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맡게 된 환자는 겨우 38살인데 4년 전인 34살에 중풍이 와서 뇌 수술을 받았는데 그 후로 거의 식물인간처럼 되어서 집도 아니고 병원도 아닌 SNF (Skilled Nursing Facility)에서 지내는데 그렇게 누워지내는 와중에 또 중풍이 와서 상태는 더 악화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인명은 재천(人命在天)인지 그렇게 목숨을 부지하다가 이번에 심장박동이 너무 빨라져서 우리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입원한 지 이틀 만에 내가 돌보게 되었다.
하긴 38살에 뇌출혈이 와서 수술을 한 사람에 대한 글도 최근에 올렸었는데. 바로 1일 1 클래식의 저자 클레먼시 버턴-힐
출처: The Times (https://blog.aladin.co.kr/thebookshelf/12486493 에 올렸던 사진 재활용)
그녀는 수술이 잘 되었는지, 점차 회복(말을 잘 못하게 되어 다시 말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고 하지만)이 잘 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이렇듯 불행한 일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으니, 늘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자신이 먹는 것, 운동하는 것, 스트레스 덜 받는 방법 등등 건강을 잘 챙기면 좋겠다. 이왕 죽지 않고 살 거면 건강하게 사는 것이 바람직하니까. 물론 그렇게 하더라도 병에 걸리는 것을 막을 방도가 없지만, 그래도 중환자실에서 환자들을 돌보며 느낀 점은 그런 사람들은 확실히 병원과 좀 멀리 산다는 점이다. 중환자실에 오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젊어서 자신의 건강을 잘 돌보지 않은 사람들이라 많이 안타깝다.
아무튼, 내 전에 돌본 간호사(헬렌이라고 했던 간호사인데 기억하시는지? 나이 60이 훨씬 넘어 퇴직을 앞둔 간호사임)에 의하면 그녀는 입양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양엄마는 그녀가 15살이 되었을 때 입양을 했다고 한다. 그 이상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하지만, 예쁜 얼굴의 그녀가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neuro assessment로 그런 상태의 환자는 눈동자 검사가 아주 중요한데 눈동자를 검사해보니까 아직 뇌는 살아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백설처럼 하얀 피부 위(양 어깨와 배)에 아주 멋진 문신이 있었다. 더구나 컬러로 문신을 해서 그녀가 이런 상태라는 점이 더 안타까웠다. 이런 상태가 아니라면 지금도 발랄하고 젊게 생활하고 있었을 텐데.
그런데 어제 Stroke 수업을 들으러 가서 놀라운 사실을 배웠다. 강사는 우리 병원에서 가장 큰 캠퍼스에 있는 병원의 Stroke전문 간호사였는데 그 병원은 Stroke 인증을 받은 병원이라 근방에서 중풍의 위험이 있는 환자는 다 그리로 간다. 어쨌든 그 강사 간호사의 말에 의하면, 32살의 중풍 환자도 있었는데, 12살에 중풍이 온 환자도 있었다고. 34살에 중풍을 맞은 내 환자도 너무 불쌍했는데 12살에 중풍이라니!!!
중풍, 그러니까 Stroke을 일으킬 수 있는 병이 많지만, 그중에 3가지 가장 흔하게 중풍과 연결고리가 있는 질병은 hyperlipidemia (일명 고지혈증), 고혈압, 그리고 당뇨병이다. 이 질병을 갖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다시 의사와 상담을 해서 잘 관리하기를 바란다. 특히 고혈압은 미국에서 "“the silent killer”라고도 불리고 있다. 이유는 고혈압의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지만, 정말 무섭다는 얘기다. 고혈압은 의사와 상담을 잘 해서 약을 꾸준히 먹는 것이 정말 도움이 되니 꼭 그렇게 하시길. 당뇨병은 이미 당뇨병이 심한 사람들은 인슐린을 맞거나 다른 약을 통해 관리를 잘 해줘야 하지만, 초기인 사람들은 식사 습관과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으로도 당뇨병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당뇨병은 정말 괴로운 병이다. 또한 다른 합병증을 유독 많이 일으키는 병인 것 같다. 그리고 심장 박동의 리듬 중에서 atrial fibrillation (한국어로는 심방세동)이라는 리듬은 그 간호사의 말에 의하면 그 리듬이 발견되면 30초부터 중풍의 위험이 있는 것이라고 하니까 심장의 리듬도 잘 살펴야 할 것 같다.
어쨌든 그녀를 킴(이라고 하련다)은 눈도 여러 가지 색이 섞여 있었지만 시원한 눈매가 너무 이쁘고, 뽀얀 살결에 성격도 좋아 보이는 여자사람인데,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있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더구나 내가 돌보기 전엔 체온까지 높아져서 패혈증의 위험까지 동반되었는데 내가 열심히 이마에 찬수건을 바꿔줘서(한국 엄마 방식,,ㅋㅋ) 결국 체온을 떨어드렸다. 다른 간호사들은 전투적으로 얼음주머니를 겨드랑이에 끼워주는데 나는 차마 그렇게까지는 아직 못하겠더라. 얼음주머니를 끼워주면 얼음이 녹을 때까지 신경 안 써도 되는 편리함이 있지만, 내가 추위를 잘 못 참아서 그런가 그렇게 하는 것은 아마도 나에겐 last resort가 될 것 같다는.
중풍 수업은 겨우 2시간이었지만, 그 간호사 덕분에 너무 많은 것을 배웠다. 문제는 내가 일 끝나고 다른 병원까지 가야 했고, 거기서 또 수업이 시작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어서 수업이 시작되었을 때는 막 졸기 시작했지만,,중간중간 깨어서 들었어도 기억에 남는 것이 너무 많았던 훌륭한 수업이었다. 어쨌든 중풍에 대한 경각심을 우리 모두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 글을 올린다.
내일부터 3일 연속으로 다시 일을 가게 되는데 어떤 환자를 돌보게 될지 너무 궁금하다. 킴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녀의 양엄마가 오래 병원에 있으면 SNF의 자리를 잃게 될까 봐 걱정했는데 상태가 좋아져서 다시 SNF로 돌아갔을까? 아니면 아직도 우리 병원에 있을까? 내일 가보면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