어 떠나온 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을 건넨다.
특히 벚꽃이 필 즈음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 독한 사춘기를 겪어낸 딸과의 화해의 시간이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버무려져
가슴 한구석이 아련해진다. 그리고 작가는 수선화 가득한 묘지에서, 깊은 계곡을 품은 산에서, 잔물결 일렁이는 호수 앞에서 끝나지
않는 부모와 자식의 인연에 대해 이야기한다. 생을 마감하더라도 끝나지 않는 그 인연이 숨 가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일상의
기적’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마치 늘 변치 않고 모든 이들을 품는 자연처럼, 부모 역시 언제든 너른 가슴으로 자식을 안아주기
때문일 것이다.
알라딘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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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씨의 나이는 정확히 모르지만 나와 연배가 비슷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커가서 언젠가 남편과 나의 품을 떠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어떤 사람이 되라고 했던 것을 후회하고
그렇게 하기 전에 말없이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나 만들어 주지 못한 나를 탓할까?
그때가 되면 나를 지탱해주던 부모님도 다 떠나실지 모르고
그때가 되면 나는 부모님을 어떻게 기억할까?
지금은 애증이 섞여 다신 안본다고도 했다가 엄마의 사랑에 눈물 흘리고 다 내 탓이라고 가슴도 쳤다가 하는
이 변덕스러운 딸은.
아이들이 떠나고 난 빈자리를 남편과 함께 가꿔가겠지.
남편과 나는 서로 좋아하는 것이 같지는 않지만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려고 하니까 서로의 공존은 오히려 기대가 된다.
아직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삶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이 모든 관계 속에서, 모든 과정에서 내가 진정으로 찾아가야 하는 것은 기쁨이라는 것을 안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기쁨을 갖기 위함이라는 것을.
오늘은 N군 중학교 반배치고사와 예비소집 날이다.
딸아이는 기숙사 방학이라 집에 와서 내가 해주는 밥을 먹는다.
이렇게 알라딘 앞에 앉아 있을 시간이 사실은 없다.
얼른 딸아이 점심 만들어 먹여 학원에 보내고 서둘러 준비해서 N군 초등학교에 가서 데리고 배정받은 중학교로 가야겠다.
인생은 이 모든 순간 나에게 가르침을 준다. 이 모든 사소한 것들을 기쁜 마음으로 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