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퍼도 샀고 그라인더도 샀다. 그리고 그라인더에 갈아서 마실 커피빈을 어디서 살까? 고민을 하다가 "이왕 시작하는 거 블루 바틀로 해보지 뭐"라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26짜리 커피를 $20에 주는데 배송비 무료라고 해서 2셋트를 주문 했는데(지난주 금욜인가?) 오늘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뚫고 도착했다. 

작고 단단하게 포장된 박스가 꽤 무거웠다. 두 개 주문했는데 뭐가 이렇게 무겁지? 했는데 4개가 들어있다! 헐~ 짱이야.

이렇게 들어있지는 않고 겹쳐서 들어 있었다.

박스를 들었을 때부터 진한 커피향이 너무 좋은 거다!!@@ 우와, 로스트 된 커피 빈은 이렇게 냄새가 죽이는구나!! 진한 버터 향에 커피향이 가미된 듯 어질어질하더라는. (철분이 부족한 이유도 있지만;;;)

그리고 봉투에 보이는 아주 작은 구멍이 환기 구멍인 것 같다. 과학적으로 구멍을 낸 이유가 있을 거라고 혼자 이해한다. 이런 건 몰라도 괜히 이해가 되는 것 같은 느낌.

그리고 하나를 선택하기 힘들었지만 어쩐지 Giant steps라는 이름의 커피 빈으로 시작해야 할 거 같아서 그것을 열어서 새로 산 그라인더에 조금만 넣고 갈았다. 정말 아주 조금. 아 놔~~. 조금인데도 이렇게 힘이 들다닛!! 그래서 사람들이 자동으로 사는구나!!ㅠㅠ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자동으로 살 걸 그랬나? 싶었지만, 앞으로는 한두 번 마실 정도만 갈아서 사용하는 것으로. 이런 것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아. 하아~.

내 커피 그라인더는 하리오 제품이다. 블루 바틀에서 파는 단 하나의 수동 제품이라 샀는데 역시 아마존에서 $10정도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안 비밀.

커피가 갈아진 색도 신선한 것처럼 느껴지는 연한 밤색. 톱밥이 쌓인 것처럼 뭔가 폭신폭신해 보이면서 이쁘다.

역시 버터 향과 비슷한 기름 냄새가 났는데 커피를 내리는데 위에 진한 거품과 함께(예전에 보지 못했던) 기름기가 보인다. 이거 보는 맛으로 사람들이 드립을 해서 마실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쁘다.


이제 살 것은 드립용 주전자가 남았다. 나는 항상 이 주전자에 대한 환상이 있었는데 그건 구리로 된 제품을 사고 싶다는 것. 백조의 목처럼 부드럽게 구부러진 것을 사야지. 그런데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꼭 좋은 것일 필요는 없으니까 언제 시간 나면 앤티크 샵을 뒤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저 4봉지의 커피를 갈아 마시려면 한 6개월은 걸릴 것 같다. 6개월 후엔 블루 바틀 커피 섭스크립션(coffee subscriptions)을 신청하는 거야. 


책의 첫 부분은 좀 많이 지루하다. 인물 소개가 특별한 것이 없고, 좀 과장되고, 무성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더 그랬지만 얀 마텔의 충고는 정말 유용해서 꾹 참으며 읽고 있는데 이제 드디어 고리오 영감에 대한 설명이 나오기 시작한다. 읽다가 수면제를 먹은 탓에 졸리기도 해서 고리오 영감이 처음엔 돈이 많았다는 부분, 넥타이핀에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는 것을 갖고 있을 정도이니 정말 돈이 많았겠구나,,, 생각하는데 잠이 들어서 좀 전에 일어났다. 숙제 다 하고 마저 읽어야지. 지겨운 숙제는 학기가 끝날 때까지 7개 정도 남은 것 같다. 나는 다 할 수 있어. 다 하고 2022년 5월에 학위 하나를 더 따고 남은 시간은 좀 쉬면서 열심히 책 읽을 거야. 나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잖아? 응??^^;;;;


