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4일
사무실에서 이것저것 정리할 것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딴짓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위한테서 전화가 왔다. 사위가 하는 말이, "안녕하세요, 할머니?"라고 해서 처음엔 장난하는 줄 알았다. 예정일이 2주나 남았기 때문에. 그런데 그게 아니라 정말 내 손녀가 태어난 것이었다!!! 6파운드 12온스, 그러니까 3.06kg의 아기다. 너무 이뻐서 사위가 보내 준 사진을 24일부터 하루 종일 쳐다본다. 너무 신기하다. 내 자식의 자식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 어떻게 말로 설명을 할 수가 없는 심정. 묵직한 느낌도 들었다. 내 존재에 대한 무게. 내가 이 세상에 없었다면, 내 딸도 없고, 내 손녀인 G도 없다는 생각. 다른 한편으로는 내 DNA의 일부가 최소한 다음 세대에도 이어진다는 알 수 없는 느낌.
딸아이의 집에 가려고 비행기표를 예매하는데 젤로 빠른 게 28일 오전에 떠나는 거다. 원래 그날 프님을 만나기로 했는데 우리의 만남을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기가 내가 방학인 와중에 이렇게 태어나줘서 (이리하야 2023년은 내게 정말 최고로 잊지 못할 해가 된 것 같다.) 8일정도 아기를 만나고 딸아이에게 미역국을 끓여줄 수 있을 것 같아 감사하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치러야 하는 프리미엄이 엄청나지만.
아무튼, 할머니가 된 것을 신고합니다!!^^
12월 25일
이제는 아이들이 다 커서 그런가 크리스마스 날에 선물 푸는 것에 예전처럼 열정적이지 않다. 그래도 나와 남편은 여전히 많은 선물을 아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아이들이 선물을 하나하나 기대에 찬 모습으로 풀어보는 모습을 보는 건 여전히 나를 흥분시킨다. 그리고 [Wanka]를 봤다!!!!!!! IMAX에서 봐서 그런가 감동이 더 잘 전달이 된 것 같다. 여전히 꿈을 꾸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것이 아닌지. 그리고 결국 사람과 함께 나누는 것, 꼭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도, 음악도 그렇고, 너무 좋아서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좋아 죽는 줄 알았다. 거의 모든 게 완벽한 영화였다, 나에겐. 누군가는 비평을 날릴 수도 있지만, 내겐 그야말로 완벽한 무지개 스토리. 음악도 너무 좋았다.
[Downton Abbey]의 집사 Jim Carter도 반가웠고, 오랜만에 보는 [Mr. Bean]의 Rowan Atkinson, [The Shape of Water]의 Sally Hawkins도 마찬가지로 반가웠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영화 [Paddington]의 Paul King이 감독이라 어쩌면 더 좋았는지도 모른다. 더구나 팀 버튼에게 steampunk의 영향을 받은 것이 확실히 느껴지는 기발하고 환상적인 여행이 주는 매력이 잘 느껴졌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성장 이야기의 매력과 웡카 특유의 기발하고 창의적인 마술을 조화롭게 표현한 점도 영화 보는 즐거움을 더해줬는데 그것에 큰 역할을 한 대니 엘프만의 환상적인 분위기의 음악은 이야기의 감정적인 부분과 공명한다.
아직도 이런 영화를 만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하다.
12월 26일
우리 집에는 남편의 둘째 형이 모은 레코드판이 엄청 많이 있다. 돈이 있으면 레코드판을 모으고 그것 혼자서 즐겨 들었던 것 같다. 이제는 해든이가 혼자 레코드방에 들어가서 음악을 듣는다. 그래서 그럴까? 요즘 베이스 가타에 흠뻑 빠져있는 해든이. 매주 화요일 기타 레슨이 있는데 다음 주 우리가 집에 없을 거라서 해든이에게 기타 레슨을 다른 날로 옮기라고 하니까 자기가 자전거를 타고서라도 가겠단다. 음.. 역시 애들은 자기가 좋아해야 자발적으로 나서서 한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지금까지 나는 아이들 교육을 실패한 거다. H 양과 N 군에게 많이 미안하다. 어쨌든 <1980년 대 팝 명반 가이드북>이 전자책으로 나오면 둘째 형의 레코드를 들으면서 읽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전자책 신청!
N 군과 함께 [Wanka]를 또 봤다!!!!!!! 두 번 봐도 똑같이 좋았고, 같은 곳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나.
내일은 과 친구 L이 집에서 BBQ 파티를 할 거라며 나와 다른 친구를 초대했다. 점심을 먹고 집에 와서 짐을 싸서 28일 아침 일찍 공항에 가서 손녀를 보러 갈 예정이다.
원래 준비하셨겠지만, 어제 프야님의 새 책 <고독한 기쁨>의 전자책이 나왔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방금 주문했다. 땡투는 페크님께~~.^^
비행기 타고 가면서 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