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점점 중환자실에서 일하기 싫어지고 있다. 아니, 싫어진다기 보다 두려워지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7/23)과 토요일(7/24)은 내 간호사 자격증이 위태로울 수도 있었을 뻔했던 가슴이 철렁한 일이 있었다.

금요일의 일은 처음에 순조로웠다. 내가 맡은 두 환자는 다 음압방에 있는 격리 환자들이었다. 하지만 방이 붙어 있어서 간호하기는 편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방이 붙어 있어서 내가 살긴 했다.


10번 방의 환자는 TB라고 결핵 환자는 아니지만, 결핵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환자였다. 그런데 맡고 보니 6월 27일에 내가 맡았던 환자였다! 65세인데 남자친구에게 육체적으로 재정적으로 학대를 받은 여성 환자였다. 단 하루 간호를 했지만, 인상적이었던 것이 65세인데도 자신의 이름만 정확하게 기억하고 나머지는 거의 혼동을 하고 있었는데도 나와 대화를 할 때는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고, 그날 내가 그 환자를 담당했을 때 나의 다른 환자가 기관 삽입을 하게 되는 일이 벌어져서 그 환자의 혈압이 180이 넘어가는데도 나는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다가 나중에 의사에게 전화해서 혈압 내리는 약을 IV로 준 적이 있어서 미안한 마음이 자리 잡았던 환자였다. 


그날 나는 발을 동동 거리며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며 혼자 씩씩거리며 일을 했는데 마침 그녀에게 혈압약을 줄 때 한숨을 푹푹 쉬었더랬다. 그랬더니 자기 이름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가 나를 걱정하면서, "Are you Okay?"라고 했던 그 순간은 잊지 못한다. 물론 간호사가 환자의 상태를 떠나서 그렇게 불안한 상태인 것을 그대로 보였다는 점이 그렇지만, 조그만 한숨에도 귀를 기울여 환자가 간호사를 염려하는 순간이라니... 그래서 그녀를 잊지 못했는데 거의 한 달이 지나서 그녀를 다시 만난 것이다! 그런데 그녀를 다시 만나고 보니 그녀는 내가 맡았을 때보다 너무 안 좋아 있었다. 중환자실에 있다가 상태가 좋아져서 더 낮은 유닛으로 갔다가 다시 중환자실로 오기를 반복했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마음이 많이 아팠다. 더구나 그녀는 먹는 것도 거부하고 다른 케어도 거부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약을 주려고 차트를 열어보니 어떤 약은 그녀가 거부했다는 이유로 7월 18일부터 주질 않고 있었다. 그 전에 일도 있고 해서 나는 정성으로 그녀를 간호하고 약도 달래서 다 먹였다. 


그런 정성을 쏟고 있는데 그 옆방에 코로나로 입원한 남자 환자는 기관 삽입을 하지는 않았지만 300킬로그램이 넘게 나가는 사람이라 충분히 기관 삽입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 상태가 좀 위험한 사람이었지만, SpO2 85% 이상을 유지하라는 의사의 오더가 있어서 vapotherm(기관 삽입 전에 산소를 전달하는 기계로 이 기계가 사실 작년 코비스 크라이시스 때 많은 사람을 살린 일등공신이다)과 Non-rebreather mask를 통해 산소를 공급받고 있었다. 둘 다 맥시멈으로 산소를 받고 있었는데 잠잘 때는 BiPAP이라는 기계로 변경하라는 오더가 있어서 그 환자는 멜라토닌도 먹고 BiPAP을 쓰고 자고 있었다. 


