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N군이 과학관인가? 거기로 견학을 간다고 해서 아침에 여유롭게 도시락을 싸줬다. 하지만 사진을 찍어주지 못해서 안타깝다. h 님이 보내주신 h 님의 아내가 만든 예쁜 책[식사하셨어요?]를 보고 비슷하게(?) 만들어서 빨간 보자기로 묶어 단정하게 보냈는데 말이다.
지금 나는 N군의 학교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중이라 이 글을 도서관에서 쓰고 있어서 책이 옆에 없다. 나중에 집에 가서 내가 인용한 페이지를 옮겨야겠다.
p. 40 에 나오는 도시락이다. 제목은 "도시락 존재의 이유, 소풍"
작가의 글을 옮겨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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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딱 두 번, 우리 엄마가 여느 때와 달리 무척 공을 들여 도시락을 싸주시는 날이 있었습니다. 이제와 말이지만 일주일 내내 같은 반찬만 담아 줄 정도로 심플하고 일관된 도시락을 선보이다 봄 소풍과 가을 소풍 날만 되면 전전날부터 장을 보고 준비하셨습니다.
반장이 아닌 제가 선생님 도시락을 가져가야 하는 것도 아닌데, 그리 소풍 도시락에 정성을 들이신 이유는 오직 하나 '밖에 나가면 이것도 저것도 다 먹고 싶어진다'라는 엄마의 평소 신념 때문이었지요.
선물로 들어왔던 커다란 롤 케이크 상자나 과자 상자는 어김없이 소풍 도시락통으로 변신했고, 한입에 들어가지도 않는 김밥과 샌드위치, 과일에 튀김까지.... 뚜껑이겨우 닫힐때까지 꼭꼭 눌러 담아주셨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엄마의 당부 한 말씀!
"도시락 안 싸온 친구랑 같이 먹어."
음식을 만들면서 저도 모르게 동네 잔치를 해도 될 만큼 양이 많아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아마 그때마다 누구도 주고, 누구도 먹이고, 누구도 싸주고 하는 엄마표 도시락 마음이 생겨서는 아닐는지요. p. 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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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내가 만든 도시락의 사진이 아니라 책에 나와 있는 저자가 만든 도시락의 사진이다. 저 피넛버터 롤 샌드위치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어떻게 했길래 저렇게 보실 포실해 보이는지 정말 궁금하다. 내가 오늘 아침에 만든 샌드위치는 좀 과장해 말하면 "흉물스러웠다." 고나 할까?ㅠㅠ
책을 보고 만든 도시락 메뉴는 스팸과 스모크치즈를 넣어 만든 김밥과 새우튀김, 그리고 피넛버터와 잼을 넣어 만든 롤 샌드위치이다. 아들이 오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나는 그냥 스팸을 넣었고 스모크치즈가 없어서 스트링으로 된 아이들이 먹기 좋아하는 모짜렐라 치즈를 넣었다. 책의 메뉴대로 하지는 못했지만, 그 책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예쁘게 싸는 것도 배웠다. 책처럼 롤 샌드위치가 예쁘게 안 되어 좀 속상했지만, 아들은 모양 같은 거 신경 안 쓸 테니 뭐~~. 그런데 정말 어떻게 해야 빵이 꺽이지 않고 예쁘게 말릴까? 빵을 전자레인지에 먼저 살짝 돌려서 부드럽게 만들어야 할까?? 그러면 빵이 약간 질겨지던데...친절한 h 님~~~부인께서 하신 것처럼 예쁘게 롤 샌드위치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팁 좀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아침에 도시락을 가방에 넣으며 N군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훔쳐봤다. (도시락을 가방에 넣지 않고 있길래 가방에 넣으라고 했더니 들고 가겠다고 했다.ㅎㅎㅎ 정말 좋았나 보다.) 다른날 보다 더 정섭스럽게 싸준 거처럼 보이는(다른 날과 비슷한 정도였지만 메뉴가 잘 세팅이 되어서 그런지 내가 봐도 정성이 담겨 보이더라,,ㅎㅎㅎ) 도시락을 점심에 친구들 앞에서 열어 볼 N군의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상상하자니 벌써 흐믓하다.
[식사하셨어요?]는 깔끔하고 아주 예쁜 도시락 책이다. 메뉴가 그리 많지 않지만 활용하기 좋고 다양하다. 더구나 거기에 쓰여 있는 글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몽실몽실해지면서 막 행복해지고 다른 사람에게 예쁜 도시락을 싸서 찾아가고 싶어진다. 그리고 괜찮은 도시락책 하나는 장만해 두는 게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나처럼 갑자기 아이 도시락을 싸 줄 일이 있을 때 뭘 싸줘야 할까? 한탄하면서 겨우 머리를 쥐어짜 내 싸주는(그래도 늘 같은 메뉴,,ㅎㅎㅎ) 사람에게는 마음 든든한 후원자 같다. 어제도 아들이 도시락을 싸야 한다고 했을 때 제일 먼저 진희원 씨의 이 책 [식사하셨어요?]를 떠올리며 걱정을 안 했다. 책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도시락이 몇 개 있지만(국물이면서 보온을 유지해야 하거나 또는 보냉하는) 대부분 응용 가능한 맛있는 메뉴가 많다. 거기에 책에 쓰여 있는 예쁜 글들을 읽으며 도시락을 준비하면 마음이 담기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디서 읽은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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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사는 음식을 빚기 전에 마음부터 빚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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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말이 심오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그렇다. 손으로 음식을 만들지만, 마음의 에너지가 손에서 음식으로 전달되어 먹는 사람에게 좋은 에너지를 줄 거라는. 사실 우리가 먹는 건 어쩌면 음식이 아니라 사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