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도 신지 않았던 Dr. Martens 부츠를 처음으로 사서 신었다. 하하;;;

그리고 그 위에 라이더 가죽 잠바를 입고 치마를 입었다. 검정 가방 메고,, 완전 오늘 젊은 아가씨들 흉내를 내며 다녔다. 간호대 다녔을 때 친구들을 만났는데 아이들이 나더러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거냐고 우스게로 말하는 것도 기분 좋게 들리고,,, 나는 아무래도 퇴화하는 것이 아닌지.. 그건 아무래도 내 스트레스 지수가 수직으로 상승하기 때문일거야!!


시험을 봤는데 정말 이렇게 어려운 시험 처음이었다. 에세이 2개도 어떻게 말이 되게라도 썼기를 바랄뿐이다. 뭐라고 썼는지도 기억에 없다. 객관식이 37문제라서 반은 맞을 자신이 있다고 착각을 했던 것도 지금 생각하면 우습다. 온라인 수업이라 시험을 다 보면 최소 점수를 받은 사람은 누군지 최고 점수를 받은 사람이 누군지는 안 나오지만, 최소 점수와 최고 점수가 나오는데 교수님이 이 시험이 어려워 다들 죽을 썼다고 기본 점수 20점을 주셨는데도 최고 점수 받은 사람의 점수가 74점이었다!! 하아~


간호학에서 낙제 점수는 72점부터다. 그러니까 최소한 73점을 받아야 한다는 소리인데 74점 받은 사람 빼고 다 낙제다.헐헐헐 웃음도 안 나온다. 내 점수는 아직 모른다. 왜냐하면 에세이 문젠 교수님이 직접 채점을 하시고 올리니까 아마 내일이나 모레쯤 내 점수가 나올 것 같은데 72점은 안 될 것 같다. 나만 못 본 것이 아니라서 다행이지만, 어떻게 이렇게 어려운 시험을 낼 생각을 하실 수가 있으신지!!! 좀 원망스러웠다. 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미 간호사가 된 사람들이고 쉽게 학위를 줘도 되는데,,,어쨌뜬 해부학 첫 시험 봤을 때 낙제였어도 이 수업보다 점수가 좋았었다는. ㅎㅎㅎ 해부학 수업 마지막엔 A를 받았지만, 이 시험은 학기말 시험도 중간고사보다 어려우면 어려웠지 쉬울 것 같지 않다. 어쨌뜬 정 떨어진 수업 생각은 그만하자.

아니, 한마디만 더, 어떻게 그렇게 자상하고 인자하신 교수님께서 이렇게 잔인한 문제를 내실 수가 있으신지,,, 아무리 생각해도 실화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우리 중환자실에도 짧은 기간 변화가 너무 많았다. 가장 큰 변화는 나와 함께 밤에 일하는 간호사들이 벌써 4명이나 그만두거나 다른 부서로 이동을 했는데 조조라고 별명을 지은 이쁘고 똑똑한 로마린다 대학교 간호학과를 나온 친구가 돈을 많이 벌 계획으로 트레블러 널스가 되려고 이미 신청을 해서 한 달 후에 우리 중환자실을 떠난다고 하고, 또 늘 나만 보면 뭔가를 가르쳐주려고 시간이 되는대로 나를 불러서 "Education Moment"라며 귀엽게 말하면서 이것저것 알려주던 조**이라는 남자 간호사도 수술실로 가려고 이미 인터뷰를 했단다. 아씨, 너무 슬프다. 이렇게 다 떠나고나면 고작 일 년도 안 된 내가 졸지에 고참이 되어 버리는 일이...ㅠㅠ 물론 내 위로 쟁쟁한 사람들이 있긴 있지만, 정규 멤버는 내 위에 겨우 4명이 남을 뿐이다. 어찌 이런 일이... 이제 나는 누구에게 배워야 하나? 아직도 배울 것이 너무 많은데...


그런데 나만 이렇게 애쓰고 고달픈 것이 아니었다.

황정은의 <일기>를 읽기 시작했는데 사람이 애쓴다고 하면서 풀어놓는 그녀의 일기에 그녀(황정은 작가)가 얼마나 애쓰는지 잠깐 나온다. 나는 몰랐다.
















작가는 글이 뚝딱 그냥 써지는 줄 알았더니, 책상 앞에 앉아서 애쓰고 있는 노동자였다. 나처럼 육체를 같이 움직여 주는 것이 노동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허리가 망가질 정도로 책상 앞에서 책을 읽고 좋은 글이 써질 때까지 고군분투하는 노동자.


우리는 다 노동자였구나... 왜 뭐 때문에 애쓰는지도 잘 모르면서 애쓰는 나를 비롯해서. 


어제는 우리 병원에서 트렌스포터로 일하는 J에게 점심을 사줬다. 너무 고마워서. 그녀가 아니면 나는 더 애써야 하는데 그녀 덕분에 덜 애써도 되었기 때문에. 먹고 남은 음식도 다 싸가지고 가라고 했더니, 자기 할머니가 살사를 아주 맛있게 만든다면서 다음에 만나면 주겠다고. 트렌스포터는 우리 병원 중환자실에서 꼭 필요한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 없으면 우리는 환자의 자세를 바꿔주지도 못하고 대소변을 치워주지도 못한다. 더구나 지난 주는 왜 뭐 때문에 도대체 나에게 200키로가 넘는 같은 환자를 계속 돌보도록 하는지 모르지만, J가 없었다면 나는 미쳐 돌아버렸을지도 모른다. J가 여자인데도 힘이 아주 쎄고 눈치가 빨라서 내가 해야 할 일의 50%를(과장해서;; 아마 25%;;;) 나눠서 해줬다. 그러니 점심 한 끼 푸짐하게 사는 거 뭐가 대수겠는가. 애쓰는 사람을 위해서 애써주는 사람에게 그 정도는 껌이다. 