BiPAP을 쓰고 SpO2가 95%가 넘었기 때문에 나는 안심하고 10번 환자에게 더 정성을 쏟을 수 있었다. 그래도 방이 붙어 있으니까 10번 방을 도와주고 나오면 불이 꺼져서 깜깜한 11번 방의 환자의 모니터를 확인하는 것을 잊지 않았는데, 새벽 2시쯤 10번 방에서 나와 11번 방을 들여다보는데 갑자기 시꺼먼 형체가 불쑥 생겼다. 자세히 보니 11번 거구의 환자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BiPAP 마스크를 벗어버리는 거였다. 깜짝 놀라서 일회용 가운과 장갑을 입을 생각도 못 하고 환자의 방으로 들어갔더니 환자가 하는 말이, "I can't breathe!"였다. 그 순간 모니터를 보니 환자의 SpO2가 44%!!!@@ 너무 놀라서 일단 산소줄을 그의 코에 끼고 RT에게 다급하게 전화해서 빨리 오라고 하고 vapotherm과 Non-rebreather mask를 연결하고 있으려니 RT가 와서 제대로 연결하는 것을 도와줬다. RT Jeese가 계속 내 옆에 있어주면서 산소포화도가 올라갈 거라고 안심을 시켜줬다. 널싱 스테이션에서 환자들의 모니터를 모니터 하는 모니터 텍도 이 환자의 산소포화도가 내려가는 것을 모니터로 잡지 못하는 상황에 내가 그 현장에 있어서 바로 해결을 할 수 있었다. 만약 일 분이라도 늦었다면 그 환자는 기관 삽입을 해도 죽었을 가능성이 거의 90%였다. ㅠㅠ 그렇게 무사히 위기를 모면하던 7월 23일의 근무였다. 


그렇게 십년감수하고 멘탈이 탈탈 털려서 집에 왔었다. 하지만, 멘탈이 탈탈 털리는 일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날 집에 와서 자고, 그날 밤에 또 일하러 갔는데 더 큰일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ㅠㅠ


10번 방 환자는 내가 돌봤지만, 밤 9시가 되어 낮은 유닛으로 다시 이동이 되었다. 그리고 11번 방 환자는 그대로 내가 보고 있었는데 차지 널스가 ER에서 어떤 환자를 내가 받아야 하는데 이 환자는 여자 간호사를 희망해서 원래 너가 어드미션 할 차례는 아니지만, 어드미션을 맡기로 한 간호사가 N인 남자 간호사라서 내가 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을 해서 그러마 했다. 


도착한 환자는 16번 방으로 왔는데 31세의 젊고 날씬한 환자였다. 왜 중환자실로 와야 하는지 그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N이 나에게 환자에 대한 보고를 할 때 그런 부분은 안 얘기하고 너무 간단하게 환자에 대해 얘기를 했고 내가 봐도 환자가 신체적으로 중한 상태도 아닌 데다 핸드폰에 있는 자신의 두 아이들의 사진도 보여주면서 다정하게 하기에 오늘은 좀 쉬운 근무가 되려나? 이러면서 속으로 좀 좋아하고 있었다. 


그 환자는 밤 10시쯤 중환자실로 왔는데 그녀가 남자친구에게 신체적인 구타를 받았기 때문에 1:1 간호를 해야 한다고 했었다. 하지만, 정작 그녀가 1:1인 이유는 그녀가 그날 아침 우리 병원에서 AMA로 나갔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AMA는 Against medical advice라고 의학적인 권고를 무시하고 병원을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다시 우리 병원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래서 내가 11번 방 환자를 N이라는 간호사에게 인계를 하고 16번 방 환자만 보는 것으로 되었는데 sitter가 오게 되어 나는 다시 11번 방과 16번 방의 환자 둘 다 맡게 되었다. 그래도 시터가 어지간한 것을 돌봐주니까 오히려 더 편한 것 같아서 속으로 더 좋아하고 있었는데.... 


새벽 2시쯤 시터는 30분 휴식을 하러 가고 내가 그녀를 1:1로 보고 있었는데 잠에서 깬 그녀가 배가 고프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 샌드위치를 가져다 달라고 해서 먹고 있던 그녀가 갑자기 "Where am I?"라고 물어보는 거다. 그래서 병원이라고 하면서 너가 친구랑 같이 응급실로 왔고,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고 하니까 친구 누구냐고. 그래서 누군지 모르지만, 기록을 보니까 너의 베프라고 나왔더라고 했다. 어쨌든 그녀는 샌드위치를 얌전하게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 병원을 나가겠다고. 아~~놔!!!ㅠㅠ 


