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는 우리 집 남자들을 가리키는 건 아니다.
바로 닉 혼비와 조동섭번역가를 가리킨다.
닉 혼비는 『하이 피델리티』를 처음 읽으면서 무조건 좋았다.
조동섭씨는 『브로크백 마운틴』을 읽고서 그 이후로 조동섭씨가 번역한 책은 믿음이 갔다.
지난주 광란의 책 주문을 마치고 결제를 누른 뒤 눈에 띈 닉 혼비의 새 책
[닉 혼비의 노래(들)]
이 책을 발견하기 전에 내가 얼마나 많은 책을 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닉혼비가 글을 쓰고 조동섭씨가 번역을 한 책인데!! 도저히 당장 받아보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ㅠㅠ
좋아하는 작가와 좋아하는 번역가, 거기다 음악에 대한 얘기라니!!!(여기서 감격의 눈물을 철철 흘려 주신다.)
음식과 음악에 대한 책(둘 다 '음'자로 시작하는구나,,,음화화화)은 사려고 노력한다. 이유는 모르지만...좋아하니까?
책은 당연히 아주 새 책이다. 더구나 초판 인쇄에다 초판 발행이다.
초판본에 대한 욕심은 별로 없지만 이 책을 받고는 초판이라는 사실에 놀라서 사진을 찍어놨다.
착각이 좀 심해서 그런 지 모르지만 닉혼비의 새 책이 나왔으니 다들 그의 책을 사려 할 줄 알았고, 그래서 내 손에 들어오는 책은 적어도 2쇄는 됐을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1쇄닷!!
조동섭씨가 저 책을 번역할 때만 해도 유튜브가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라고 했는데 인쇄와 발행은 일사천리로 되었구나!!
더구나 발행일이 30일인데 나는 오늘 받았으니,,( ")
Bruce Springsteen - Thunder Road Acoustic
이 노래는 닉 혼비가 가장,,,그러니까 말 그대로 첫 번째로 좋아하는 노래란다.
Thunder Road를 1500번을 들었으면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2위의 곡은 500번 정도 들었을 거라고 하니
확실하게 1등으로 좋아하는 노래 맞다.
유튜브에서 들어보니 시기마다 이 음악의 느낌이 참 다채롭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그 이유로도 1500번을 들을 수 있지 않았을까?
(노파심이지만 닉 혼비가 정말 1500번을 들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니까 비유다.)
닉은 이 노래에 대한 글을 쓰면서 이런 표현을 한다.
그러나 때로, 아주 가끔, 우리 자신을 완벽하게 표현하는 노래와 책과 영화와 그림을 만날 때가 있다. 반드시 말이나 이미지로 표현되는 것은 아니다. 그 연결고리는 그보다 훨씬 덜 직접적이며 더 복잡하다. 내가 처음 진지하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앤테일러의 『홈시크 레스토랑』을 읽었다.그리고 좋든 나쁜든,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갑자기 깨닫게 되었다. 이건 사랑에 빠지는 과정과 비슷하다. 누구나 반드시 가장 좋은 사람이나가장 현명한 사람이나 가장 아름다운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건 아니다. 다른 무엇이 있다. p.20
그가 말하는 것을 내가 잘 이해하는지 모르지만 바로 저런 문장들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닉 혼비가 하고 있다는 느낌. "그래, 나도 그런 느낌이 들었었어."또는 "나도 그래" 와 같은.
이런 것도 그렇다.
" 사람들이 나에게 무슨 음악을 좋아하냐고 물으면 대답하기가 아주 힘들다. 대개 아티스트 이름이 나오길 기대하겠지만, 나는 노래 제목을 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란 그 노래를 너무나 사랑한다는 거다. 그리고 그 노래를 따라 불러서 다른 사람들이 그 노래를 듣게끔 하는데, 그 사람들이 나만큼 그 노래를 좋아하지 않으면 화가 난다. p.15 "
나는 아티스트 이름도 잘 모르고 노래 제목도 잘 모르고 노래 가사도 잘 모른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지만 (더구나 노래도 못 불러서 닉 혼비처럼 노래를 부를 수도 없다.ㅠㅠ) 다행히 알라딘 서재에 유튜브를 올린다.
하지만 닉 혼비처럼 나도 내 서재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내가 올린 음악 페이퍼에 대한 추천이나, 댓글이 없으면 화가 난다. 다시는 음악을 올리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추천이나 댓글이 내 페이퍼에 달리는 게 아니라 그 음악에 달리는 거란 느낌이 들어서다. 하지만 곧 또 올리게 된다.
이 책은 작고 가볍다.
표지는 닉혼비를 설명해주는 것들이 다 들어 있는 것 같다. 타자기와 카세트테이프, 연필, 그리고 진한 커피.
그리고 책 안에는 그가 좋아하는 35곡의 노래가 나오고 자폐아 아들이 새 노래를 들을 때에 느끼는 감격, 그 아들을 위해 소설을 쓰게 된 사연 등이 나온다고 한다.(오늘 책을 받고, 받자마자 겨우 25페이지밖에 읽지 못했다. 자폐아 아들이나 소설을 쓰게 된 사연들은 조동섭씨가 쓴 '옮긴이의 글'에서 읽었다)
조동섭씨는 이 책을 번역하기 위해서 여기에 나온 노래들을, 그 곡이 실린 앨범까지 찾아서 듣고 또 들었단다. 그 당시는 지금처럼 유튜브가 활성화(?)되지 않아서 음악을 쉽게 찾아 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조동섭씨는 옮긴이의 글에 이런 글도 있다.
"내가 거들떠보지 않고 평생 살았을지도 모를, 더 늦게 알았다면 왜 진작 몰랐을까 하고 더욱 안타까울, 몇몇 앨범으로 나를 이끈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값어치는 충분하다. P.287 옮긴이의 글 중에서
닉 혼비의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왜 진작 몰랐을까 하고 더욱 안타까"웠던 기억이 떠오른다.
역시 영화만 보고 책을 읽지 않으려고 했던 『브로크백 마운틴』
. 그 책을 읽고서 뒤늦게 애니 프루의 책을 뒤져 읽게 되었고, 역시 그 책과의 인연으로 조동섭씨도 좋아하게 되었다.
『닉 혼비의 노래(들)』은 나 혼자만 알고 보고 싶은 책이지만 아직 1쇄만 찍혀 있는 책을 받고 보니 화가 났다는 얘기다.
그나저나 앤 테일러의 『홈시크 레스토랑』도 찾아 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