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지 13년 7개월 XX일 동안 남편에게 편지를 쓴것을 꼽아보니
열손가락이 안 모자르더라. :(
일년에 한번 쓸까 말까 했다는 얘기다.
난 해마다 발렌타인데이, 생일, 결혼기념일에 남편의 카드를 받았는데.
사실 올 발렌타인 데이에만 남편의 카드를 받지 못했다.
희망이가 아파서 둘다 정신이 없을때라...
남편에게 늦어두 괜찮으니 카드를 보내라는 뻔뻔한 말을 했는데
오늘 난 웬 바람이 불었는지 두장이나 되는 편지를 써서 줬다.
'사랑하는 RW씨에게'로 시작되는.
편지를 쓰기위해 편지지를 고르는데 행복했다.
누군가에게 무엇이든 주는 행위는 정말 기쁜일이란걸 새삼 느꼈다.
더구나 10년이 넘게 미운정 고운정이 든 사람에게니..
내친김에 오늘 책을 읽으며 생각난 내 사랑하는 친구 Y에게 편지를 써야겠다.
이메일이 아닌.
결국 편지지를 사지 않고 색깔이 있는 A4용지를 사서 편지를 썼다.
옅은 베이지 빛깔의...하지만 편지봉투는 오렌지색(단색)을 골랐다.
볼수록 두가지 색감이 다정하다.
편지지를 고르면서 문구류를 좋아하는 난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참새마냥
문구류를 황홀하게 쳐다보며 이것저것 샀다.
오늘은 편지를 줘서 그런지 남편이 잔소리를 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