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초중고 시절 함께 성당에 다니던 동네 남자사람 친구였던 친구가 카톡으로 전화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일하면서 봐서 급하게 문자 보내고 친구가 다시 보낸 메시지도 못 받고, 나중엔 보이스 콜이 아닌 비디오 콜까지 했는데도 못 받았다. 그리고 나는 오늘 아침 일하고 와서 자다가 일어나서 좀 전에 이 친구와 거의 2시간 동안 통화했다. 예전 친구들이 이 친구가 운영하는 호텔에 가서 묵으면서 사춘기 시절의 얘기를 하다가 나도 생각이 났다니, 나도 다른 사람의 기억에 남았던 사람이라니,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물론 아까 통화해서는 특별한 얘기 안 하고, 한국에 가면 너네 호텔에 가서 친구들 다 함께 지내면 좋겠다고 하니까, 친구가 그러자고, 그런데 "너 한국 오면 자가 격리 15일을 해야 돼."라고 해서 분위기 깨졌음.ㅎㅎㅎㅎㅎㅎㅎ 15일 동안 한국에서 지낼 휴가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한국 가서 혼자 자가격리 하다가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얘기. 노땡큐.ㅎㅎㅎ
한국에 가지 못하더라도 이렇게 장거리 통화를 할 친구가 있다는 것이, 더구나 나를 콕 집어 내 생각이 나서, 다른 친구들과 술 마시며 전화를 했다는 것이 요즘 내게 있어 가장 신나는 일이라니. 나 무슨 산 속에서 수도하며 사는 사람임??ㅋㅋ
아무튼, 그 친구에게, "나는 정말 사람 보는 눈이 없나 봐. 어려서 왜 너를 안 좋아하고 그 이상한 오빠를 좋아했을까?"라고 하니까 친구가 하하하 웃었다. 사실 자기도 신부가 될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자들에게 관심도 없었고, 대학에 갈 생각도 없었다는 얘기를 하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는 자기가 어려서 읽었던 책들 때문이라며, 읽었던 책 이야기를 해주는데 그중에 하나가 토마스 만의 <선택된 인간>.
이 책을 친구는 청소년 시기에 읽고 신부가 되고 싶었다니. 맙소사.ㅋㅋ
친구가 대강 스토리를 얘기해 주는데 첫부분은 막장도 그런 막장이 없네.ㅋㅋ 내가, "야, 무슨 스토리가 막장이야?"했더니, 친구 왈, "아니야, 막장같은 얘기지만, 그 시대에는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는 거야. 그런게 있어.ㅎㅎㅎㅎㅎㅎ" 그래, 설마 <마의 산>의 작가 토마스 만이 막장을 썼기야 했겠어?ㅋㅋ
나는 이 친구가 잘생기고 친구들에게 인기가 있었어도 이미 나 혼자 짝사랑하는 오빠가 있었어서 (물론 나중에 다른 친구들에게 그 오빠의 소식을 들었는데 완전 ass*ole!) 관심 1도 없었는데. 이 친구는 십대에 이미 이 책을 읽었다고. (나는 뭐 읽었더라? 순정 만화?ㅋㅋ) 신부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대학 갈 생각은 안 하고 열심히 독서만 했었다고 했는데, 이 친구 신부는 안 되고 나중에 한국에서 말하는 소위 sky대학 중 하나에 갔다는. 독서를 많이 해서 그랬나? 그런데 왜 맞춤법이 틀렸니?ㅋ 여전히 취한거야?ㅋㅋ 너에게 이주윤 작가의 <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을 보내줘야 하는 건 아니지?ㅋ
어쨌든 소꿉친구는 아니었지만, 초등학교 6학년부터 친구였던 H와 모처럼 한국말로 통화를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내가 너무나 잘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다니. 더구나 내가 읽지도 않은 책들도 많이 읽어서 어떤 내용인지 조근조근 얘기도 해주고. 새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