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절대로 잊지 않지.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 앞에서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거고, 아이들이 자러 간 다음에야 한숨 돌리는 거야.

이제 그녀는 그 누구에 대해서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홀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었다. 바로 그것이 그녀가 이제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 생각하는 것. 아니 생각하는 것조차도 아니고, 그저 잠자코 있는 것, 혼자 있는 것. 모든 존재와 행위가, 팽창하고 번쩍이고 소리 내는 것들이 사라지고 줄어들어 거의 엄숙한 가운데 자기 자신이 되는 것,

그녀의 지평은 무한해 보였다. 그녀가 가보지 못한 곳들이 얼마든지 있었다. 인도의 평원이라든가. 자신이 로마 어느 교회의 두꺼운 가죽 커튼을 열어젖히는 모습도 상상해 보았다. 이 어둠의 핵심은 어디든 갈 수 있었다. 아무의 눈에도 띄지 않으니까. 그들이 막을 수 없지, 하고 그녀는 기뻐하며 생각했다.

자유가 있고, 평화가 있고, 무엇보다 반갑게도, 자신을 한데 모아 안정된 발판 위에서 안식할 수 있었다.

자기 자신을 잃어야만 초조하고 분주하고 소란스러운 것들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진실들 사이에 끼어든 이 진심이 담기지 않은 말이 마음에 걸려 짜증스러웠다.

그녀의 지성은 이 세상에 이성도 질서도 정의도 없다는 사실, 고통과 죽음과 가난한 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항상 알고 있었다. 이 세상에 너무 비열해서 저지르지 못할 배신 따위는 없다는 것, 그 또한 알고 있었다.

어떤 행복도 영구적이지 않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하도 기막히게 잘생겨서 해고할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앤드루가 장학금을 탄다면 무척 자랑스러우리라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못 탄다고 해도 그녀는 똑같이 자랑스러우리라는 것이 그녀의 대답이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항상 그렇게 의견이 엇갈렸지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아니, 그런 것까지는 함께할 수 없었다. 그런 것까지는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모든 가난과 모든 고통이 그렇게 집약되는 것이라고 램지 부인은 생각했다.

온종일 주머니에 빵 한 조각만 넣고 돌아다니기에 그는 너무 늙었다.

누구나 다 티치아노가 될 수 없고, 누구나 다 다윈이 될 수는 없지요, 그는 말했다. 또 한편으로는 우리 자신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없다면 다윈도 티치아노도 없으리라 생각한다고.

어느새 잔디밭 끝에 이르러 그가 그녀에게 런던에서 그림 소재를 찾기는 어렵지 않느냐고 묻는데, 언뜻 고개를 돌리니 램지 내외가 보였다. 그러니까 저런 것이 결혼이야, 하고 릴리는 생각했다.

사람들은 뭔가 원하는 게 있는 법이므로,

「이러다 바다에 갇히겠어!」 민타가 더럭 겁이 나서 비명을 질렀다. 마치 당장 그러기라도 할 것처럼. 황소가 나타났을 때와 똑같아 ─ 도대체 자기 감정을 다스리질 못하잖아, 앤드루는 생각했다.

낸시는 그녀가 브로치를 잃어버린 것도 속상하겠지만 그저 그 때문에만 우는 것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인가 다른 이유로도 우는 것이었다. 차라리 다 같이 주저앉아서 울어 버릴까. 하지만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다시금 그녀는 오랜 숙적인 삶의 면전에 홀로 있는 느낌이 들었다.

밀드레드는 야심작인 뵈프앙도브까지 만들었던 것이다.

그녀가 언제든 재미있어하는 것은 까마귀들이 어느 나무에 내려앉을까 망설이는 듯한 광경이었다.

매번 그들은 마음을 바꾸어 다시금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듯했는데, 그녀가 생각하기에 그건 우두머리인 늙은 까마귀, 그녀가 조셉 영감이라 이름 붙인 까마귀가 매우 까다로운 새였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향해 품는 모든 감정은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한다고 램지 부인은 생각했다. 보답으로 줄 수 있는 것이 너무 적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어머니니까 다른 세상에 사는 것이다.

다락방에, 침실에, 자기만의 구석에, 제각기 흩어져서, 읽거나 쓰거나 마지막 머리 손질을 하거나 옷을 잠그거나 하던 모든 사람이 그 모든 것을 멈추고, 세면대와 화장대에 자질구레한 것들을 그대로 놔둔 채, 침대 머리맡에 소설책을, 그토록 비밀스러운 일기들을 내버려 둔 채, 저녁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모여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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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2-01-27 14: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은 절대로 잊지 않지... 저 문장을 보니 저는 어릴 적 일들 거의 다 까먹었거든요.
그런데 엔양은 별 걸 다 기억하더라고요. 어쩐지 뭔가 손해나고 억울한 느낌이....

라로 2022-01-29 19:54   좋아요 1 | URL
그래도 프님은 저보다 기억력 좋으세요!! 저는 정말 ㅠㅠ 근데 H양도 별거 다 기억해서 저도 같은 느낌이에요!! 아참 H양 왔어요!! 오늘 마침 일을 안 해서 저도 공항에 가서 만났어요. 엘에이엑스 공사하느라 미친 공항이구요. 다시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고요.ㅠㅠ 저는 이제 아이가 아니니까 많이, 아니 다 잊어도 용서가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