이런 경험 처음이었다. 왜냐하면 중환자실 환자들은 대부분 의식이 없거나 그런 상태니까. 어쨌든 나는 너 상태가 위험하니까 나가지 말라고. 너 어제 아침에도 AMA로 나갔다가 1시간도 안 되어 돌아왔다고 설명을 해줬다. 더구나 그녀는 술을 많이 마신 상태라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마음이 급해져서 차지 널스를 불렀다. 차지 널스가 오더니 의사에게 전화하라고 해서 의사에게 전화를 했더니 의사는 경찰과 그녀의 엄마에게 알리라고 하는 거다. 그래서 그녀의 엄마에게 전화를 하려고 하니까 갑자기 힘도 없고 다정하던 그녀에게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모르지만, 갑자기 나에게 눈을 부라리고 욕을 하면서 내가 만약 자기 엄마에게 전화를 하면 이 병원과 의사들과 간호사들, 그리고 특히 나를 고소하겠다고 소리를 지르면서 연결된 라인들을 막 뽑기 시작했다. 


그래도 의사가 오더를 했으니까 전화를 하려고 했더니 전보다 더 심한 욕을 하면서 더 심한 반응. 더구나 그녀는 HIPAA라는 법도 잘 알고 있는지 그 법도 언급하면서 너무 당당하게 말하니까 나는 연락을 못했다. 어쨌든 그녀는 그렇게 나가려고 침대에서 걸아 나오고 자신의 옷으로 갈아입고 IV는 내가 일부러 뽑지 않았는데 그 상태 그대로 나가려고 해서 나와 N(일말의 책임을 느꼈는지)이 따라가면서 그거 빼고 나가라고,, 그랬더니 가까이 오면 때리겠다고 협박을 해서 다시 코드 그레이 부르고,,, 결국 하우스 슈퍼바이저랑 시큐어리티 아저씨가 오고.ㅠㅠ 겨우 간호사 N이 아이비를 뽑아주고 그녀는 우버를 부른다며 나갔다. 어쨌든 그녀를 병원에 잡아 둘 권한이 그녀의 말대로 우리에겐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 일에 대한 자초지종을 적고 있는데 ER 간호사인 내 동창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 환자가 왜 응급실 앞에 있냐고. 그래서 내가 자초지종을 설명하니까 이 친구가 또 흥분하고 난리가 났다. 자기가 그 환자를 중환자실의 N에게 인계했는데 그 환자의 엄마가 의사를 설득해서(mentally unstable) 중환자실로 보냈고 그 환자가 그런 상태라서 오늘 아침에 병원에 와서 그녀가 주체적인 의료 결정을 내릴 권한이 없고 그 권환은 그 엄마에게 있다는 서류를 작성하려고 했다고. 나는 그래서 나는 N에게서 그런 말은 못 들었고, 그런 서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말로 약속한 것이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차지 널스를 부르고, 의사에게 전화하고 그녀의 엄마에게 보고한 것 말고는 없다고 했다. (그녀의 엄마에게 전화했을 때 응급실의 의사와 간호사가 그녀가 AMA로 나가는 일이 절대 없을 거라는 약속을 했는데 왜 그랬냐고 나에게 또 난리.ㅠㅠ) 


그렇게 거의 3시간이 지나 간 5시쯤 그녀가 응급실 차지 널스와 함께 다시 걸어서 돌아왔다. 응급실 앞에 서있던 그녀를 발견한 내 동창이 응급실 차지 널스에게 부탁해서 L이라는 차지 널스가 그녀를 오래 설득해서 다시 돌아온 것. 그런데 돌아와서는 나를 기억하고는 내게 자기 몸에 손도 대지 말고 말도 하지 말라고 또 욕을 하고(미국 욕이 그렇게 욕처럼 안 들리니 다행이면 다행이랄까;;;) 그래서 차지 널스가 나 대신 IV 삽입하고 등등을 다 했다. 그러고 나니까 이제는 차지 널스가 나에게 화가 나서 한다는 말이, "You Should take control of your situation!" 아 정말 멘탈 탈탈탈 털리던 근무였다. 얼마나 억울하던지. 내가 어드미션 맡을 차례도 아닌데 나에게 준 사람이 누구지? 더구나 N은 내 동창이 자세하게 보고를 했다는데 중요한 얘기는 하나도 안 전달하고 그녀가 쉬울 거라고 하고. 


