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나는 지난 주 너무 힘들었다. 간호사가 된 이후로, 아니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이후로 거의 매일 '너무 힘들다'를 달고 살았긴 했지만, 지난 주는 다른 사람 앞에서 눈물을 보일 만큼 힘들었었다. 그전에도 눈물이 글썽하려고 한 적은 있지만, 눈물이 막 떨어진 적은 처음이었다.


코로나 환자를 보게 되었다는 글은 저번에 올렸는데 그 환자들이 별로 힘들지 않아서 나는 그다음 날 코로나 환자를 돌 볼 순번이 아니지만, 비교적 쉬운 환자들이고 더구나 한 번 돌본 환자들이니 더 수월하겠지라는 꿍꿍이를 담고서 그 다음 날 저녁 간호사들의 환자를 지정하는 차지 간호사에게 같은 환자들을 맡고 싶다고 했었다. 그 글은 여기 클릭


그랬는데 아직 초짜인 나는 중환자실의 환자들이 아무리 경미해 보여도 중환자실로 온 이유가 있으며, 그 사람들의 컨디션은 하루하루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혼자 헛발질을 한 것이었다. 그 환자들은 그날 밤 정말 나를 난리부르스를 추게 만들었다는.ㅠㅠ 1번 2번 환자라고 하자. 1번 환자는 여자 환자인데 내가 가니까 갑자기 sedation을 하고 있었다. 환자가 기관 삽입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산소포화도가 나아지지 않고 더구나 완전히 깨어 있으니까 낮 동안 의사가 fully sedation하라는 오더를 줬다. 그런데 프로포폴이라는 약이 그 환자와 잘 맞지 않았는지 올리면 환자의 심장박동과 혈압이 바로 떨어지고, 약을 내리면 환자가 바로 깨어나고. 아 놔~. 어쩌라고.ㅠㅠ 더구나 밤이라 의사와 통화하기 넘 힘들어서 다른 약을 처방해 달라고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더더구나 그 환자의 의사는 전화해도 안 받는 것으로 유명하고. 나는 계속 약을 올렸다 내렸다 하고 있었다.


그리고 2번 환자. 이 사람은 vapotherm이라는 것을 하고 있었다. 67세인데 운동을 많이 했는지 몸에 군살도 없이 잘 다듬었고, 랩탑까지 가져와서 일을 하고 있을 정도로 쌩쌩해 보였는데 내가 맡고 나서부터 산소 포화도가 막 내려가.ㅠㅠ 의식이 있는 환자라서 그전에 이것저것 시키는 것도 많았는데 궁금한 것도 많아서 질문도 많아. 한번 그 환자의 방에 들어가서 다 도와주고 나가려고 하면 다시 불러서 가운을 벗었다 입었다 하기를 몇 번이나 할 정도. 그런데 산소 포화도가 내려가니까 이 사람이 기관 삽입을 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예전에 한 환자가 BiPAP을 썼다가 그날로 기관 삽입하고 그 다음날 죽었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이 앞서서 그 환자방의 창문 앞에다 내 컴퓨터를 가져다 놓고 일을 했다.


