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으면서 좀 먼 미래의 계획을 앞당기기로 했다. 책은 이렇게 우리를 가끔 부추긴다니까!


사실 나는 BSN을 받은 이후로 간호대를 다니고, 자격증 시험을 보고, 다시 BSN을 받기 위해 공부하던 나름 치열했던 시간들을 어찌 보냈는지도 모르게 이제는 일하는 시간이 아니면 거의 한량처럼 지내지만, (한량은 관직을 그만둔 사람을 지칭하니까 맞는 표현은 아니겠다, 그래서 건달처럼이라고 쓰려고 했더니 북한 속담에 돈 있으면 한량, 돈 없으면 건달이래,, ^^;;;) 어쨌든 일하는 시간 빼면 K드라마 (K드라마 하니까 생각나는 것. 어제 일식집에서 돈까스와 소바를 먹고 나오는데 맞은편에 있는 K-pop이라는 가게의 광고 문구를 남편이 읽는데 "K-pop, K-drama, K-food, K-clothes..." 그래서 뭐해? 장난 하냐? 그랬더니 그 집 문 앞에 쓰여있는 거 읽고 있다고,, 아놔~ㅋㅋㅋ) 보고, 뒹굴뒹굴 침대에 널브러져서 자거나, 쇼핑하는 것으로 위로를 받고, 그것도 아니면 케세라세라세라.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케세라세라도 하루 이틀인 것 같다. 다시 DNP를 향해 달려가고 싶은 그런 욕망(?)이라고나 할까? 가만히 고여있지 말자는 마지막 외침? 사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기도 전부터 어느 학교를 갈까?를 고심하고 있었다. 간호대는 의대처럼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가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 의대는 그래도 어느 의대를 나왔느냐에 따라 레지던트 할 수 있는 병원을 선택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니까 이왕이면 좋은 대학을 나오는 것이 이롭지만, 간호대는 레지던트의 개념이 별로 없는 데다 코로나 이후로 간호사가 절대 부족한 상황이라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보다 어떤 경력을 가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의대도 레지던트가 끝나면 여기선 거의 대부분 내 의사가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나 같은 사람 빼고.


어쨌든 위의 설명은 혹시 간호에 관심 있는 분을 위한 보충 설명(?)이었는데, 나는 한국인이라 그런지 그런 것을 알면서도 학교 이름에 목을 매는 경향이 있다. 이거 정말 필요 없는 것인데 내가 이불커버와 이불이 합체된 이불을 선택하지 못하고 이불 따로 커버 따로 된 것을 사용하는 강박관념(?)과도 비슷한 것 같다. 



한국인은 예를 들어 빨치산이었던 사람이든 아니든 모든 사람이 학위(?)나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에 따라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가의 아버지는 안 그럴 줄 알았는데 그도 아닌 것 보니 나 같은 인간이 이렇게 전전긍긍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는 자연스러운 이해.^^;;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정지아 작가는 이 책에서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글을 쓴 것이 있는데 (이 책은 주로 아버지에 대한 얘기라 어머니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 부분이 가장 자세했던 것 같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뭉클했다, 엄마 생각이 나서.


비록 국졸이긴 하나 구례서 어머니처럼 지적인 사람은 흔치 않았다. 차분하고 음전한 데다 깊은 눈빛에 교양 있는 말솜씨 하며, 판검사나 작가라고 해도 수긍할 만한 분위기였다. 늘 책을 끼고 사는 어머니를 교장쯤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매일 아침 등굣길에 나를 데리러 오던 국민학교 선배의 첫사랑도 바로 어머니였다.


-전자책


이런 작가의 어머니가 그 옛날 사회주의에 발을 디딘 이유는,


그런데 기실 어머니의 사회주의란 첫사랑, 좀더 풀어쓰자면 여자도 공부를 할 수 있는 세상, 가난한 자도 인간 대접받는 세상에 불과했다.


