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죽이 식었다거나 하는 이유로 노발대발하는 까다로운 늙은이가 우리를 가르치다니? 하는 것이 요즘 젊은이들의 불평이라는 것이었다.

「다소 위선자 같은 데가 있지요?」 뱅크스 씨도 램지 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자신의 우정이나, 캠이 자기에게 꽃을 주지 않은 것이나, 램지의 아들딸에 대해, 그리고 안락하기는 하지만 아내가 죽은 후로 적막해진 자신의 집에 대해 생각하던 참이었다.

물론 그에게는 일이 있었지만…하여간, 그는 램지가 〈다소 위선자 같다〉는 자기 말에 릴리가 찬성해 주었으면 싶었다.

다소 위선자 같다고? 그녀는 되뇌었다. 아니, 절대로 그렇지 않아 ─ 더없이 진지하고, 더없이 진실하고(그가 가까이 와 있었다), 더없이 좋은 사람이지. 하지만 고개를 숙이면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기 자신에만 몰두해 있고, 폭군 같고, 부당해. 그래서 그녀는 일부러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삶이란 낱낱이 살아지는 사소한 일들로 이루어지다가도 또 일시에 파도처럼 커다란 전체가 되어 사람을 휘말아 올리기도 하고 해변에 철썩 던져 버리기도 하는구나 하고 느껴지는 것이었다.

대상을 붙잡으려는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사랑, 하지만 수학자들이 수학 기호에 바치는 사랑이나 시인들이 시구에 바치는 사랑처럼, 온 세상에 퍼져 인류의 성취에 기여하는 사랑이었다.

왜 저 여자가 그토록 마음을 기쁘게 하는지, 아들에게 동화를 읽어 주는 그녀의 모습이 마치 과학 문제를 풀었을 때와 똑같은 효과를 미치는지, 그래서 그것을 바라보면 뿌듯하여 마치 식물의 소화 기관에 대해 무엇인가 절대적인 것을 증명했을 때와도 같은 느낌이 드는지, 야만성이 정복되고 혼돈의 지배가 억제되었다고 느껴지는지, 뱅크스 씨가 말할 수만 있다면, 온 세상이 어떻게든 그 사랑을 나누어 가질 것이었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그녀는 거기에 자기만의 시선을 더했다. 부인이(책 위에 고개 숙인 모습이) 더없이 아름답고 아마도 더없이 선한 사람이라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저 눈에 보이는 완벽한 모습과는 다르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램지 부인은 어떻게 다른 걸까? 그녀 안에 있는 정신은, 본질적인 것은, 가령 소파 구석에서 구겨진 장갑 한 짝을 찾는다고 할 경우 손가락 부분이 꼬인 모양이라든가, 하여간 그녀의 것임에 틀림없다고 알아볼 만한 것은 대체 무엇일까?

왜냐하면 세상에서 어떤 영광을 누린다 해도(하지만 램지 부인은 그녀의 그림에 눈곱만 한 관심도 없었다), 또는 승리를 거둔다 해도(아마 램지 부인은 자기 몫의 승리를 거두었을 것이다), 하고 말하다가 그녀는 문득 서글프고 우울한 표정으로 자기 의자로 돌아와 앉으며, 이 점에는 이의의 여지가 없다고, 결혼하지 않은 여자는, 하고 말하면서 릴리의 손을 살짝 잡았다.

결혼하지 않은 여자는 인생에서 최고의 것을 놓친 것이라고. 집은 잠든 아이들로 가득한 듯했다. 램지 부인은 귀를 기울였다. 집은 갓을 씌운 등불과 규칙적인 숨소리로 가득했다.

그녀는 혼자 있고 싶고, 자기 자신이 되기를 원한다, 결혼에 맞는 사람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자기처럼 어설프게 대충대충 살 수는 없으니까.

그렇다면 도대체 사람들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단 말인가? 다들 그렇게 밀봉되어 있는데?

그래도 누군가 다른 사람의 눈이 자신의 33년간의 잔재를 본다는 것, 나날의 삶이 그동안 그녀가 한 번이라도 입 밖에 내어 말하거나 내보인 것보다 더 은밀한 무엇인가와 섞여 있는 퇴적물을 본다는 것은 고문과도 같았다. 그러면서도 엄청나게 흥분되는 일이기도 했다.

걸쇠는 화구통과 잔디밭과 뱅크스 씨와 쏜살같이 스쳐 가는 저 개구쟁이 캠을 하나의 원 안에 영원히 감싸 안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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