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아주 오랜만에 비 오는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남편도 해든이 아침마다 6시쯤 일어나서 해든이 데려다주고 나는 나대로 학교 다니느라 느긋하게 늦잠을 잘 수 없었는데 마침 비도 오겠다 해서 남편과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고는 매일 샤워하는 남편에게도 오늘은 샤워도 하지 말고 수염도 깎지 말고 게으르게 지내자고 했다. 처음엔 싫다고 하던 남편도 내가 계속 조르니까 그러마 하고 누워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9시가 좀 넘어서 남편은 준비해서 코스트코에 갔고 나는 나대로 몰에 가는데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무지개를 봤다. 


살면서 무지개를 한 10번 정도 본 것 같은데 오늘 본 무지개는 지금까지 봤던 무지개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선명했고 가까운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비가 오고 있는데 무지개가 선명히 떠 있었다는 사실!! 보통으로 비가 그치고 해가 반짝거릴 때 나오는 게 무지개라고 생각했는데 어쩜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나보다.


아이들 (남편은 나보다 조금 일찍 나갔기 때문에 전화로 얼른 무지개를 보라고 해줬다)과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가 위험을 무릅쓰고 (운전하던 중이라) 찍었던 사진을 문자로 보냈다. 우리 알라딘 친구들에게도 무지개를 선사한다.


비가 오는 게 보이죠!! 


사진으로 보면 내가 봤던 것만큼 잘 볼 수 없지만, 이 무지개를 본 알라딘 모든 친구들에게 평화와 축복이 함께 하기를….


이 무지개를 봐서 그런가 내가 무척 고민했던 실습 과목의 Final 점수가 나왔는데 'Good'이라는 점수도 안 주시는 H 교수가 내 거 체점 했는데 VERY GOOD!!! 에다가 스마일 이모티콘까지!!! 나 너무 감동해서 이 부분을 스크린샷 해서 액자에 걸어 놓고 대대손손 전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이것이 내 하나의 무지개였다면 무지개.^^;;;



Dr. H는 정말 너무너무너무 까다로워서 이 교수에게 걸리면 똥 밟은 것과 비슷하다고 그랬는데 드디어 마침내 결국, 무지개 요정이 내가 밟은 똥을 깨끗이 치워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리고 해든이.

공부하는 걸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해든이. 어제가 마지막 영어 과목 final이 있던 날이었단다. 그래서 남편이 7시 50분쯤 학교에 데려다주고 10시에 픽업을 하는 계획이었다. 해든이가 시험을 8시에 시작하고 한 20분도 안 되었는데 갑자기 경찰들이 학교에 오고 아이들은 단체로 다 밖으로 나가라고 해서 보니까 누군가 경찰에 오늘 그 학교에 폭탄이 터질 거라고 거짓 정보를 보낸 것이다. 어이없음. 그래서 해든이를 포함한 전교생이 시험을 보다 말고 3시간이 넘게 밖에서 모여있다가 결국 집으로 가라고 했단다. 어떤 넘이 시험 보기 싫으니까 그렇게 한 것 같은데 진짜 너무하다. 그래서 미국은 좀 정이 떨어진다.

어쨌든 그 영어 과목은 어떻게 성적이 나올지 궁금하다. 그나저나 해든아 너 내년 9월에 쥬니어가 될 텐데 제발 공부좀하지..ㅠㅠ 그래도 요즘 해든이 음악에 푹 빠져서 게임을 거의 안 한다. 그건 너무 바람직하고 이 엄마를 행복하게 해준다는.^^;;


그리고 어제 너무 웃긴 일이 있었다.

