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오 영감>은 영 나와 맞지 않아서 꾸역꾸역 읽었다. 너무 정신없는 소설이었다. 정신없는 소설이니까 적으면서 읽었으면 좀 더 좋았겠지만, 그런 습관이 되어 있지 않은 내가 갑자기 그렇게 읽는 것도 그렇고, 암튼, 발자크의 작품을 꼭 읽고 싶었는데 실망. 하지만 발자크 들어간 책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와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은 다 너무 좋았는데.
지금도 한국에서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를 전철 안에서 읽었던 순간이 아주 또렷하게 기억난다. 그날 내가 입은 옷과 들었던 가방까지.
기억력 나쁜 나라서 이 책의 내용은 정말 기억이 가물가물 할 정도도 아니라 까맣지만, 그 책을 읽으며 너무 좋았던 느낌은 고스란히 기억이 된다.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도 얼마나 재밌게 읽었는지! 츠바이크가 얼마나 발자크에 대해 잘 썼으면 발자크가 죽을 때(책에서;;;) 얼마나 울었나. 무지 슬펐다. 자유인 발자크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았는데 <고리오 영감>은 왜 이리 정신없는 책인지. 아무래도 번역 때문이 아닐까? 특별히 말투가 너무 싫었다. 번역하신 분도 마지막에 우리말로 옮기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고 썼던데.... 많이 안타깝다. 그런데 발자크의 책은 읽어내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니 언제 다시 발자크의 책과 어떤 식으로든 만나더라도 읽어 낼 수 있을지...
흔히 발자크의 작품을 읽어내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아마도 그의 작품에는 종교, 전설, 철학, 역사, 과학, 정치, 신비주의 등이 뒤섞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말로 옮기는 것도 만만하지가 않았다. 최선을 다했지만 불만스러운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될 수 있는 대로 쉬운 말로 옮기려고 했고, 문장 길이도 가능한 짧게 했다. 대화체도 대화자의 신분을 고려해서 그것에 걸맞게 옮기려 했다. 원전을 망가뜨리지 않는 틀 안에서 읽는 이의 접근이 쉽도록 노력했다.
-옮긴이의 작품 해설 중
3월도 다 가고 있는데 3월에 시작해서 읽지 못한 책이 세 권이다. 하나는 브라이언 그린의 <엔드 오브 타임>,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앙이로소이다>, 그리고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브라이언 그린의 책은 처음에 재밌었는데 갈수록 뭔 말인지 알아먹지를 못했고, 소세키의 책은 1장은 재밌었는데 2장은 넘 지루했다. 그리고 길건끝은 맘이 아파서, 속상해서 더 이상 못 읽고 있다. 내가 이렇게 읽지 못할 정도면 그 생활을 한 사람은 오죽했을까!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고 답이 없는 얘기가 계속 이어지니 답답하고,,, 그래서 멈췄다.
그래도 3월이 가기 전에 저 3 책 중에서 한 권이라도 마치려고 다시 <나는 고앙이로소이다>의 3장을 읽기 시작했는데 다시 넘 웃기다!!ㅎㅎㅎㅎㅎㅎㅎ 너무 웃겨!!! 책을 사들이는 주인을 흉보는 아내의 글을 보면 어쩜 주인이 나와 너무 비슷한지. 책만 무턱대고 사들이는데 읽는 건?
뭐, 특별한 도락은 없는데, 읽지도 않는 책만 무턱대고 사들여서요. 그것도 적당히 골라서 사들이면 좋을 텐데, 마루젠(丸善)에 가서 멋대로 몇 권이나 가져와 놓고는 월말이면 시치미를 뚝 떼고 있다니까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3장 중
나는 시치미를 떼는 것은 물론 남편에게 거짓말까지 한다. 이거 예전에 산 거야, 또는 선물 받은 거야, 등등 상황에 따라서 할 수 있는 한 하면서 거짓말이 막힐 때는 벌컥 화도 낸다는.ㅠㅠ 하아~~~ 미안해 남편.ㅠㅠ
어쨌든 이 3장은 재밌다. 코에 대해서 3명의 남자가 얼마나 오랫동안 얘기할 수 있는지도 놀랍지만 자세히 읽으면 풍자가 끝이 없다.ㅎㅎㅎ 고양이의 노블한 행동도 그럴듯하게 표현한 것을 읽는 것도 즐겁고. 고양이 안 좋아하는 일인인데 이 정도면 수컷 고양이는 괜찮지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니야, 그래도 도리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