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 책을 슬슬 보고 있는데 출판사 잘 모르지만 처음 보는 출판사 이름인데 '구름의 시간' 이라는 예쁜 이름의 출판사.














한국 출판 시장이 활발한 가? 새로운 이름의 출판사가 참 많아진 것 같다. 책은 좀 팔렸나? 하고 보니까 <종이 위의 산책자>는 꽤 팔린 것 같다. <오늘도 나를 대접합니다>는 그야말로 따끈따끈한 책이라 아직 두고 봐야 할 거 같은데 먹는 얘기 나오는 책이니까 그래도 팔리지 않을까? 나는 먹는 거 앞에 있는 것도 좋아하지만, 먹는 얘기 읽는 것도 좋아;;;;.


요즘 일하는 얘기를 잘 안 했는데 젊은 환자를 두 명이나 맡았는데 좀 마음이 아팠다. 남자 환자는 H 양이랑 동갑인데 고환에 암이 생겨서 한 쪽 고환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처음에 마취에서 깨어서 어디 아프냐, 메슥거리냐? 등등 기본적인 질문을 하는데 대답을 잘 안 하고 이상한 거다. 나중에 환자를 Outpatient Unit으로 보내기 전에 나에게 마음을 열었는지 말을 많이 하는데 자기의 첫 수술이었고, 등등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둥둥 떠있는 것 같은 느낌인데 자기가 이상한 것이냐고 물었다. 그 얘기가 생각이 나서 구름의 시간이라는 출판사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그 환자에게 솔직하게 말해줬다. 나는 아직 수술을 받아 본 적이 없어서 수술받고 나와서 어떤 느낌인지 알 지 못한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이 마취에서 깰 때 다양한 얘기를 하기 때문에 딱 어떨 것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당신과 비슷한 말을 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고 했다. 25살이면 정말 어린 나이인데 수술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정신적으로도 큰 충격이었을 수술일 텐데 그래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대견(?) 하기도 하면서 안쓰러웠다.


그리고 다른 젊은 환자는 여자 환자였다. H 양보다 한 살 많은 환자였는데 이 환자가 안타까웠던 이유는 오전에 내가 출근하기 전에(나는 오늘 10시 출근) 담낭 절제술을 받았는데 수술을 담당한 의사가 ERCP라는 것을 받으라고 했다. 젊고 건강한 사람이니까 이왕 받는 거 오늘 스케줄을 잡을 수 있으니 오후에 받으라고 해서 받고 내가 맡게 되었다. 작고 가날픈 아가씨였다. 회복실로 보낼 때 산소마스크를 씌워서 오는데 코와 입을 막는 마스크가 얼굴을 거의 덮을 정도로 얼굴이 작은 예쁘게 생긴 여자사람이었다. 하루에 두 번 마취가 되는 것도 못할 짓인데, 내가 맡고 나서 좀 있다가 구토를 5번이나 했다. 가녀린 사람이 힘을 쓰면서 구토하는 모습을 보니 얼마나 안쓰럽던지. 물론 나도 회복실 간호사로서 할 만큼 했지만, 간호사이기 전에 비슷한 또래의 자녀를 둔 엄마로서 ERCP를 하게 끔 한 의사가 원망스러웠다. 


근데 내가 이 얘기를 왜 하게 되었나? ^^;; 바로 구름의 시간 출판사 때문이구나. 이쁜 이름을 갖은 출판사니 앞으로 좋은 책들 많이 출판하는 장수하는 출판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그냥 생긴다. 하하


어제는 더 안쓰러운 환자를 마지막에 맡기도 했다. 아~~ 그 환자는 12시간 동안 수술을 받았다!!! 12시간!!! 어쩌면 우리 병원에서 가장 긴 시간의 수술 기록 일지도 모른다. 그런 환자를 내가 맡았을 때 잘 회복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중환자실에서 회복시키고 중환자실 간호사에게 인계하고 오늘 아침에 출근해서 그 환자의 소식을 제일 먼저 살펴봤더니 오늘 아침에 extubate 되었다는 기록을 읽고 마음이 놓였다. 휴


내일 아침은 삼 일 연속으로 일하는 마지막 날인데 내가 회복실 오픈하는 날이다. 어떤 환자들을 만나게 될지,, 회복실 간호사는 이렇게 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니까 좋다. 여기서 오래오래 살아남아야지. 


Jack Johnson - From The Clouds


이 유튜브 음악 들으면서 영상 꼭 보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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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11-30 16:55   좋아요 3 | URL
단군 이래, 출판사 경기가 좋았던
적은 없지요... 그냥 저냥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또 돈도 안
되는데 그렇게 책 만들기에 매달
리는 걸 보면 참 -

뭐 그랬다고 합니다.

진짜 신생출판사도 많고 또 대형
출판사에서 임프린트 형식으로
나오는 책들도 제법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닝겡들을 만나야
그 바닥 이야기를 좀 더 들을 수
가 있는데 도통 닝겡들 만날 일이
없네요 :>

엄동설한에 건강검진 예약을 잡
아서 저도 14시간 30분 짜리 다욧
트에 돌입합니다. 아 추버라.

라로 2022-12-01 16:18   좋아요 2 | URL
크하~~ 단군이래라니!!
매냐님은 예전에 출판관계 일을
하셨다고 하셨죠? 그랬군요!!
근데 말씀처럼 돈도 안 되는데
책만드는 일에 매달리는 분들
덕분에 저희가 호강과 혼동을 하는 것
같아요,, 감사하죠!!