아, 정말 두 환자의 방이 옆에 붙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왔다리갔다리,,,그 와중에 그날 임시 차지널스였던 A에게 잔소리 듣고. 그래서 A에게, "내가 정말 중환자실 간호사로 자격이 없나 봐. 나같이 바보 같은 사람이 무슨 중환자실 간호사야!"이러면서 너 솔직히 나에 대한 평가를 해봐바,, 이러면서 얘기하다가 A가 하는 얘기 (좋은 얘기였음, 나를 칭찬하는-이건 다음에)를 들으면서 지난 세월(거의 8개월)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상처받아 팍삭 늙은 내 자신이 애처롭고,,, 내 자신에 다시 감정이입이 되어 눈물이 뚝뚝. 결국 A가 15분 쉬고 오라고. 쉬면서 눈물 닦고 다시 더 열심히 하자 결심하고 돌아와서 일을 잘 하고 있었는데 새벽 5시 30분에 2번째 환자의 배에 주사를 놔야 했다. 하지만, 2시간 정도 후면 임무 교대가 될 텐데 할 일이 너무 밀려있어서 마음이 조급했다. 그래서 사고를 냈다. 환자의 배에 주사를 주고 내 엄지손가락을 그 바늘로 찌른 것. 것도 세게 찔러서 깊숙이 박혔다. 환자의 방에서는 표시를 안 내고 밖에 나와서 장갑을 벗어보니 피가 나고 있었다. 얼른 알코홀 스왑으로 계속 닦아 주면서 피를 짰다. 그리고 이건 사고기 때문에 차지 널스에게 보고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까? 약간 갈등하다가 아무래도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보고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A는 손가락 그만 짜고 얼른 밴드에이드 붙이고 하우스 수퍼바이저의 방으로 가서 피검사받으라고.


절차대로 간호사가 어떤 사유든 바늘에 찔리면, 더구나 환자에게 주사 같은 것을 놓은 후 바늘에 찔리면 간호사의 혈액을 채취하고 환자의 피를 채취해서 베이스라인을 확인해야 한다. 환자가 에이즈나 다른 혈액으로 전염이 되는 병을 갖고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하니까. 나는 좀 무섭긴 했지만, 내가 읽은 2번 환자의 기록에는 고혈압과 코비드-19 이외의 질환은 없다고 읽은 것 같아서 일단 마음을 편하게 먹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제께 피검사 결과도 알아볼 겸 이번 일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넘 많은데 그거 제출하러 직원의료실에 갔다가 그 환자에게 C형 간염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ㅠㅠㅠㅠㅠㅠ 그 환자도 자신이 C형 간염 환자라는 것을 몰랐다고 한다. 젠장.


그런데 <펠리시아의 여정>에 이 부분을 읽고 있자니 그날의 공포가 다시 되살아났다.


그런데 손가락을 표백제에 담그라니!@@


어쨌든, 나는 이 일로 앞으로 2달마다 혈액을 채취해서 C형 간염의 감염 여부를 6개월까지 받아야 한다. 6개월이 지나면 더 이상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괴롭지만, 마음의 평화를 위하여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니 감수해야지. 그리고 앞으로 주사기를 사용할 때 더욱 조심하고 더더욱 조심해야지. 아무튼 간호사는 이런 것과 다른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한 간호사는 며칠 전 환자에게 맞기도 했다.(나도 맞은 적 두어 번 있는데 할머니들이라서 아프거나 보고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운이 나쁘면 보고해야 할 정도로 상처를 입는 경우도 있다.) 간호사가 된 것은 여전히 잘 했다고 생각하지만, 간호사들이 이런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이 점점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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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8-31 14:12   좋아요 3 | URL
ER드라마 보눈 것 처럼 읽었어요 ㅠㅠ 저도 모르게 막 긴장하면서~ 많이 놀라셨겠어요. 간호사분들옆엔 위험요소가 정말 많네요. 주사에 찔리면 정말 두려울 것 같아요. 별탈없으실거라고 믿습니다 !

라로 2021-09-01 07:02   좋아요 1 | URL
두려웠어요.ㅎㅎㅎㅎㅎㅎ 환자가 별 히스토리가 없는데 보고를 해 말어? 거기서 좀 고민했어요.
그런데 멀쩡해 보이는 사람도 이런 비밀스러운 병이 있었다니 좀 놀랐어요. 그리고 보고하기 잘했다고 생각하고요.
간호는 정말 어떤 사람을 만날지 모르니까 늘 위험에 준비해야 할 거 같아요.
직원의료실 사람이 별 이상 없을 것 같다고 하는데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ㅎㅎㅎ
고마와요!!!^^