암튼, 중요한 것은 밤에 일하는 것이 힘들어서 낮에 일하는 자리가 마침 나왔길래 디렉터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신청했다. 밤에 일하는 사람이 부족해서 거절할 줄 알았는데 디렉터가 하는 말이 취직이 된 이후로 부탁한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에 너의 부탁을 들어주고 싶지만 7월까지는 힘들 것 같다며 7월 10일 이후로 낮에 일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대박. 사실 밤에 나는 서열 4위가 되었기 때문에 낮으로 가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작년 벙어리 1년, 귀머거리 1년, 그리고 장님 1년과 같은 생활을 했더니 이렇게 알아주는구나 싶고,,, 뭉클했다. 인내심을 가지고 열심히 참은 나를 칭찬한다. 물론 그런 인내심을 발휘하기 위해서 지름신이 엄청 강림했지만서도.ㅠㅠ


"나는 내가 되고자 했던 그 사람이다."라는 강력한 문구에 이끌려 이 책을 클릭했다. 우와~ 대단하다. 


사실 어제 일요일, 아니 좀 전에 12시가 지났으니까 그제 일요일 오래 전에 친하게 지냈던 J라는 교회 친구가 손녀딸을 데리고 왔다. 너무 이뻤다. 서양 사람들이 대체로 이목구비가 또렷해서 이쁘지만, 이 손녀는 이제 16살인데 영화배우처럼 예쁘게 생겼다. 보고 감탄했고 자꾸 보게 되었는데 나는 아주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J와 30여년 전에 알게 되었지만, 그녀는 우리가 한국에 나올 때 연락이 끊겨서 세세한 소식은 잘 모르고 미국에 돌아와서 딱 한 번 만났을 뿐이고 그때도 그녀 동생의 아들 결혼식에서 본 거라서 많은 얘기를 할 수 없어서 잘 몰랐다. 이번에 와서 그 손녀의 엄마가(자기 딸)수술을 받느라 자기 집에서 함께 지내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 데리고 왔다고 하면서 자기의 딸인 J(J는 아이들이 9명인가? 그런데 모든 아이들 이름의 첫 글자가 J라는.^^;;;)가 성장하면서 장애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드디어 이번에 수술을 받았다고. 


나에게 엑스레이 사진 두 장을 보여줬는데 그런 케이스에 대해서 배웠어도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다. 나는 그 딸에게 장애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Scoliosis라는 장애이다. 한국어로 찾아보니 척추측만증이라고 나온다. 이 딸은 앞에서 봤을 때 S로 휘어진 병이다. 암튼 이 집안에 있는 유전병으로 인한 것이라고 하는데 자기도 그 유전병이 있지만(이 부분에서 정말 깜놀) 자기는 거의 눈에 보이지 않게 나타났는데 딸은 아주 심했다. 청소년 시기부터 나타났기 때문에 내가 알지 못했던 거다. 아무튼 그런 장애가 있는 딸이 지금까지 장애를 딛고 너무 잘 살고 있었다. 학교도 잘 다녔고, 학교에서도 운동을 했고, 좋은 남자와 결혼도 했고, 어여쁜 딸도 있고, 드디어 수술도 했고. 너무 놀랐고, 그렇게 딸을 잘 키운 친구가 자랑스러웠고,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신뢰할 만한 정부를 창조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우리에게 어떤 일이 닥치든 그저 수용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민주주의 정부를 소중히 여기고, 그것에 지속적으로 투자한다면 우리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것이 복잡하다고 느껴질 때 포기하고 싶은 유혹에 저항해야 한다. (...) "당신의 목숨이 거기 달려 있다는 생각으로 투표하라. 진짜로 당신 목숨이 달려 있으니까!"


