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페이퍼에도 막내인 해든이가[Frog and Todd]의 이야기중 하나인
[The Letter],<--이 책은 알라딘에 없다.ㅜㅜ,를 읽고
선생님과 아빠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는데
해든 이는 정말 편지 쓰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이 책에 나오는 달팽이에게 편지를 보낸 것이 아니라
달팽이가 편지를 전해주느라 4박 5일이 걸린단다.
하지만 해든 이는 선생님과 가족에게 편지를 주니까
이메일보다 더 빨리 받아 본다는 장점이 있다.ㅎㅎ
매일 아침 해든 이가 어린이집에 갈 때 <가정에서의 통신> 이라는 간단한 메모가 있는데
처음엔 내가 적다가 N군 데려다 주느라 바쁜 나 대신 남편이 적어 보낸다.
그러면 선생님이 보시고 간단한 메모를 또 보내주시는 데 어제 것을 읽다가 사진을 찍어 봤다.
그 전날 배운 오르프 슐레 시간에 북 치기를 했다고 한다.
무척 재미있었는지 그날 와서도 북 치는 얘기를 하더니 아침을 먹으면서 아빠에게 북치는 이야기를 또 했나 보다.
선생님의 답글에서 편지를 받는 상대방도 생각하게 된다고 한 말이 인상적이다.
아이가 심심풀이로 하는 낙서라 그렇게까지 생각을 못 했는데 정말 선생님들의 생각이 남다르다고 새삼 느꼈다.
그리고 아이가 어제 조그만 저금통을 가져왔다. [100원의 기적 저금통]이다.
작년에는 받아 왔어도 관심이 없고 왜 필요한 것인지 모르더니(내가 다 채워서 보냈다는,,^^;;)
이번에는 교육을 잘 받았는지 나에게
라며 소지하고 있는 모든 동전을 저금통에 넣어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아빠에게는 어떻게 말하면서 동전을 넣으라고 했는 지 해든 이의 목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아빠가 "너는 좋은 비지니스맨이 되겠구나."라고 하는 목소리를 들었다.
아이들에게 쉽게 기억시키고 동기를 유발하기 위해서
"밥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줘야 해요."라고 가르쳤겠지만
나누는 일은 어렸을 적부터 배우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해든 이의 이야기와 연관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책의 한 구절을 올리고 싶다.
요즘 내가 정말 열심히 정독하고 있는 [신화의 힘]에 나와 있는 구절이다.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해야 하고 우리의 이야기를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는 죽음을 이해하고, 죽음과 맞설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태어나서 살다가 죽는 이 기나긴 삶의 길에서 도움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평생 영원의 의미를 이해하고, 영원을 접하고, 신비를 이해하고,
누군가를 바로 알아야 합니다.(중략)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은 살아 있음에 대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순수하게 육체적인 차원에서의 우리 삶의 경험은
우리의 내적인 존재와 현실 안에서 공명합니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
어떤 실마리의 도움을 받아 우리가 우리 안에서 찾아야 할 것이 바로 이것이랍니다. p.29
[기타 보이]를
다 읽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불편한 얘기가 나온다.
내가 소설을 잘 안 읽는 이유가 감정의 동요가 잘 되기 때문인데,이 책을 읽으면서도 여러 번 내려놔야 했다. 마음이 아파서.
이 책은 사고가 나서 병원에 누워 있는 엄마를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부터
겨우 14살인 우리의 주인공 트래비스가 마주하기 어려운 이야기 들이 펼쳐진다.
더구나 나는 트래비스가 도둑맞은 기타를 찾을 거라는 건 알겠는데
도대체 언제 어떻게 찾을 것인지 걱정하느라 마음을 졸였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힘든 사람들이 있지만, 그 힘든 사람의 어려움을
특별한 관심과 보살핌으로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 주는 사람들이 나온다.
자신에게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고 어쩌면 더 귀찮은 일일수도 있는 데 말이다.
도움을 준 사람들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는 없지만 내가 느끼기에
가장 실직적인 도움을 준 사람처럼 느껴지는 클래런스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언제나 길 잃은 양들을 데려온다더라. 그런데 이번엔 대박을 터뜨렸지 뭐냐. 네 덕분에 인생이 재밌어졌어.p. 296
남을 도와줘서 인생이 재밌어졌단다.
해든 이도 밥이 없는 사람들에게 돈을 주자며 엄마 아빠의 주머니를 탈탈 털게 하지만
이 경험이 아이에게는 분명히 즐거운 놀이처럼 보인다.
삶은 결국,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듯이,
우리가 얼마나 가졌는지, 얼마나 예쁜지, 얼마나 유명하고 인기가 많은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조셉 캠벨이 말했듯 우리는 모두 우리의 이야기를 해야 하고(내가 시시껄렁하게 해든 이의 애기를 하는 것 처럼이든 아니든), 서로 도움이 필요하고, 누군가를 잘 알아 하고(신이든 사람이든), 도움의 손길을 줘야 하며, 경험을 나눠야 한다.
우리의 내적인 존재와 현실 안에서 공명하는 경험을 해야 하는 것이다...
[기타 보이]는 사랑하는 알라디너가 번역을 해서 뜻깊지만
그 책이 나오기까지 그녀의 응원군이 되었던 사람들도 우리의 알라디너라는 사실이다.
알라딘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서재 지기인 다락방 님.
내 표현보다 [기타 보이]의 번역가인 문지영 씨의 말을 직접 듣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서
<옮긴 이의 글> 마지막 부분을 옮겨왔다.
마지막으로, 번역 초고를 흔쾌히 검토해 주신 다락방님과,
귀찮아 하면서도 일일이 엄마의 질문에 응해 준 기타 좀 치는 아들 이하린,
처음부터 끝까지 제 모든 부족함을 메워주고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신 편집자 또치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p.299
우리가 사는 것은 우리 혼자만으로 되는 일은 많이 없다.
작든 크든 서로서로 도우며 하나씩 완성이 되어 간다.
어떤 관계이든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해야 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이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