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있으면 청소년이 하고 싶은 대로 일정을 짜게 되면서 시시해 보이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일도 함께 아주 재밌는 일인 것처럼 으샤으샤, 더 잘해보자며 꽤 노력하게 된다.
해든이가 카탈리나 집에 있는 아주 작은 물개 인형을 발견하고 확대해서 찍는 사진을 찍고 싶어 해서 아침부터 나가서 찍었다. 저 씬 말고 해든이 혼자 물개 만지는 씬을 찍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진을 찍었는지는 안비밀.
그리고 요즘 해든이가 테니스를 배우니까 테니스를 매일 쳤다. 날씨가 받쳐줘서 별로 힘들지 않았지만, 안 하던 운동을 하려니 이 늙은 어미가 많이 딸려하더라는 뒷얘기도 안 비밀.
바다는 차가웠다. 발을 담그는 순간 얼음장이 되는 줄. 그런데도 몇몇 아이들은 그 안에서 첨벙첨벙. 우리 해든이는 이제 그런 아이들을 쳐다보는 쪽이 되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자기도 들어가서 첨벙 거리던 녀석이. 세월아, 세월아, 너는 다 알지?? ㅎㅎㅎ
카탈리나의 변함없는 모습은 그런 것도 아랑곳하지 않아서 좋다. 매년 같은 사진을 찍고 들여다보고 하지만 늘 새롭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겠다.
유부만두 님과 난티 님이 4월에 읽을 책을 뽑아 올리신 것을 보면서 나도 함 해봤다. 잔자책으로만. 한국에서 3월 25일에 보낸 선편 소포는 4월 25일 예정 도착이라고만 뜨니까. (그렇다고 집에 읽을 종이책이 없는 건 아니고요. 🙄)
일단 이주윤 작가의 책.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 작가의 책은 얇으니까 이 책 한 권은 읽겠지라는 계산도 있지만, 그녀의 글은 재밌고 착하니까.
그다음은 이다혜 작가의 책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
이다혜 작가의 책을 작년 말에 열심히 읽었는데 아직도 읽지 않은 책이 쌓여있다. 아니 전자책 리스트에 길게 나열되어 있다. 카탈리나에 와서 그런가? 다른 곳에 가고 싶구나. 어디라도. ㅋ
다음은 정혜윤 피디작가의 책.
<사생활의 천재들> 지금 생각하니 아주 먼 옛날 같은데 정혜윤 씨의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얼마나 열광했었나. 그런데 오랜 기간 아예 잊고 살았다. 그래서 작년 말에 그녀의 책 3권을 샀는데 그중 하나가 이 <사생활의 천재들>이다. 글을 잘 쓰는 작가니까 이 책도 분명 재밌을 것 같다.
칼 세이건의 <에덴의 용>
지금 오고 있는 <엘리건트 유니버스>가 오기 전에 이 책을 읽고 싶다. 그런데 왜 그렇게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내 의식의 흐름이 좀 이상하긴 하다. 이 책은 물리학이나 우주에 관한 책이 아니라 인간 지성을 찾는다는 주제의 책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에덴의 용>을 사놓고 읽지 못해서 마음 한 켠이 무거웠던 것을 이제 내려 놓을 때가 되기도 했으니까.
원래는 내일 아침 보트를 타고 집에 가는 건데 나는 병원 오리엔테이션 (일 년에 도대체 몇 개의 오리엔테이션이 있는 건지;;)에 참석하게 되어 오늘 밤 7시 몇 분의 배로 돌아간다. 7월 말에 아이들 다 데리고 이곳에 다시 올 생각을 하니 행복하다. 딸아이는 용감하니까 짚라인을 할 것이고 엔 군은 고소공포증이 있지만, 누나 따라쟁이니까 같이 할 것 같고, 남편과 사위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하면서 할 것 같고 수퍼 겁쟁이인 나와 해든이는 사진만 열심히 찍을 것 같다. 그래도 어떻게 시간을 보내게 될지 상상이 되니 막 기대가 된다. 벌써 4월이니 7월도 금방 올 테니까.
어쨌든 4월엔 욕심 부리지 말고 딱 4권만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