-전자책


여자도 공부할 수 있는 세상에 살지 못했던 작가나 내 부모님 세대를 생각하면 지금은 모질게 마음을 먹으면 여자(가 공부 더 잘한다. 의대에도 여학생의 비율이 남학생을 앞질렀다고 한다), 더구나 기혼 여자도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리고 공부를 뒤늦게 해보니까 공부를 하면 계속 문이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별은 물론 나이를 떠나서 공부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 말은 나에게 다시 하는 말이다. 이제 슬슬 어느 학교의 문이든 문을 두드릴 준비를 할 시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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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9-29 13: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공부를 하면 계속 문이 열린다! 명언이십니다~^^ 공부는 언제 시작하는지보다 얼마나 오래 지속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에요^^ 물론 더 일찍 오래 지속한다면 퍼펙트겠지만요!
<아버지의 해방일기> 좋다고 하셔서 저도 조용히 찜해봅니다ㅎㅎㅎ

라로 2022-09-29 13:24   좋아요 3 | URL
넵!! 오래 지속하느냐의 중요성 잊지 않겠습니다!!^^
맞아요, 저는 너무 늦게 시작했어요,, 그래도 이제라도 해서 다행이라 생각해요,,
페퍽트한 생은 별 의미가 없잖아요? ^^;;;
<아버지의 해방일지> 의외로 좋았어요, 거리의화가님은 어찌 읽으실지 궁금해요~!^^

레삭매냐 2022-09-29 13: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제 공부는 그마아안 ~~~

제가 그렇다는 말이고, 라로님
의 진학과 공부를 응원하는
바입니다.

물론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게
많긴 하지만요 ㅋㅋㅋ
빠이팅.

라로 2022-09-29 13:28   좋아요 3 | URL
레샥매냐님은 솔직히 공부를 많이 하신 분 같고요
좋은 학교도 나오셨을 것 같아요. (저 그 생각 솔직히 했거든요.^^;;)
그러니 그마아안은 당연하실 것 같고요.^^

저는 이제 제 인생의 한(ㅎㅎㅎㅎ)을 풀어야
할 거 같아요. (뭔 말인지;;;)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 건 우리같이
책 좋아하는 닝겐들에게
다 해당하지 않을까요? (매냐님 흉내 말투;;;)
그리고 지금도 열심히 읽으시고
쓰시고!! (존경스럽고요.^^;;)
빠이팅 자주 해주세요!!! ^^;;;
힘이 된답니다!!^^

blanca 2022-09-29 15: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라로님의 또 다른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기대됩니다.

라로 2022-09-29 17:36   좋아요 1 | URL
네,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사서 고생 하려고요. ㅎㅎㅎ 그래야 남은 인생(?) 후회하면서 살지 않을 것 같고요 (^^;;)
또 하려면 제 나이가 있으니 너무 늦게 하는 것보다 차라리 하루라도 일찍이 낫지 않을까 싶어서요.
기대에 부응하도록 아자아자!!!^^

파이버 2022-09-29 21: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버지의 해방일지] 재밌나보네요~ 요즘 북플에 자주 들어오지 못하는데도 눈에 계속 밟힙니다.

라로님 어떤 도전이든 응원합니다. 라로님의 페이퍼는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글입니다.^^♡

라로 2022-09-30 14:50   좋아요 2 | URL
재밌게 봤어요!! 빨치산 뭐 이래서 무거운 주제인 줄 알았는데 블랙유머가 제대로에요.^^;; 파이버님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제가 응원이 많이 필요한 사람이에요!! ^^ 제 페이퍼가 다른 분들에게도 용기를 줄 수 있다면 제가 감사하죠!!^^

난티나무 2022-09-29 23: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믓찌다!!!!!! 🙌

라로 2022-09-30 15:04   좋아요 1 | URL
저는 난티님이 더 믓찐데 저도 믓찌다시니까 그냥 좋하요!!!!!😍🥰😘

psyche 2022-10-01 12: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심으로 리스펙트하고 응원합니다!!!

라로 2022-10-02 13:29   좋아요 0 | URL
프님의 응원의 저의 힘!!! 늘 감사하고 있는 거 아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