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이 없다보니
우리끼리 함께 하는 일이 많다.
(영화보러가도 늘 함께 가고(그러다보니 애들 볼 만한 영화만 보게되는 단점도 있지만))
각자의 일이 끝난 나머지시간은 무조건 함께 보냈는데
딸아이가 음악을 전공하겠다고 한 뒤부터는
함께 하는 일이 점점 줄어들어
식사할 때와 교회 갈때가 다 인듯하다.
영화보러도 갈 시간도 없어서
요즘은 DVD를 함꼐 보는 걸로 대신한다.

그런데 아기가 생기고 나니
바쁜일이 있어도 하루에 한번 아기 주위에 모이게 되고
이틀에 한 번 시키는 아기의 목욕도
온 가족이 함께 한다.
남편은 아기를 잡고
나는 씻기고, N군과 H양은 각각 한 손씩 잡아주는 것으로.

어제도 희망이 목욕을 시키느라
온 가족이 함께 희망이 욕조 주위에 빙 둘러 앉았다.
목욕을 다 시키고 남편이 희망이를 타월에 싸서 앉고 방에 들어가고
나도 욕조 안에 있는 수건이랑 아기옷을 건져내는데
갑자기 N군이 나에게 그런다.

N - 엄마, 저번에 엄마가 말한 3가지 소원 기억해요?

N군이 얼마전 나에게 3가지 소원이 뭐냐고 물었다,
그래서 첫째는 우리 가족이 서로 사랑하는 것
               둘째는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한 것
              셋째는 H양, N군, 그리고 희망이가 올바르게 잘 자라는 것

이라고 했었다.

나 - 엉, 기억해, 왜 갑자기???

N군 - 그러면 첫번째 것이 되려면 엄마가 아빠에게 잘해줘야 해요.

나- 뭐???그게 무슨 말이니???

N군 - 아빠가 요즘 스트레스가 많은것 같은데 엄마가 잘해주지 않으면
아빠는 스트레스가 더 많아지고 우리 가족이 서로 사랑할 수 없게 되잖아요.

나 - 음,,,,,(얼버무림--이윤 N군의 입에서 들은 말이라 너무 당황스러웠다)


N군이 보기에 아빠가 너무 힘들어 보이나보다.
엄마는 몸조리 한다고 일도 안하고 누워만 있거나 아기만 보는데
아빠는 설거지부터 음식도 만들고 아기 젖병 소독, 온갖 쓰레기 버리고
청소도 하고, 직장에도 다녀야 하고, 누나 데리고 레슨도 가야하고,
출산 전 엄마의 레슨도 몇가지 대신 해주고, 아침등교도 시켜주고,
아기 우유도 먹이고,,,,N군 숙제도 봐줘야 하고,,,,

N군의 눈엔 엄마가 아빠를 부려먹는다고 생각하는지,,,
아들은 아빠 편인건지,,,
희망이가 태어난 후 N군이 잘 울지도 않고 의젖해 졌다고
주위에서 말씀하시는데(아니면 의젖해 져야 한다는 압력이든지)
N군의 발언에 잠시 어안이 벙벙해진 나,,,

너가 예전의 N군 맞니????
울기 잘하고, 조르기 잘하던, 코흘리개 N군이 정녕 너였더냐??
난 갑자기 의젖해진 N군 앞에 넋을 잃은 어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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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1-17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동생을 본 후 N군은 정말 부쩍 자랐나보군요.
복잡했을 엄마 마음 이해되네요~~

프레이야 2007-11-17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동생이 생기니 더 의젓해졌나 봐요.
그래도 남자아이는 확실히 아빠 쪽에 더 마음이 가나봐요. 정서가 비슷해서겠죠.
엄마로서 나비님이 조금 섭섭했을라나요. 홍홍..
그래도 참 의젓하니 기특하지요. 딸도 있고 아들도 둘이나 있는 나비님은 복댕이에요^^

asnever 2007-11-18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경과가 좋은 집도 있군요.

저도 첫째와 9살 터울이 나게 둘째를 두었습니다.
하지만 어언 한 세대가 될 수도 있는 나이차를 극복하고 열심히들 싸우더군요.
신기할 따름입니다.
지금은 엄마와 모두 물 건너가 있어 그 끝없는 소요마저 그립지만요,,,,,,,

마노아 2007-11-18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생이 생기니 아이가 어른스러워진 것 같아요^^;;

세실 2007-11-19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역시 동생이 생기면 성숙해 진다고 하더니...기특합니다.
아들은 아빠편 이더라구요. 결정적인 순간에. ㅎㅎ
따뜻한 가족이야기가 마음까지 훈훈하게 합니다.

라로 2007-11-19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이해가 되시죠?ㅎㅎ 세아이의 엄마가 아님 이해 못할 감정일라나요???ㅎㅎ

헤경님/ 딸이 둘이나 있는 혜경님은 그럼 수퍼복댕이겠네요!!
전 딸만 있는 사람이 제일 부럽답니다.
아들은 낳아놓으면 3년만 효도를 한다네요,,,받아먹으려고 해서가 아니라,,,,아시죠??ㅎㅎ

asnever님/ 처음 뵐꼐요, 이렇게 댓글을 남겨 주셔서 감사드려요.
가족과 떨어져 계시나 보네요,,어려운 결정을 하셨나봐요~.
많이 보고싶으시죠?
저희 애들도 싸워요,,,,아기도 지금은 아기라 평화롭지만
좀 크면 시끌 벅적할것 같아요..^^;;;
자주 뵈면 좋겠네요.

마노아님/ 맞아요, 그런데 어른스러워진게 아니라 어른스러워 진 '척'하는것 같아요.ㅎㅎ

세실님/ 아들이 아빠편이라는 말씀 뼈저리게 느껴요~.^^;;;;
님의 댁도 그런가요???ㅎㅎㅎ

BRINY 2007-11-20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은 아빠편인가요? 제 남동생은...잘 모르겠네요.

세실 2007-11-21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하죠. 아빠가 조금만 잘해주면 바로 아빠한테 붙어버려요~~~ 엄마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둘이 목욕하면 어찌나 깔깔거리는지..흥 아들 키워봐야 소용없다니깐요~ 다행히 엄마를 느무느무 좋아하는 딸이 있답니다~

라로 2007-11-22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님/ 남동생일때는 잘 몰라요~.ㅎㅎ
그니까 남동생이 아니라 아들일때 잘 알게 되는 그런거야요~.^^;;
어여 결혼 하셔요~.(미혼이시죵????실수라면 죄송해용~.^^;;)

세실님/ 맞아요~. 저두 그나마 딸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딸이 없었다면 이 험한 세상을 어찌,,,,,(아들만 있는 험한 세상,,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