난티나무 2021-08-31 15:46   좋아요 4 | URL
아이코.ㅠㅠ 별일 없을 거예요. 라고 말해도 별 위로가 안 되겠죠.^^;;; 저도 가끔 걱정이 있을 때 그렇게 말하곤 하는데 위안이 안 되더라고요. ㅠㅠ
마음만 놓고 가요 ~~

라로 2021-09-01 07:23   좋아요 0 | URL
저도 별일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C형 감염은 약이 있어서 치료도 되고요, 만에 하나,,^^;; 아니요! 위로됩니다!! 고마와요, 마음 젤 좋아요. 난티님!!^^

바람돌이 2021-08-31 16:31   좋아요 5 | URL
아 라로님. 진짜 토닥토닥요
정말 하고싶은 꿈이라서 가진 직업도 결국 사람 사는 일이라 쉬운 일이 하나도 없지요. 하지만 곧 또 나를 업시키고 충전시켜주는 상황이 발생해서 그만 두지도 못하고 무한반복. ㅠㅠ
2년전에 제가 1년 내도록 아침마다 출근하기 싫어서 나 아플래 나 그만둘 래 노래를 부르다가 도살장 가는 기분으로 출근했어요. 나름 위기였고 맘이 힘들었던 시기였던거같은데 결국 그 또한 지나가더라구요. 힘내세요.

라로 2021-09-01 08:46   좋아요 1 | URL
정말 딱 꼬집어 말씀해주셨어요, 넘 정리가 잘 되는!!!^^
바람돌이님은 그렇게 오래 일하셨는데 2년 전에 그런 상황이셨다니 정말 인내심 짱이세요!! 무한 존경!!!
모든게 다 지나가고, 지나가고 나면 그때 극단적으로 하지 않은 것을 잘 했다고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고마와요,,,초짜라 일이 많네요.^^;;;

2021-08-31 1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01 0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31 1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01 0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1-08-31 18:29   좋아요 5 | URL
간호사 일은 정말 힘든것 같아요. 라로님 힘내세요. 그래도 라로님 같은 분이 있어어 다행~!! 별일 없ㅇㄷ시길 바랍니다~!!

라로 2021-09-01 07:30   좋아요 2 | URL
고마와요, 늙어서 간호사가 되어 일이 많네요.ㅎㅎㅎ
사실 주변 사람들도 저 같은 동료 힘들 것 같아요.ㅠㅠ
젊은 사람들에게 미안하지만 민폐 안 끼치려고 더 열심히 해야죠!!^^
고마와요, 새파랑님!!!^^

붕붕툐툐 2021-08-31 23:02   좋아요 4 | URL
라로님! 건강한 라로님 면역체계가 다 막아줄 거라 굳게 믿어요!🙏 평안하시길!

라로 2021-09-01 07:31   좋아요 3 | URL
저도 툐툐님과 같은 믿음을 갖고 있어요!!! 마음의 평화를~~~.^^
고마와요!!!^^

psyche 2021-09-01 12:22   좋아요 1 | URL
들은 이야기인데도 글로 또 읽으니 가슴이 막 쿵쾅쿵쾅. 생각한 것 보다 더 위험한 일들이 많네요. 다시 한 번 라로님과 간호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라로님 별일 없으실 거에요. 제가 여기서 좋은 기운 팍팍 보냅니다!

라로 2021-09-01 13:24   좋아요 0 | URL
침뱉는 환자들도 있고 별별 환자가 많더라고요. ㅠㅠ 알고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모든 직업엔 그에 따르는 위험이 있는 것 같아요. 정도의 차이지만. 맞는 의사도 있어요. 제가 아는 의사는 환자 주사 놓고 (저같은 쬐끄만 거 아니고 본메로 추출하는 주사같은 거) 에 무수히 찔렸다면서 저보고 괜찮을 거라고. ㅎㅎㅎ 샌디에고에서 보내주시는 기운 덕분에 늘 별일 없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