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모처럼 남편이와 함께 한국 마켓으로 코스코로 데이트를 했다. 얼마 전에 산 스크럽 바지가 너무 커서 도저히 그냥 입을 수가 없어서 수선을 하러 가는 겸사겸사 함께 맛있는 점심도 먹고 해든이가 좋아하는 "사랑탕(설렁탕 발음이 사랑탕으로 들림;;;)"을 사다 주기로 했다.


미국에서 요즘 가장 핫한 스크럽 복 메이커인 Figgs에서 마침 세일 (겨우 20%)을 하기에 윗옷은 있는데 바지가 없는 회색 스크럽 바지 중 내게 없는 디자인의 바지가 있기에 $39을 주고 샀다. 세일이라 사이즈도 없어서 S를 샀는데 받아보니 다른 디자인보다 사이즈가 훨씬 큰지 커도 너무 커서 울며 겨자 먹기로 오늘 수선집에 간 거다. 그런데 수선하시는 아주머니도 S가 커도 너무 크다며 이런 거 처음 보셨다고. 암튼 그래서 허리 줄이고 다리 폭도 줄이고 해서 $30이라고 하신다. 세일한다고 좋다고 샀다가 세일 안 할 때 보다 더 비싸게 입게 되었다. 짜증 남. 이제 더 이상 스크럽은 사지 말아야지. 다짐다짐.


어제 일을 하고 나서 우리 병원의 다른 캠퍼스에서 Stroke 수업이 있었다. 그래서 그거 듣고 집에 왔더니 너무 피곤해서 씻고 잤는데 아침 6시쯤 눈을 떴다. 보통으로 밤에 일어나서 뭔가를 하는데 정말 너무 피곤했나 보다. 한 번도 안 깨고 그렇게 오래 자다니.ㅎㅎ 6시쯤 일어나니 남편이도 그때 일어나면서, "함께 아침을 맞으니까 좋다."라며 아부의 시작을 알린다. 남편이의 다정한 말이 나로 하여금 으샤으샤하게 해서 부지런히 온 가족의 아침을 만들고 설거지도 하고 했지만, 한편으로 모처럼 손님(요즘 나는 우리집 손님 같았음)이 아닌 아내 다운(?), 며느리 다운(?) 엄마 다운(?)일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여기 올리면 너무 낯간지러운 말을 많이 해서 알라딘 친구분들이 돌을 마구 던지실까 봐 딱 두 개만 올리자. 남편이의 스윗한 말에 빠져서 나도 막 스윗스윗 해지는 것 같았는데, 어쨌든 수선실에서 예전에 맡겼던(바빠서 가지러 가지 못했음) 스크럽 바지(이건 고무줄이 줄줄 내려가서 더 짱짱하게 해달라고 한 것임)랑 오늘 두 개 가져가서 계속 입어보고 어쩌고 하니까 마스크 안에서 콧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차 안에 돌아와서 남편이에게, "너 휴지 있어?" 그러니까, 글러브 박스를 여는데 냅킨과 티슈가 들어있다. 남편이가 티슈를 집어주는데 부드럽지만 너무 커서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런 사소한 것에 목숨 겁니다요, 예.;;;) 좀 투박해 보지이지만 작은 냅킨을 집어 들어 코를 풀었더니, 

남편이 왈, "너의 그 예쁜 코에 냅킨을 사용하면 안돼." 

나, "뭐?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러고 살 거 다 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 중간중간 아부를 참 많이 들었지만, 돌 맞을까 봐 생략)에 우리는 내 멜라토닌을 사러 트레이더 조's라는 마트에 들르기로 했다. 그런데 남편이가 내려야 하는 곳보다 한 exit 먼저 내리는 거다. 나는 왜 그랬냐며 타박을 하려다가 길을 잘 찾는 남편이니까 이렇게 말했다.

나: "너가 길을 잘 찾으니까 믿을게."

남편: "너의 마음으로 가는 길을 잘 찾지."