어쨌든 그녀가 무사히 돌아왔고 나는 그녀를 다른 간호사에게 인계하고 나올 수 있어서 그렇게 무사히 넘어갔다. 집으로 가고 있는데 응급실 동창이 다시 전화를 했다. 그러면서 다시 자세한 상황을 설명해 주고, 그녀는 자기가 나에게 직접 보고를 안 한 것이 실수라고. 하지만 그녀도 나에게 보고 할 수 없었던 것이 그녀가 N에게 보고를 한 후에 assignment가 바뀌었으니 내가 담당이라는 것을 알지도 못했다. C는 더구나 자기가 그녀의 상태에 대해서 노트 작성을 안 한 것이 불안하다며 내일 일을 가서 백차팅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I have to cover my butt."이라면서 나보고도 그렇게 하라고. 


나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잘못한 것이 뭔지 몰라서 못하겠다고 했다. 그녀가 성인이고, 그녀가 정신적인 문제가 있으니 그녀의 말이 효력이 없다는 기록도 없는 상태에서 그녀를 나가지 못하게 하면 정말 그건 내가 간호사로 저지르는 불법이 되니까. 물론 차지 널스에게 내 상황을 컨트롤하라는 쓴소리를 들은 것은 너무 속상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니까 받아들여도. 하지만, 힘이 없던 그녀에게 갑자기 힘이 막 생겨서 나도 때리려고 하는 그녀의 상태를 보면서 나는 혹시 저 환자가 Bipolar disorder (조울증)가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든다.


중환자실에 해당하지 않는 환자가 중환자실에 들어와서 정말 하지 않아도 될 개고생을 하고, 내 차례가 아닌 어드미션까지 맡게  되고,,,이거 액땜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야 하나?ㅠㅠ 어쨌든 멘탈이 요즘 매일 털리고 있어서 그런지 머리카락도 많이 빠지고(거의 대머리 수준.ㅠㅠ) 오른쪽 머리도 자꾸 지끈거린다. 나 두통 거의 못 느끼고 살아온 사람인데..ㅠㅠ


오늘, 내일 또 일 한다. 오늘은 과연 어떤 근무를 하게 될지,,,,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그리고 딸네는 오늘 새벽 4시에 공항으로 떠났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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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8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28 0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붕붕툐툐 2021-07-28 09:43   좋아요 4 | URL
의학드라마 한 편을 본 거 같아요. 근데 직접 겪으신 당사자는 얼마나 힘드셨을까요?ㅠ 인간이 가장 힘들어하는 감정이 ‘억울함‘이라고 하더라구요~
라로님은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셨고, 잘 대응하셨어요~~
토닥토닥~~

라로 2021-07-30 16:11   좋아요 3 | URL
그렇군요!!! 어쩐지!! 정말 너무 억울하더라구요. ㅎㅎㅎㅎ
그래도 무사히 잘 넘어가서 넘 감사하게 생각해요. 제가 맡을 팔자여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덕분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워서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요?
뭐든 배우는 게 있어요.^^

그레이스 2021-07-28 09:52   좋아요 4 | URL
힘드시겠어요. 매일이 긴장이실텐데,.. 병원이란 곳이 이벤트 없이 평안하기가 쉽지 않죠? 그래도 평안을기도합니다.

라로 2021-07-30 16:09   좋아요 3 | URL
아, 정말 매일이 힘드네요. 일하러 가는 거 무서버요.^^;;병원이 그렇죠..ㅠㅠ 그레이스님의 기도가 제게 평안을 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mini74 2021-07-28 12:10   좋아요 4 | URL
아이고 너무 힘드셨겠어요 ㅠㅠ 따님 보내는 마음도 허전하시겠어요.

라로 2021-07-30 16:11   좋아요 3 | URL
힘들었지만, 다 지난 일이라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ㅎㅎ
딸이 간 것이 젤로 허전해요. 레지던시는 캘리포니아에 와서 했으면 좋겠어요.^^;;

psyche 2021-07-29 12:46   좋아요 3 | URL
아이고 읽기만 해도 얼마나 힘드셨을까 제가 다 속상하네요. 뭐 그런 환자가 다 있답니까. ㅠㅠ


라로 2021-07-30 16:12   좋아요 3 | URL
미친*이라서 그런 것이겠죠??ㅠㅠ 요즘 그런 환자만 넘쳐나는 것 같아요.ㅠㅠ

2021-07-29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30 1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31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