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찬송해
지난 13년 전 오늘 내가 올린 글이라고 북플에 먼댓글에 추가한 글이 올라왔는데 오늘도 재밌는 에피소드 하나.
자랑 아닌 자랑인데, 남편이 한국어를 꽤 잘 하고, 전공도 했고, 대학에서도 (한국어) 가르쳐 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하고, 실제로 가르치기도 했고, 신문에 한글로 칼럼도 쓴 적이 있지만, 여전히 한글은 남편에게 넘사벽이다. 영어가 나에게 넘사벽인 것처럼.
남편이 오늘 밤 머리카락을 잘라 달라고 해서 그러마 하고 나는 오후 3시가 넘어 비가 후드득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밤 8시가 넘어 잠이 깼다. 해든이는 샤워하고(잠자기 전 샤워가 좋다며 자기 전에 샤워하는 아들내미) 나는 화장실에서 미용사 차림 (앞치마 두르고요 미니스커트에 소데나시 입고요,, 안 그러면 머리카락 다 붙어서 난리.)으로 헤어 클리퍼로 남편의 머리를 밀면서,
나: "비 많이 왔어?"
남편이: "오늘 비눈이 왔어!!!"
나: "뭐? 비눈? 무슨 말이야? 이 온도에 어떻게 눈이 와?"
남편이: "비하고 얼음하고 같이 오는 거, 뭐야? hail 한국말로?"
나: "우박!"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웃기지만 웃지 못할 우리 부부의 비밀.
한국말로 대화하면 남편이 찐따가 되고, 영어로 대화하면 내가 찐따가 되는.
그래서 그냥 남편이 계속 찐따 하는 거로. ㅋ
이 책은 전자책으로 샀는데 남편에게 읽어보라고 해야겠다.
엄청 재밌고 (그렇다고 S님처럼 책을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에헴) 유익했다.
이렇게 재밌는 맞춤법 책 처음 봤다. 문법은 영어만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한글 문법도 무척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고, 내가 한국인으로 태어나서 그나마 한글을 읽고 쓸 줄 안다는 것이 감사하다.
어쨌거나, 이주윤 작가의 이 책을 읽으며 영어 문법책도 이렇게 만들면 머리에 쏙쏙 들어오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면서 이참에 남편과 협동 작업을??? 음,,, 도리도리,,, 좋은 생각이기는 하나,, 그럴 시간이 어딨냐고요??ㅠㅠ 하지만, 욕심나는 프로젝트이긴 하다. 엔군이랑 같이 해볼까?? 엔군 그림 재밌게 잘 그리니까? 암튼, 머릿속으로 혼자 이 생각 저 생각. ^^;;;
이 책에 대한 밑줄 긋기 엄청 하고 싶었지만, 포크3로 읽으니까 사진 찍기 귀찮고요,,, 암튼 이 책은 우리 엔군도, 딸도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책을 두 권을 사서 하나씩 나눠줘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아무튼, 이렇게 재밌는 책을 쓸 줄 아는 이주윤 작가 흥해라!!! 기승전이주윤흥해라!!!ㅋ
Harry Belafonte - "Banana Boat Song (Day O)" - 1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