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중환자실에 이상한 환자들이 꼬이기 시작한다고 다른 간호사가 그랬는데 정말 어제 내가 초반에 맡았던 환자 같은 환자 앞으로 또 안 만나고 싶다.ㅠㅠ
며칠 쉬었다 일하는 거라서 발걸음도 상쾌하게 일하러 갔다. 두 환자를 맡게 되어 있었다. 첫 번째 간호사에게 인계를 받고, 두 번째 간호사에게도 인계를 받은 후 첫 번째 환자의 방에 들어가서 화이트보드를 업데이트하려고 했는데 이 환자가 침대 옆에 일어나서 주춤거리고 있는 거다.
옆으로 다가가서 "왜 그러냐?"라고 하니까,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하는 거다. 대변을 봐야 한다고. 그래서 코삽입관을 하고 있는 환자라서 그냥 침대 옆의 commode를 사용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막무가내로 화장실을 사용한다고 심하게 우겨서 ECG 모니터, 혈압 재는 거, 산소포화도 재는 거, 그리고 코삽입관까지 다 빼주고 아이비 폴을 잡아주려고 하니까 문밖으로 나가려고 나를 밀치는 거다. 너무 놀라서 나는 "HELP", "HELP"라고 크게 두 번 소리를 쳤다. 그랬더니 같이 일하던 남자 간호사 (조나단이라고 하자)와 남자 RT (아담이라고 할까?), 그리고 다른 여자 간호사 (크리스틴이라고 하자)가 그새 문 앞에 와 있었다.
여러 명이 환자를 둘러싸고 있으니까 이 환자가 벽에 기대어 서있게 되었다. 나를 밀치고 나가려고 했기 때문에 아이비가 어떻게 되었는지 환자의 손에 있던 아이비에 피가 역류한 것이 보였다. 내가 "도와줘"라고 외쳤을 때 이미 코드 그레이가 울렸는지 ER의 EMT와 경비원까지 도착했다.
환자는 60세의 남자인데 NSTEMI로 우리 옆 동네에 있는 아주 큰 병원인 M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하루도 안 되어 그 병원을 떠나서 우리 병원에 입원한지 겨우 6시간 만의 일이었다. 환자는 마약 (것도 너무나 다양한 마약!!!)과 대마초 흡연자이고 알콜 중독자이라 그런지 정신이 약간 오락가락하는 것 같았다. 계속 자기는 다른 병원에 갈 거라면서 자기 가족을 부르라고 난리였다.
나는 환자의 연락처를 찾았는데 단 한 사람의 전화번호가 나와있었다. 그 전화번호에 전화를 했더니 잘못 걸었다는 답변을 받았다. 환자는 막무가내로 병원을 나가겠다고 하고, 연락처는 틀린 번호고 해서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ICU 비서가 메인 로비에 환자의 친구가 와서 방문을 희망한다고 해서 EMT가 가서 그 친구를 데려왔다.
그 친구는 병실로 오면서 대강 상황에 대한 안내를 받았는지 오자마자 환자에게 다시 침대로 가라고 얘기를 했는데 환자는 그 친구에게 A라는 사람에게 연락을 하라면서 막 화를 내고 발길질을 하려고 했다. 그 친구는 화가 나서 나가면서 A의 연락처를 나에게 줬다. 그래서 나는 A에게 연락을 했더니 바로 우리 병원 주차장에 와있다고 했다. 그녀가 와서 환자가 좀 잠잠해질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환자가 그녀에게 자꾸 다른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하니까 그녀가 말하길, "이번이 도대체 몇 번째야? 오늘도 M병원에서 여기로 오면 여기서 얌전히 있겠다고 하지 않았냐? M병원에 가기 전에도 P병원에서 M병원에 데려다준다면 얌전하게 있겠다고 했는데 너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이 병원에 다시 데려다 달라고 했잖아. 그래서 너를 믿을 수 없어. 그냥 이 병원에 있도록 해. 안 데려다줄 거야."라고 말하니까 환자가 화가 너무 심하게 났는지 울려고 했다. A라는 사람은 환자의 아들의 전화번호를 주면서 연락하라고 하면서 떠났다.
임무 교대 시간이라 다들 너무 바쁜 시간인데 아무것도 못하고 이 환자 주변에 서서 환자를 달래고 어르고, 그래도 환자는 나가겠다며 자기의 옷을 달라고 했다. 그리고 아이비도 뽑아달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옷을 가져다주고 아이비 라인을 빼줬다. 봉지에서 바지를 꺼냈는데 츄리닝 바지가 젖어 있었다. 아무래도 오줌을 싼 것 같았다. 그래도 그 바지를 입고 나머지 옷을 갈아입고 A** 서류라는 것을 가져오라면서 자기가 사인하고 나가겠다고 했다. 나는 아들에게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병원으로 와달라고 부탁했다.
정신이 없는 사람은 맞는데 A** 서류는 어떻게 알았는지? 아무래도 여러 병원에서 이런 식으로 들어왔다 나갔다 한 적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환자는 그 서류에 서명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누구도 그 환자가 정상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으니까. 혹시 아들이 오면 사인을 하고 데려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서류를 준비해 놨다. (여전히 경비원과 EMT가 환자 옆에 지키고 서 있었다.
A**서류를 준비해 주던 비서가 비서 생활 꽤 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그러니 이제 겨우 간호사 생활 3개월 한 나에게 왜 이런 환자가 걸린 건지.ㅠㅠ
기다려도 아들은 오지 않고 환자는 더 흥분해 있는 상태라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의사에게 전화를 했다. 환자가 이러이러했고, 병원을 나가고 싶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 의사는 그 환자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데다 심장 상태가 안전하기 않기 때문에 내보낼 수 없다며 환자에게 주사할 약과 다른 약을 처방하고 restraints를 오더 했다.
약들을 준비해 놓고 환자에게 주사하려고 다가가는데 환자가 갑자기 가방을 들고 내빼려고 했다. 주위에 있던 남자간호사와 경비원들이 환자와 몸싸움 비슷하게 붙잡고 억지로 침대에 눕혀서 restraints를 채우고, 나는 준비한 약을 차지 널스에게 전달해서 차지 널스가 주사를 놨다. 그랬더니 갑자기 얌전해졌다. 진작 의사에게 전화 할 것을.
아무튼, 그 환자에게 진정제도 줬다. 그랬더니 힘을 써서도 피곤하겠고, 약 기운도 도는지 잠이 들었다.
차지 널스는 이 환자를 조나단에게 맡으라고 하고 나는 조나단의 환자를 돌보게 되었다. 조나단은 일대일로 그 환자를 맡게 되었다. 거의 2시간을 다른 환자들 돌보지 못하고 그 환자에게 매달려서 에너지를 낭비하고 긴장하고 했더니 정말 처음으로 간호사 때려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너무 무서워서 계속 속으로 제발 이 모든 일이 잘 지나가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모든 일이 다 잘 해결되고 지나가긴 했다.
다른 간호사들이 내가 걱정이 되었는지 계속 "괜찮아?"라고 물어봐 주었다. 괜찮지는 않았지만, 다른 환자를 돌보는 시간이 늦어져서 할 일이 너무 밀리니 다시 정신이 없이 바빠져서 그 환자에 대한 일은 잊을 수 있었다. 그래도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에게 먼저 연락을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오늘 같은 날은 쉽게 잠이 안 올테니까 정말 재밌는 책을 읽어야지. 뭘 읽을까?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