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상태가 깊어지면 self-neglect 하게 되는 사람들이 이 미국에는 많은 것 같다. 


Self-neglect is a behavioral condition in which an individual neglects to attend to their basic needs, such as personal hygiene, appropriate clothing, feeding, or tending appropriately to any medical conditions they have.


- From Wikipedia


지난 금요일에 돌봤던 환자 둘은 다 이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


45세의 여자 환자는 처음에 목이 아프다고 응급실에 온 환자였다. 그러다가 응급실에서 피를 토하고 헤모글로빈 수치가 급작스럽게 낮아져서 수혈을 받고 다른 검사를 하다가 소장에 문제가 생긴 것을 발견해서 복강경수술을 받았는데 그 이후로 혈압이 내려가고 산소 포화도가 급격하게 떨어져서(아마도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아져서 그런 것 같다) 중환자실로 와서 기관 삽입이 되었다.


이 환자는 또한 이 수술 이전에 gastric bypass라고 비만대사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환자였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들이 위의 일부분을 절단하거나 몇 가지 방법으로 위를 축소시켜서 음식이 위에 머무르는 시간을 적게 하고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이 들게 하는 그런 수술인데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지만, 이 수술도 위험한 수술일 수가 있다. 더구나 이 수술로 100% 성공을 하면 좋지만, 이 수술을 하고도 체중 조절에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바로 이 환자가 그런 케이스에 해당하는 것 같았다. 


부모님이 교대로 중환자실에 오셔서 그녀 옆에 오래 앉았다가 가시는데 그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니까, 비만대사 수술을 받고도 살이 원하는 대로 빠지지 않자 다시 폭식을 하게 되고 자신을 안 돌보게 되었다고 하셨다. 얼굴은 조그만데 한 허벅지가 보통 여자의 허리보다 더 두꺼워서 그녀를 씻기기 너무 힘들었던 생각이 난다.


또 다른 환자는 남자 환자였는데, 68세의 아저씨 환자이다. 이 환자는 원래 학교에서 일을 하신 분이었다는데 퇴직을 한 후 우울증을 심하게 앓다가 결국엔 self-neglect의 상태가 된 분이었다. self-neglect의 상태는 청결을 유지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자신을 전혀 안 돌보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아저씨가 응급실에 실려오게 된 경우를 들어보니 그렇다. 동네 이웃이 아저씨가 며칠 안 보여서 경찰에 신고를 했단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아저씨의 집을 찾아가니 아저씨는 자신의 대변과 많은 고양이들의 변이 섞인 대변 위에서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중환자실에 왔을 때는 이미 많이 깨끗해져서 왔는데도 내가 아저씨를 맡았을 때는 수염에도 대변이 말라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내가 그 아저씨를 맡았을 때 눈이 눈꼽으로 아주 단단히 달라붙어 있었다. 낮에 일하는 간호사들은 눈이 달라붙어 있다며 neuro 검사도 안 하고 젖은 거즈를 눈 위에 붙여 놓고만 있었다. 나는 좀 화가 났다. 사람이 혼수상태는 아니었지만,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상태인데 눈까지 뜨지 못하면 더 큰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고 포기하는 마음이 더 생기게 된다. 나는 우선으로 아저씨의 달라붙은 눈을 물로 여러 번 씻겨서 결국은 뜨게 했다. 눈을 뜬 이후로 아저씨는 정신을 점점 차리기 시작했고 간단한 질문에 대답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저씨의 피부는 예전 말 훈련 조교의 여성과 마찬가지로 심하게 손상되어 있고 계속 진물이 흐르고 있어서 만지기만 해도 아프다며 괴로워했다.


나는 두 환자를 보면서 우울증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다시 한번 더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자신의 상태에 대해 방관하게 되고 결국은 두 사람처럼 더 심한 상태로 빠지게 된다. 육체의 병이 정신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다들 알지만 정신의 병이 육체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알면서도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 우울증이 있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청하시라고 조언하고 싶다. 나도 2014년 친정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처음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갈수록 심한 우울증을 앓게 되었다. 그때 심리 상담을 받고, 내 속에 있는 얘기를 다 하고서야 상태가 점점 좋아지기 시작하고 간호사가 되려는 결심까지 할 수 있었다. 나역시 그 상태를 잘 극복하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한국 사회가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정신과 상담을 받는 것에 대한 편견이 있다고 생각된다. 혹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서 우울증이 아니더라도 평소와 다른 자신이 느껴진다면 더 늦기 전에 전문가에게 손을 내밀자. 자신의 어깨 위에 있는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고, 작게라면 속에서 눈덩이처럼 커진 하고 싶은 말이지만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말들을 쏟아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나도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에 잘 안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1-04-20 11: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정신적 고통은 겉으로 보이지 않아서 더 쉽게 지나치는거 같아요. 우울증 정말 무섭다는...라로님 엄청 힘드신 일 하시는데 화이팅 하세요^^

라로 2021-04-21 12:37   좋아요 1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우울증 정말 무섭죠!! 응원 감사합니다!! 새파랑님도 늘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올려주세요~~!!^^

blanca 2021-04-20 12: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눈을 뜨게 해 준 사연 너무 감동적이에요. 어머니 돌아가시고 그런 일이 있었군요. 오늘의 라로님이 되기까지의 여정이 되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저도 가끔씩 너무 다운되고 우울감이 올 때가 있더라고요. 잘 읽고 갑니다.

라로 2021-04-21 22:19   좋아요 2 | URL
감동적으로 읽으셨다니,,, 갑자기 쑥쓰럽네요. ^^;;; 40 대라는 나이가 그런 것 같아요. 불혹이 아니라 방황의 시절..^^;; 더구나 가장 의지하던 엄마가 돌아가시니 더 방황을 했던 것 같아요. 이제는 지천명,,,나이의 이름이 어쩐지 하늘의 뜻을 알았다기 보다,,,땅을 딛고 굳건히 서는 나이,,, 뭐 그렇게 저는 해석이,,^^;; 감사합니다, 블랑카님!!^^

붕붕툐툐 2021-04-21 0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고~ 고생하셨어요~ 라로님의 인류애가 느껴지네요. 간호사 되신 사연도 감동적이네요~

라로 2021-04-21 12:42   좋아요 2 | URL
사연이라기 보다,,, 뭐 다 그렇잖아요?? ^^;; 힘들게 시작하고, 그래도 언제나 산 너머 산,,^^;; 따뜻한 댓글이 힘이됩니다요. 고마와요, 툐툐님!!^^

얄라알라북사랑 2021-05-01 23:14   좋아요 0 | URL
라로님의 글을 항상, 뜨거운 마음으로 읽게 됩니다. 라로님만큼 뜨거울 수는 없지만요. 사람에 대한 예의와 애정....진하게 느끼고 갑니다. 오늘도

2021-05-01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