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 skin'이라는 표현은 물론 피부가 얇다는 뜻도 되겠지만
다른 의미로 '마음의 상처를 잘 받는 사람'을 가리킬 때도 쓰인다.
매년 우리에게 멋진 그림이 있는 벽걸이 달력을 주시는 S-oil의 사장님이 계시다.
내가 그곳에서 매번 주유하기도 하지만 그분은 우리와 같은 교회를 다니고
내 외삼촌과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동창이시라 좀 각별하다고 할 수 있는데
올해는 달력을 지금까지 안 주시는 거다.-.-+
그래서 어제 마침 전화를 하셨기에 달력을 달라고 했더니 오늘 주셨는데
남편에게 (내가 달력을 받으러 갔어야 하는데,,) 그림이 있는 달력을 줄까 말까 고민을 하시다가
그냥 숫자만 있는 달력을 주셨단다.
순둥이 남편은 그림 있는 달력을 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냥 주시는 대로 받아 온 거다.
나는 좀 전에 저녁을 먹으면서 너무 서운해서
앞으로 그 아저씨네서 주유를 안 할까봐 라고 하니까
남편이 고까짓 일에 상처를 받느냐며 너는 'thin skin'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쳇
남편은 그분이 사업상 그 달력을 드려야 하는 분이 있는건지도 모른다고 했다.
나는 "우리도 그분에게 충성을 다하는 고객 아니니??" 라고 했고.
물론 그렇지만 그분의 상황을 우리는 모르는 거니까 서운해할 필요가 없다고...쳇
그래도 난 서운하다. 우리의 관계가 어디 하루아침에 이루어 진 거냐고!!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이루어진 관계아니냐 말이다!!
더구나 지금까지 계속 그림 달력을 주시다가 올해는 왜 안 주시는건데?? 버럭
치사해서 알라딘에 그림 벽걸이 달력 있는지 보고 주문하던지 해야지...(찾아 봤는데 벽걸이 달력은 별로 없네,,ㅠㅠ)
우리가 저녁을 다 먹고 아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고 남편과 나는 식탁에 좀 더 머물면서
위의 대화를 하다가 대화의 주제를 확확 잘 바꾸는 내가 이런 말을 했다.
"아이들이 다 커서 집을 떠나면 우리 둘이 이렇게 맨날 식사하겠네?"
지금까지는 해든이가 있어서 그런 생각을 안 해봤는데
아이가 아프고 나더니 부쩍 큰 것도 같고 2년 후면 해든이도 초등학생이 된다는 생각에 이런 말을 하게 된 듯,,,
아무튼 그렇게 말하니까
남편 왈~, "그러면 우리 둘이 여행을 아주 많이 다니는 거야,,,세계 각국에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그래서 내가, "너는 친구들 잘 못 사귀잖아?"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남편, "그렇긴 하네,,;;;"
나, "그럼 이렇게 하면 되겠다, 내가 친구는 잘 사귀니까 내가 친구를 사귀고 너가 그 친구들을 관리해."
남편,"그래 그러면 되겠다. 너는 thin skin을 가지고 있으니까 관리는 내가 할께,,"
그래,,내 스킨은 thin skin이다.
그러니까 상처 안 받게 잘 좀 하라구우~~~~.ㅠㅠ
그런데 생각해보면 남편 말이 맞다.
나는 부모나 자식들에게마저 상처를 받는다.
피부가 두꺼워지도록 더 많은 상처를 받아야 하는 걸까????ㅠㅠ
나도 사소한 것에 서운해하고 휘둘리는 내가 싫다구,,,,
오히려 큰 상처에는 둔감한 것 같다.
왜 이렇게 예민할까 나는? 사소한 것엔 좀 덤덤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을 다스리는 책을 많이 읽고 명상을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그것도 아주 큰 효과를 가져오진 않는다. 말 그대로 포기하지 않는 이상..
그것을 알면서도 늘 손이 가는 마음 다스리는 책들.
이번에도 눈에 띄는 책이 있어 들춰보았다.
[아프지 않은 마음이 어디 있으랴]
'아프지 않은 마음이 어디 있으랴' 라는 메시지는 그 말 자체로도 일단 위로가 된다.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간에 누구나 아파한다는 것을 아는 것.
상처받는 것이 비단 나뿐이 아니라는 사실.
당연한 이야기인데도 이렇게 책에서 만나면 머리가 끄덕여지는 이유는 뭘까? 풋
'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 없듯, 먼저 마음을 비우라'고 이 책의 저자인 바지라메디는 말한다.
그러니까 상처받은 마음을 먼저 비우라는 뜻이겠지...
당신은 똑같은 강물에 두 번 뛰어들 수 없다. 당신이 처음 뛰어들었던 강물은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강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강물은 계속 흐르고 있으며 그러므로 존재하지 않는다. p, 31
아픈 마음을 위로하기 이전에 무엇이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부터 알아야 하겠다.
암튼 늘 걸던 벽걸이 달력 자리(식탁 옆 벽)에 아저씨가 주신 달력을 걸던 남편,
한 장에 석 달 치의 날짜가 있다 보니 그림과 그달 날짜만 있던 달력보다 길다는 것을 발견!
식탁 등을 켜는 스위치를 가리는 거다!!
귀여운 남편 웃으면서 하는 말, "나도 이제 화가 나~." 란다.ㅋㅋㅋ
장난기 풍부한 남편 덕분에 아저씨에게 서운한 마음이 거의 다 날아가 버렸다.ㅎㅎㅎㅎㅎ
친구는 잘 못 사귀지만 유머감각은 풍부한 남편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N군은 내일 과학캠프로 떠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엄마 코난 74편이 나왔어요. 주문해 주세요."
[명탐정 코난 74]이 정말 나왔더라. 어떻게 알았지??
건 그렇고 사람들이 N군더러 코난을 닮았다는 말을 많이 해서 그런가
녀석은 은근히 코난을 좋아한다.
그래 중학생이 되면 이런 책 읽을 시간도 많이 없을 테니 주문해 줘야지..
그리고 보니까 푸른숲 역사동화 중에 눈에 띄는 책이 있다.
[첩자가 된 아이]
삼별초와 고려 몽골 연합군과의 싸움에서 세 아이가
활동하는 이야기 같은데 재미있겠다.
이 책도 사주고 싶다.
아이가 첩자가 되었다니!! 위험천만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겠구나.
중학생이 되면 이런 책도 유치하게 느낄지 모르니까.
아이 책을 보고 있으려니 내 책이 더 눈에 띈다.
[가끔은 제정신]<----이 제목 정말 나를 두고 하는 말 같다는,,ㅎㅎㅎㅎ;;;;
[평생 일할 수 있는 즐거움]
다른 책도 눈길이 머물지만, 만약 주문한다면
다른 책보다 이 두 책을 먼저 바구니에 집어 넣을 것 같다.
내가 정민 선생님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잘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말해서만은 아니지만
(다른 멘토들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보다 잘하는 일을
하라고 충고할 때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해줘서 고맙다.)
잘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찾기가 정말 어렵다는 생각을
아는 사람이지만 잘하는 일을 계속하다 보면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때늦은 열정인지 뭔지 나는 요즘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뭔지
찾고 있다. 힘겨운 여정이라는 것을 알지만 언젠가 찾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