남편과 함께 아이들과 시어머니 선물을 사려고 몰에 가서 쇼핑을 하고 나오니까 비가 오고 있었다. 주차장이 넓은 데다 차가 너무 많아서 멀리 주차를 했기 때문에 남편이 나더러 백화점 정문 앞에서 기다리라고 하면서 자기가 차를 가져오겠다고 했다. 그래서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나에게 말을 시키는 거다. 처음엔 나에게 말을 거는 건지 혼자 중얼거리는 건지 몰랐다. 보통으로 조현병인 사람들이 혼자 막 중얼거리기 때문에 조현병 환자인지 알고 옆으로 피하려고 하는데 나에게 말을 거는 거였다.


나보고 뉴욕에서 왔냐고.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니라고 하니까 내가 옷을 입은 모습이 뉴욕 출신인 것 같다고.ㅎㅎㅎㅎ

그런데 알고 보니까 나에게 작업을 거는 거였다. 어이없었음. 미국에 이렇게 오래 살면서 이렇게 작업 거는 사람 첨 만났음. 더구나 바 같은 곳도 아니고 백화점 문앞에서!!ㅎㅎㅎㅎ 어제도 나는 게을러서 머리도 안 감고 옷만 좀 차려입고 화장도 안 했는데 작업을 거는 남자가 있다니! 다행히 남편이 차를 몰고 오는 모습이 보여서, 남편이 왔다고 하면서 막 뛰긴 했지만, 그 남자는 재수 없었지만, 그래도 한편으로 "라로씨, 아직 살아있군!"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어쨌든 멋진 남자가 말을 걸어줬으면 더 좋았겠지만..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애정 하는 프야님의 새 책이 나온 것을 좀 전에 알았다!!!


제목도 표지도 멋진다. 언제나 멋진 책을 내시는 프야님!

좀 전에 전자책을 신청했다. 

하지만 종이책도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지!!

지금까지 프야님의 책을 다 갖고 있으니까!!

빨리 읽어보고 싶다!!!

대박 나시길!!!







좀 이따가 남편과 함께 우리 동네 시청, 경찰서, 도서관이 있는 메인 스트리트를 걷기로 했다. 작년보다 가로수 장식을 더 잘해서 그럴듯했다. 어쨌든 2주 정도의 방학이지만 그동안 남편이랑 시간을 많이 보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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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3-12-23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쌍무지개 사진도 선명하게 잘 나왔네요 ㅎㅎㅎ라로님은 (제가 안 이후로는) 언제나 우등생!!

라로 2023-12-25 11:53   좋아요 1 | URL
하하하하 제 남편은 저더러 너가 언제부터 이렇게 (우등생?) 됐냐고 해요. ㅋㅋ 제 흑역사를 모르시니 넘 다행입미다. 😅😅😅 무지개 사진 넘 잘 나왔죠!! 실물은 진짜!!!

2023-12-23 1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25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3-12-23 17: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매혹적인 라로님, 작업 당하셨군요.

라로님 살아계시다^^

라로 2023-12-25 11:59   좋아요 1 | URL
ㅋㅋㅋ 그런가요. ㅎㅎㅎ 늙어도 이런 날도 있더라고요. ㅎㅎㅎ 라로 살아 있다! 얄 님도 살아 있다~~~!!^^♥️

psyche 2024-01-07 04: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쉬 라로님 살아있네!!

psyche 2024-01-07 07:29   좋아요 0 | URL
해든이 학교 락다운 이야기하시니 예전에 엔양 고등학교 때도 그런 일이 있었거든요. 학교 가서 총기난사 하겠다는 그런 글 때문에 아이들이 교실에서 문 잠그고 책상 밑에 들어가있고, 엔양은 체육시간이었어서 체육관 라커룸에서 떨고 있었다고 했었어요. 결곡 장난으로 쓴 글이라는 게 밝혀졌는데 그 이후 총기난사 사건이 하도 많이 일어나서 이제 웬만한 사건은 뉴스 거리도 안 되니.... 참....ㅜㅜ

라로 2024-01-08 11:2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이넘의 이기적이고 개념없는 인간들,, 진짜 미국에 살면서 대부분 좋은데 그런 뉴스 들을때마다 정말 싫으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