나: "우웩,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너 오늘 왜 이렇게 아부의 쓰나미야?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남편: 무지 부끄러워함.


아이도 아닌데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좋은가 보다. 갑자기 남편이가 애기애기 해진 것 같기도 하지만, 해든이도 내가 집에 있으면 무지 좋아한다. 나에게도 남편이와 아이들이 있다. 그것이 나를 보호하리라. 크 좋다!!


그러고 나서 맛있는 것을 먹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아침을 맛있게 먹어서 (이것도 아부) 배가 안 고프다고 해서 집에 가서 먹었다. 해든이는 사랑탕을 먹고, 나는 김밥을 먹고, 남편이는 샐러드를 먹었다는. 그다음에 나 혼자 우체국에(크리스마스 시즌보다 사람이 더 많았음. 무슨 일이지??) 볼일이 있어서 갔다가 집에 와서 멜라토닌 먹고 푹 자고 좀 전에 일어났음.



돈키호테에게 산초가 있고, 산초에게는 루시오가 있듯, 나에게도 지푸라기 당나귀가 있다. 그것이 나를 보호하리라.

- <쓰고 달콤한 직업> 중  p. 26





Nina Simone - Feeling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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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3-26 18: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라로님~달달 로멘틱입니다!!ㅋㅋㅋㅋ사랑탕이 올만에 먹고싶네요! 발음이 그렇게 들리는것도 사랑안에 살고계셔서 인듯ㅋㅋ🤭

라로 2021-03-26 19:57   좋아요 3 | URL
라로씨는 로맨티스트랍니당~~!!ㅋㅋㅋ 그런데 울 막내 정말 발음이,,,안습이라서 정말정말 사랑탕으로 들려요.ㅠㅠ 우리 앞으로 설렁탕을 귀엽게 사랑탕으로 부를까용??^^;

미미 2021-03-26 20:13   좋아요 1 | URL
네ㅋㅋㅋㅋ👍👍

mini74 2021-03-26 2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뭐죠 이런 분위기. 제가 트림하면 남편은 방귀로 화답하는 사이입니다 ㅎㅎ 옛날 이야기에 어느 며느리가 방귀로 장독을 날렸다는데 말도 안돼했는데 지금은 믿습니다 ㅎㅎㅎ 부럽습니다. 콧물나면 티슈로 콧구멍을 꼬옥 틀어막아주는 남편과 사는 저로서는 ㅠㅠㅠㅠ

라로 2021-03-27 08:37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미니님 부부가 찐부부에요!!! 우린 달달부부,,ㅋㅋ 직접 티슈로 콧구멍 막아주는 남편이라니, 우시는 게 아니라 자랑하시는 거죵??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3-26 2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당을 피하고 있는 제가 여기 와서 달달함을 너무 많이 섭취했더니 어지럽네요~
이럴 땐 사랑탕 한 그릇 먹으면 가뜬해 지겠죠?👍

라로 2021-03-27 08:38   좋아요 0 | URL
ㅋ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당을 너무 많이 섭취했을 때는 사랑탕,,좋지만, 고지혈증과 고혈압의 위험이,,ㅠㅠ 뭘 먹어야 하나요?? 흑

psyche 2021-03-29 03: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의 마음으로 가는 길을 잘 찾지.˝ 이런 건 연애초기에나 나오는 말인데
결혼한지 이십년이 훌쩍 넘은 남편의 말이라니!!
저희 부부도 mini74 님 같아서.... 아 나도 달달하고 싶다!

라로 2021-03-30 06:57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제 남편이 아무래도 너무 비정상. 🤣 오늘도 저희 여행오는데 해든이도 있는데 어찌나 아부를 하는지...돈 없으면 어떠냐. 사랑 받고 사는 것도 내복인가 하노라, 뭐 그런 생각이 다 들었다니까요. 🤣 🤣 🤣

psyche 2021-03-30 07:16   좋아요 1 | URL
비정상이라뇨. 아주 좋은 거죠. 사랑받고 사는 게 젤 큰 복입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