알라딘 책소개 페이지에서

어떤 지도자를 뽑는지에 목숨이 달려있다는 말이 폐부를 찌른다. 우리처럼 장애가 없는 사람보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그 차이는 이런 책을 읽어야 알 수 있는 나 자신이 좀 한심하지만, 모두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장애인이 되었고, 시민이 되었고, 결국 내가 되었다.  -알라딘 책소개 중


우리 모두는 어쩌면 다 장애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시민이 되었음에도 아직 시민이 되지 못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드니 결국 내가 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되기 위해 내 앞에 놓여있는 선택들에 신중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강해지면서 결국 내가 되어 갈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전히 내가 되어가는 중이라는 사실에 한편으로 안도하게 된다. 어쨌든 시작과 다르게 나답지 않게 너무 담담한 글이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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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3-29 17: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ㅎㅎ 뭔가 장비부자 같사옵니다 내가 되어가는 중이란 말 참 좋네요. 라로님 ~ 저 어릴 적 친구 하나가 예쁜 어린이 선발대회 출신인데 정말 예뻤어요. 걔랑 있음 애들이 쿤타킨테랑 주인집 아가씨랑 있는거 같다고 ㅋㅋ 늙으니 똑같네요. 뭐 라고 우겨봅니다 ~

라로 2022-03-29 17:34   좋아요 3 | URL
뭘 시작하면 일단 장비빨로 앞서고자 합니다용,,ㅎㅎㅎㅎㅎㅎㅎ 어려서 예쁜 사람들 넘 부러웠는데 말씀처럼 늙으니 똑같을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안 이뻤던 사람들이 더 멋지게 늙는 거 같지 않아요효??? 근데 미니님은 어려서도 이뻤을 것 같아요, 야무지고 똘똘하고 뭐 그런 어린이었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

레삭매냐 2022-03-29 18: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커피 내리시기 취미?
멋지시네요.

말로만 듣고 마셔 보지
못한 블루 빠틀도 궁금하네요 ㅋ

라로 2022-03-29 18:17   좋아요 3 | URL
그건 아니고요,, 커피 중독이 될 것 같아서요.^^;;
예전엔 신맛이라는 둥 뭐 이런 거 잘 모르고
쓴맛 뿐이라고 느꼈거든요.
이런데 이거 마셔보니까 신맛이라는 게 뭔지
알 것 같았어요.^^;;;

저는 아는 것이 없어서,,,
블루 빠틀이 다른 커피 회사가 하지 않는 것을 하네요.
섭스크립션요. 요즘 자동차 기름값도 비싸고 하니까
우편으로 주문,, 앞으로 다양한 커피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뭐 그런 착각을;;;

꼬마요정 2022-03-29 19: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이러시다가 커피메이커도 사고, 에스프레소 샷 내리는 기구도 사고, 캡슐 커피 기계도 사시게 될 지 몰라요 ㅎㅎㅎ 그러다 나중에는 후라이팬에 생두를 볶아보실지도…

라로 2022-03-30 00:11   좋아요 2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러니까요!!ㅋㅋㅋ 후라이팬에 생두 볶는 제 모습이 상상이 가네요. 여기서 멈춰야 합니다!!^^;;;;ㅠㅠ

희선 2022-03-30 01: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원두를 갈아서 커피를 내려 마시면 멋지겠네요 가는 게 힘들다니... 조금씩 커피 마시고 싶으실 때 갈면 괜찮겠지요 그렇게 하면 여유도 생길 것 같습니다 다음엔 주전자 마음에 드시는 거 찾으시기 바랍니다


희선

라로 2022-03-30 13:12   좋아요 1 | URL
멋진 건 모르겠지만 확실히 신선한 것 같기는 해요.^^ 그런데 정말 가는 게 힘들어요.^^;;; 얼마 안 갈았는데도 오래 걸리고요. 암튼 운동이라고 생각하기로,,^^;; 마음에 드는 주전자 찾으면 희선님 덕분이라고 생각할께요!! 고맙습니다.^^

psyche 2022-04-05 1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즈넥 전기주전자도 많더라고요. 근데 어쩐지 라로님은 스토브 위에서 끓이는 진짜 주전자를 좋아하실 듯. ㅎㅎ

라로 2022-04-06 17:45   좋아요 0 | URL
저는 여기 사무실에서 사용할거라 스토브에서 사용하는 거(뭐 상관없나요?? 뜨거운 물 부어서 사용하면 되니까??ㅋ) 그런데 전기받침 있는 그런 거는 안 살 것 같아요. 여기 사무실에 뜨거운 물 나오는 정수기 있거든요.ㅋㅋ 암튼 근데 선택이 넘 많아서 선택장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