많이 바쁘신가봐요??
예전에 함께 일하시던 분들
만나시고 맛나는 페이퍼도 올려주시고
하시면 좋겠는데용??^^;;

아이쿠, 혹시 대장 내시경도 하시나요??
고생 많으십니다!
구래도 예방차원의 건강검진
빠지지 말고 해야죠!! 군데 내시경은
매년 하거나 하지 않으시길요.
자주 하는 거 안 좋아요.
병원에서는 자주 권한다고 하지만...

거리의화가 2022-11-30 17:20   좋아요 3 | URL
‘구름의 시간‘이라^^ 신생출판사인가보네요. 저도 처음 들어보았습니다. 출판사가 참 많이도 생기고 사라지고 그런 듯해요. 제가 주로 사는 분야의 책은 출판사가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럼에도 책 경기는 언제나 별로 좋지는 않은 것 같아요. 1쇄 다 완판되는 것 자체가 놀라운 경우가 많아요! 별로 찍지도 않지만요. 특히나 인문 분야의 책들이 그렇습니다ㅠㅠ
옆에서 환자들을 지켜보는 마음이 어떠실까 싶어요. 이제는 몸이 잔고장들이 늘어가다보니 건강에 신경을 더욱 써야겠다 싶습니다. 12월 한달도 힘내시길!

라로 2022-12-01 16:24   좋아요 2 | URL
저도 처음 봐서 글에 쓴 거예요.. 자세히 안 봐서 그렇지만 신생 출판사가 은근 많은 것 같아요. 매냐님 말씀처럼 대형 출판사의 임프린트 형식으로 나오는 것까지 해서 그런가 라테랑 또 다르네요.^^;; 그러신 것 같아요. 거리의 화가님이 읽으시는 책들은 어느 정도 재정과 역사(?)가 받쳐줘야 출판이 가능해서 그럴 것 같은데요. 인기 있는 책들은 엄청 찍어대고, 뭐 그런 불균형이 안타깝죠! 그래도 거리의화가님이나 책에 진심인 분들 덕분에 그런 분들이 계속 책을 1쇄라도 찍으시는 것이 아닐까요?
저는 중환자실에서 일할 때와 비교하면 여긴 뭐 널찍하게 일해요.^^;; 늘 관심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mini74 2022-11-30 17:54   좋아요 1 | URL
내 아이 또래 젊은이들 보면 더 챙겨주고 싶고 그런 맘 들죠. 출판사 이름 참 예쁘네오. 구름 좋아하시는 라로님이랑 뭔가 맞을듯한 ~ 삼일 연속 근무시라니 건강 잘 챙기세요 *^^*

라로 2022-12-01 16:25   좋아요 1 | URL
그게 엄마가 되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마음인가 봐요,, 미니님도 그렇죠??^^ 구름을 좋아하지만 구름의 시간이라는 이름이 어쩐지 촌스러운 것도 같고 뭐 여러가지 감정이 들어요. (출판사 이름에도 여러가지 감정이 왔다리갔다리 하니,, 절 어쩌면 좋아요.ㅎㅎㅎㅎ) 미니님도 요즘 많이 바쁘신 것 같은데 추운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기억의집 2022-11-30 20:05   좋아요 2 | URL
두 명의 젊은 환자들은 진짜 같은
또래의 엄마의 입장에서 안타까워요. 너무 젊은데 암이 걸리다니.. 두번째 환자는 담낭절개라 해서 찾아보니 쓸개군요. 쓸개라는 단어가 더 익숙한 세대라.. 건강해지면 좋겠어요. 세분다.. 12시간이면 수술하는 의사나 간호사분들도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겠어요!!

라로 2022-12-01 16:28   좋아요 1 | URL
그죠!! 너무 젊죠!! 그런데 요즘 젊은 사람들 중에 암에 걸린 사람들이 많이 보여요,, 환경오염과 식생활이 큰 작용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쓸개가 더 보통 말인가요??^^;; 전문적인 용어랑 일반적인 용어랑 좀 다른 것 같아요. 영어도 그렇거든요. 12시간 수술하는 의사와 간호사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요. 특히 그 의사는 보통 수술이 4시간인 분이라... 어쨌든 아무리 그래도 신경과나 심장 수술도 아닌데 넘 오래 걸렸어요.ㅠㅠ

프레이야 2022-12-01 02:29   좋아요 2 | URL
구름의 시간 좋으네요 이름. 같이 잘되길 바라고 싶어요. ㅎㅎ 아이들 나이 비슷한 사람 보면 그냥 일반적인 데서도 다시 보게 되던데 환자라 더 그렇겠어요. 아무리 봐도 간호사는 저같이 에너지 달리는 사람은 못 할 것 같아요. 라로님 대단! 회복실 근무 나름 좋아보여요 나아져서 나가고 또 새로운 사람 들어오고 바쁘고 보람되겠어요.

라로 2022-12-01 16:33   좋아요 2 | URL
그래요, 우리 같이 바랍시다!!^^ 맞아요,, 이제 더구나 내 나이가 얼마나 많은지 느껴지니까 더 그런 것 같아요.ㅠㅠ 마이 늙었어요.ㅠㅠ 저도 에너지 달려요,,ㅋㅋ 더구나 늦게 시작해서 더. 그래서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정말 마지막으로) 공부를 더 해보려고요. 어느 것이든 쉽지는 않지만,,, 끝까지 살아남자!! ㅋㅋㅋ 프야님처럼 글을 잘 쓰는 능력이 있으면 좋겠어요!! 많이 부러워요!!^^
회복실은 정말 말씀처럼 거의 대부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회복해서 보내고 하니까 좋아요. 중환자실처럼 죽어서 보내거나 최소한 삼 일에서 한 달 정도 계속 돌봐야 하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서요. 일단 에너지가 중환자실과는 다르죠. 12시간 수술받은 환자를 중환자실에서 회복시켰는데 중환자실에 오랜만에 가니까 우울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