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를 낳기 전이나 후나 "저 아이를 어떻게 키우나?" 하는 우려가 참 컸다.
지금도..
아이는 활력이 넘쳐 같이 놀아달라고 하는데
나는 기운이 없어 입으로는 "응", "그래"라고 하고서는 소파에 주저 않고 있거나
침대에 누워 있기 일쑤라 아이에게 많이 미안하다.
어제도 아이를 데리러 가는 길에 눈이 오기 시작해서
푸념을 하면서 가다가 일박 이 일도 안 되어 결심을 까먹느냐? 하면서
감사할 일이 아니라도 감사해야지 하면서 아이를 데리러 갔다.
어린이집은 제법 큰 편이라 아이를 데려가는 엄마들(나보다 다들 10살은 젊을)과
더 젊은 선생님들까지 어울려 눈싸움하는 흉내를 냈다.(조그만 아이들하고 눈싸움이 될 리 없으니까.)
해든이도 나를 잡아끌며 눈싸움을 하자고 했다.
눈을 몇 번 던져주는 척하고서 얼른 집에 오고 싶어서
아이를 교묘하게 빼돌려 집으로 오고 있었다.
갑자기 아이가 그런다.
"엄마는 왜 눈을 싫어해요?"
좀 당황하면서
"어? 으응, 엄마도 너처럼 눈을 좋아했는데 이제는 운전하니까 위험할 것 같아서 싫어." 했다.
아무 말도 없다.
거의 집에 가까이 왔을 때 연말에 온 가족이 눈싸움했던 장소를 지나치게 되었다.
그날 나는 모처럼 즐겁게 가족과 함께 눈싸움했다.
그날은 N군도 "엄마가 함께 눈싸움을 해주니까 더 재밌어요." 했었다.
아무튼, 그 장소를 지나치려니까 아이가 나를 또 잡아끌면서
저기서 눈싸움을 하고 가자고 한다.
집은 거의
가까워 오고 나는 정말 눈싸움 같은 건 하기 싫고 따뜻한 집에 들어가고 싶었다.
집에 가면 N군이 해든 이와 놀아 줄 거란 생각을 하면서….
"너 눈싸움 할래? 아니면 집에 가서 초콜릿 먹을래?"
그랬더니 눈싸움을 조금하고 초콜릿을 먹겠단다.
그래서 내가 "안돼, 둘 중의 하나만 선택해야 해."그랬더니
아이가 한숨을 푹 쉬면서 하는 말이, "초콜릿 먹을게요."한다.
내가 너를 점점 재미없는 애로 키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집으로 들어왔다.
집에 들어오는 데 우체통에 편지가 보였다.
해든이 앞으로 온 거다.
집에 오자마자 뜯어 봤더니 남편이 해든이에게 보낸 거다.
며칠 전에 해든이에게 [개구리와 두꺼비] 이야기를 읽어주는데
거기에 친구에게 편지를 쓰는 얘기가 나오더란다.
I am happy you are my friend. 라고 써서 보냈다는 데
그 이야기를 듣던 녀석이 잘 준비를 하다 말고
선생님께 편지를 쓰겠다고 해서 편지를 쓰고 봉투에 넣어
그 다음 날 선생님께 드렸단다.
아이가 편지를 받아보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남편이 써서 우체통에 넣은 것이다.
그 편지를 받은 아이는 나에게 3번 정도 읽어 달라고 하더니
내가 저녁 준비를 하는 동안 내가 읽어 준 걸 기억하면서 혼자 몇 번 읽었다.
책에 나온 내용과 똑같이 써서 해든 이의 이름을 상징하는 그림을 넣어 보낸 거다.
아이가 자기도 봉투를 달라고 해서 낙서를 하는 줄 알았더니
아빠가 오면 주겠다고 자기도 편지를 써서(그런데 편지지는 없다.
ㅎㅎ)
현관 신발 벗고 들어오는 곳에 놨다.
이건 해든 이의 것.
아빠처럼 우편번호 쓰는 곳에 숫자 같은 것도 써넣었다.
ㅎㅎㅎ
뒷면에는 처음에 Bro라는 글자만 써넣었었다.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혼자 아무거나 쓰는데 가끔 단어가 된다.
N군이 그 Bro라는 글자를 보고 막 웃으면서 틀렸다고 하니까
아빠가 자기에게 보낸 편지를 보고서 다시 DAD라고 쓴 거다.
알아보기 어렵지만 하트도 한 개 있다. ㅎㅎㅎㅎㅎ
엄마는 늙어서 잘 놀아주지도 않을 뿐 아니라 아이가 원하는 것도 들어주지 않는데
다행히 아빠는 편지 써서 우체통에 넣어 줄줄 알고
어제밤처럼 아이와 권투 시합도 해주고 레슬링도 해 준다.
누가 아이와 놀아주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니까 죄책감을 갖지는 말아야지.^^;;
어쨌거나 오늘은 추워도 놀이터에 가자고 하면 같이 가 줘야지.
그런데 어쩌면 아이는 엄마는 뭐든지 귀찮아하니까 놀자고 안 할지도 모른다.
덧) 국민은행에 좀 미안하다.
은행 가서 봉투 몇 개 집어 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