사람이 애쓰지만, 그 애쓰는 사람들을 위해 측은한(?) 마음을 가지며 함께 애써주는 당신들, 복 받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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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거서 님, 돗자리 까세요.^^;
    from 라로의 서재 2021-10-26 15:57 
    아니, 돗자리는 제가 준비 해드릴까요??^^;;농담이고요,,,어제 시험 보고 정말 망했다고 생각했어요. 최고 점수가 74점이지만, 교수님이 제 에세이 점수에 만점을 주셨을 경우만 최고 점수를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아무래도 답변을 제대로 쓰지 않은 제 에세이가 만점을 받을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속은 쓰려도 포기하고 받아드렸는데,,, 새벽에 교수님이 채점을 하시고 (잠도 안 주무시는지;;;) 제게 이메일까지 보내셔서 제가 최고 점수를 받은
 
 
mini74 2021-10-25 13: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닥터 마틴. 우리 아이도 대딩되면서 하나 샀어요. 그 짱짱함과 튼튼함 ㅎㅎ 제가 학창시절 신은 신발을 아이도 신는다는 거 좋더라고요 ㅎ~~ 애써주시는 거 아는 것만으로도 라로님도 애쓰는 분 고마운 분 *^^*

라로 2021-10-25 13:47   좋아요 4 | URL
제 딸은 대딩 되었을 때 자기 돈으로 샀는데 별로 이뻐보이지 않았거든요,,^^;; 근데 오늘 제가 신고 넘 기분이 좋은 거에요... 막 젊어진 것 같고,,근데 정말 짱짱하고 튼튼한데 무거워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우리 미니님은 젊어서도 멋쟁이, 지금도 멋쟁이!! 그러니 엄마 닮은 아들도 멋쟁이죠!^^
우리 막내도 사주고 싶어요,,ㅋ

새파랑 2021-10-25 14: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라로님은 정말 젊게 사시는거 같아서 부럽고 존경스러워요~ 언제나 힘들어도 긍정적인 마음은 너무 배우고 싶어요~!! 라로님은 복 많이 받으실거 같아요 ^^

라로 2021-10-26 15:03   좋아요 2 | URL
앗! 이렇게 긍정적으로 좋게 말씀해주시니 넘 감사합니다!! 새파랑님 애정애정~~~.^^ 이렇게 남들에게 댓글 잘 달아주시고 좋은 말씀해주시는 새파랑님도 복 많이 받으실 거 같아요!!!^^

오거서 2021-10-25 15: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라로님이 최고점수일 것 같아요. 두둥~ ^^

라로 2021-10-26 15:03   좋아요 3 | URL
우왓!!! 오거서님 혹시 예지력을???ㅎㅎㅎㅎㅎ
결과가 어찌 그리 되었어요,,저도 지금 놀라고 있는 중이에요.^^;;;

psyche 2021-10-25 20: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신발 너무 이뻐요! 저기에 라이더 가죽 잠바라니! 넘 멋진 거 아니신가욤?
시험은 그래도 생각보다 잘 하셨을 듯. 이번에 잘 못 보셨어도 기말에서 커버하실 거에요.
그나저나 같이 일하는 간호사들이 많이 떠난다니 어째요. ㅜㅜ 그래도 애쓰는 라로님, 복 받으시길.

라로 2021-10-26 15:08   좋아요 3 | URL
요즘 저 발광을 하는 것일까요??ㅎㅎㅎㅎ 60세 되기 전에 좀 안 해본 것도 하고 젊게 울분을 털어내며 살아보고 싶은 것일까요??^^;;;
시험은 생각보다 너무 잘해서 저도 놀랐어요,,이건 완전 주관적인 점수를 받은 것 같아요.^^;;; 기말고사에서 커버 해야 하는데,,다 에세이 시험으로 돌리셔서,,,,열심히 해야지요,,ㅠㅠ
그러니까요!! 이제 남은 사람은 나이 많은 아줌마 두 분이랑(그분들은 경력은 많아도 차팅에 시간을 너무 보내시니까-컴퓨터를 잘 못하시니까- 누굴 도와주거나 가르칠 형편이 안 되고 오히려 저희가 도와드려야 해요,,ㅠㅠ- 다른 두 사람이 있긴 한데 좀 쌀쌀맞은 사람들이라,,,저도 앞날이 좀 고달파지겠구나 싶어요. 더구나 사실 직장은 동료애로 다니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맘붙였던 좋은 동료들이 우루루 다 떠나니까 넘 슬퍼요,, 의욕상실;;;;
저는 그렇지만, 우리 마음 따뜻하고 정 많으시고 훌륭하신 프님도 복 많이 받으시길요,, 우리 같이 복 많이 받아요!!!^^;;

han22598 2021-10-26 02: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밥 한끼에 사랑과 고마움을 담아 대접하실 수 있는 라로님은 참 따뜻한 분이신 것 같아요 ^^

라로 2021-10-26 15:10   좋아요 3 | URL
육체적으로 요즘 딸리니까 저렇게 도와주면 밥아니라 다른 것도 막 사주고 싶더라구요. 200킬로 넘는 사람을 혼자 간호하는 건 정말 거의 죽음이거든요.^^;;; 어쨌뜬 이렇게 다정한 댓글 달아주시는 한님도 아주 따뜻하신 분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