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 끝나고 집에 가려고 병원을 나서는데 비가 내리고 있었다. 좀 을씨년스럽긴 했다. 하지만, 너무 피곤하니까 집에 가서 쉬고만 싶었는데 주차장을 나서면서 갑자기 환자의 IV 를 마무리 하지 않은 것이 생각나서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 로비에서 중환자실로 전화해서 인계 받은 간호사에게 기록은 했지만, 시간이 없어서 생각만 하고 IV를 환자의 손에서 뽑아내지 않았으니 잘 부탁한다고 했는데, 돌아온 대답은, "I will do my own assessment."라고 하네. 참 냉정하다 싶었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걱정하지 마, 뭐 이 한마디 못해주나? 더구나 환자의 IV 내가 그렇게 한 것도 아니고 내가 환자를 맡았을 때 이미 그렇게 되어 있었는데 너무 정신없이 바쁘다 보니 작은 것이라 미루다가 결국엔 하지 못한 건데. 뭐 어쨌든, 간호사라는 직업에서 지금 내가 말한 건 다 변명이다. 그러니 그 간호사의 말이 100번이면 100번 다 옳지만,,, 이 글을 쓰다보니 아, 내 사고 방식은 여전히 잘못되어 있구나. 여기 애들처럼 사고의 전환을 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네. 이런 식으로 내일 네일 따지지 않고 두루뭉실 하게 살아온 사고 방식이여.
물론 이제 겨우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긴 했지만, 왜 나는 여전히 일을 잘 못하나, 어제 일하면서 내가 더 잘할 수 있었던 부분을 무엇 때문에 잘 하지 못했는지 다시 돌아보고 잘못한 부분을 어떻게 하면 같은 실수를 안 할 수 있는지 등등 혼자 이것저것 생각이 많았다. 그러고 구글을 열었는데 환하게 hedgehog 와 꽃 두들이 그려져 있네. 오늘이 바로 "the spring equinox"구나!!!!
6월 20일까지 봄이라니! 봄소식이 아니라 정말 봄이 되었다. 봄이 온 것처럼 그동안 안 좋았던 일 다 사리지고 봄 같은 새 세상이 열리면 좋겠다. 코로나 없는 세상, 다 같이 열심히 일하고 그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세상.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도와줘서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익숙하게 될 때까지 으샤으샤 해주는 세상. 성공이 다가 아니고, 돈이 다가 아니라고 말로만 하지 않는 세상. 꽃구경도 가고 사람 구경도 할 수 있는 세상. 오늘을 열심히 살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올 수 있는 세상. 모르겠다. 피곤하니까 아무 말이나 막 나오네. 어쨌든 진짜 봄이구나!!!
Taylor Swift - Come in With the Rain Lyr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