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남편이 가르치는 학교에서 교수들의 작품 전시회의 오프닝이 있었다. 4시부터 7시까지였는데 해든이가 요즘 트랙을 하기 때문에 5시에 집에 오니까 집에 데리고 온 후에 가야 했다. 그랬더니 집에서 평소 2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학교가 트래픽 때문에 1시간 정도 걸려서 도착했다는. 그래서 대강 둘러보고 집에 왔다. 너무 추워서 사람들하고 대화도 하고 싶었으나 인내심이 없어졌다. 그리고 엔 군의 저녁도 줘야 하고 해든이 기타 레슨이 7시 30분이라 더 늦게 있을 수도 없었는데 가장 큰 (나에게) 이유는 얼굴에 아무것도 바르지 말라는 의사의 처방(?)이 있었기 때문에 로션도 안 바르고 간 내 얼굴이 찬바람에 더 거칠어지는 것 같아서 빨리 집에 오고 싶었다.
남편의 그림 스타일이 많이 변했는데 이번에 낸 작품은 다시 대학원 시절에 그리던 스타일로 해서 전시회에 냈더라. 그런데 큐레이터가 남편의 작품을 제일 좋아했는지 가장 명당자리에 있어서 기분이가 좋았다. 남편도 기분이 은근 좋은 것 같았다. 앞으로는 그림 그릴 시간을 좀 더 많이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편이 미국에 온 이후로 내가 공부하는 거 뒷바라지하고 아이들 돌봐주느라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가르치기만 했는데 이제는 나도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해든이도 많이 컸으니까.
남편의 그림 앞에서 열심히 쳐다보는 사람은 남편이 아님. 누군지 모르지만 작품을 아주 맘에 들어 했다. 뮤지엄 담당자도 와서 막 칭찬하고. 다른 작가들도 있었는데 남편의 작품이 자기 최애 작품이라고 할 정도로. 좀 놀랐음.
저렇게 몸이 움츠려 들 정도로 넘 추웠다.
학교에서 새로 만든 뮤지엄이었다. 새로 지어서 그런가 깨끗했고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사진엔 안 보이지만 밴드가 와서 음악도 틀고 그랬다. 날씨만 좀 따뜻하거나 스탠드 히터를 준비해 줬더라면 더 분위기가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집에 오는 길에 남편에게, "너도 앞으로 전시회 좀 하자."라고 했더니 조용한 사람이 좋아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남편이 나를 도와줬으니 이제는 내가 남편을 내조해야 할 시간. 어쨌든 그러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남편이 그런다. "너 큐레이터 할 수 있겠어?" 그래서 "당연하지, 내가 못 하는 게 어딨어!!"라고 큰소리 땅땅쳤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