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부터 바빴다.
1월 1일이 일요일이라 그랬던 것 같다. 1월1일 같지도 않고 말이지.
1월 1일 더구나 일요일인데도 밤 자정 넘어까지 청소하느라,,,흑
월요일에, 그러니까 1월 2일인 어제, 누가 오기로 하여서 집을 확 뒤집고 싶었으나
그렇게는 못하고 쓸고 닦고만 했다.
열심히 청소하니까 그래도 새로 이사 온 듯한 기분이 들어 좋긴 하더라.
딸아이가 1월 1일 이런 말을 했다.
"감사할 일이 있어야 감사를 하는데 올해는 감사할 일이 없더라도 감사를 하고
더 나아가 도저히 감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감사를 하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라고.
물론 사춘기 소녀답게 똑 부러지게 말하는 대신 너무 빨리 말을 해서 주워담아야 했지만
아이가 한 말을 곱씹으면서 "언제 저렇게 컸지?"라는 생각과 동시에
아이는 우리 품을 떠나려고 저렇게 발버둥치며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공식적인(?) 새해 덕담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무 생각이 안 나는 거다. 어쩌면 "건강했으면 좋겠다."라는 말 밖에는 생각이 안 날까!! ㅠㅠ
딸이 했던 저 말이라도 내 말처럼 바꿔서 했으면
좋았을껄,
정말 나는 내 형편없는 머리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니까. ㅠㅠ
아니면 알라딘에라도 들어와 다른 지기님 들이 남긴 덕담이라도
기억해둘껄, 하는. ㅠㅠ
가령 굿바이님께서 남기신 덕담처럼
"선물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선물 같은 일들이 더 많이 일어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했으면 얼마나 멋있어 보였을까? 사람이 아무리 생긴 대로 산다지만, ㅠㅠ
작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사랑하는 알라딘 지기인 ☆☆님이 자기가 공식적으로 처음 번역한 책을 보내줬다.
댓글로 사인도 해서 달라고 막 졸라서 그녀는 나에게 간단한 인사 글도 남겨주었다.
나와 친한(나 그렇게 생각해도 되는 거지??^^;;) 번역가가 생겼다는 게 무슨 훈장 받은 것처럼 뿌듯한지,
ㅎㅎㅎ
아무튼 나는 그녀의 책을 받아 들자마자 <옮긴 이의 말>을 먼저 읽고 새날에 읽으려고 아껴뒀었다.
그 책은 [기타 보이]이다.
나는 <옮긴 이의 말>을 읽으면서 눈물이 핑 돌면서 코끝이 찡해졌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렇게 그녀의 <옮긴 이의 말>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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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여러분 중에 혹시,
정말 죽고 싶을 만큼 서럽고 힘들고 외로울 때 어떤 '음악' 하나가
자신을 구원했다고 느낀 분이 있나요?
이 책을 읽는 여러분 중에 혹시
기타나 그 밖의 악기를 연주하다가 문득 악기가 살아 숨 쉬는 생명체 같다는
느낌이 들었던 분이 있나요?
이 책은 그런 놀라운 순간을 맛보았던 독자에게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아직 그럴 기회가 없었던 독자에게는 실제 경험 못지 않은 감동을 주어서,
읽고 나면 당장 기타를 한 대 사서 연주해 보고 싶을 만큼 강력하게 음악의 힘을 일깨워 줍니다.
p. 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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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말한 저것들을 다 느껴본 사람으로서
"저는 한때 알코올
중독자였어요"라고 고백하는 심정으로(어떤 영화였더라?? 제목은 기억이 안 난다.)
"저도 음악이 저를 구원했다고 느껴본 사람이에요."라며 슬그머니 손을 드는 심정이 되면서
두 번째 문장을 읽는 순간 찡하면서 핑했다.
그녀도 언급했지만, 그녀가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녀가 행복한 마음으로 작업했다는 글에서는 기쁨으로 마음이 가득 차서 '찡'하면서 '핑'하던 것이
결국 '똑' 하면서 살짝 떨어졌다지.
1월 1일은 청소를 하느라 이 책을 읽지 못했고
어제는 무슨 일이 있어 온 종일 긴장하느라 또 읽지 못했다.
밤에는 남편에게 1월부터는 일찍 자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12시가 좀 넘어서 자느라 읽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은 내일 수업할 준비를 약간 하고 나면 자유로우니까
그녀가 행복한 마음으로 작업한 이 책을 읽을 거다.
새해에는 그녀가 기쁜 마음으로 작업할 수 있는 책들을 만나게 되길 바란다.
그녀의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남편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유는 두 사람이 비슷한 면이 많기 때문인 것 같다.
뭐냐고 물어보면 또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지만 뭐 이런 거다.
1월 1일 우리 가족은 점심 약속이 있었다.
방석을 깔고 앉아서 먹는 식당이라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했다.
우리는 다 먹고 어수선하게 저마다 좁은 입구에서 신발을 먼저 신으려고 우르르 몰려 갔다.
우리 애들 셋에 다른 집 아이들 둘, 거기다 어른들이 나와 남편을 포함해서 일곱 명.
먼저 나가려고 신발을 신고 고개를 드니 남편이 차분하고 반듯한 모습으로
다른 사람들이 다 신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교통질서를 지키는 일이 다른 사람에 대한 예의나 배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그런 남편과 [기타 보이]의 번역가인 두 사람의 모습은 묘하게 일치하는 느낌이 든다.
음악에 대해서 많이 알면서 절대 잘난
척 하지 않고 하는 그런 것도 말이지.
술 먹고 그녀의 방명록에 내가 남자로 태어났으면 그녀 같은 사람을 사랑했을 거라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가?
(미안하지만 나 이 글쓰고 그 방명록 지울께,,^^;;)
여자로 태어나서 내 남편 같은 사람과
결혼 한 게?? ㅎㅎㅎㅎㅎㅎ
아무튼, 올해는 욕심부리지 않고 딸아이 말처럼 감사할 수 없는 일도 감사하면서,
남편과 [기타 보이]를 번역한 그녀처럼 담담하고 반듯한 마음으로
나에게 주어진 일을 온 힘을 다 하며 사는 2012년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