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서 파란 화살표 신호등이 켜지면 우리 집으로 가는 작은 길이 시작된다. 쭉 가다가 다시 꼬불꼬불 가다 보면 집이다. 신호등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면서 보이는 하늘은 온통 구름 투성이었다. 비가 오려나? 비가 오기 전에 구름 친구들이 저렇게 뭉게뭉게 모여서 미리 알려주니 너무 좋다. 가을 겨울의 구름은 쓸쓸한데 봄과 여름의 구름은 풍성하고 풍족해서 여유로워 보인다. "어디에든 구름이 실컷 있으니까 사라질 걱정일랑 말아요",라고 해주는 것 같아서.


늘 같은 장소에서 맴돌며 사는 것이 싫증이 나는 오늘 같은 날은 여기를 떠나서 바닷가로 이사 가고 싶구나..라는 생각을 또 하게 한다(그러니까 내가 자꾸 하는 게 아니라고요;;). 바닷가는 구름이 더 많고 공기도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신호등을 받고 커브를 돌면 펼쳐지는 풍경을 쉽게 버리고 갈 수는 없을 것 같다. 바닷가 동네에도 저 신호등 받은 후에 펼쳐질 멋진 풍경의 거리를 아직 찾지 못했으니까. 아무래도 이 동네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그 이유가 적어도 40%는 될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그 길을 구경하려고 그냥 차 끌고 온다는. 우리 집이 있는 거리는 막다른 거리인데 그래도 꽤 들어가야 하는데도 끝까지 왔다가 돌아가는 사람들 보면 이해가 가면서도 어이없다. 더구나 요즘 다시 기름값이 올라가고 있는데. 


아무튼, 그런 것은 그네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나는 저 구름을 보면서 황홀한 기분이 들어 그런가 집으로 가는 길이 너무 아름다워서, 살아있다는 것이, 쉬러 갈 곳이 있다는 것이, 그곳에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했다. 그래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피곤했지만, 딸과 아들이 보고 싶어서 비디오 쳇을 했더니 딸은 바쁜지 안 들어오고 큰아들이 들어왔다. 길을 걸어가면서 전화를 받고 있었다. 학교 수업 끝나고 여름에 일할 곳에서 모임이 있어서 참가하고 이제 집으로 걸어가고 있단다. 10분 정도 더 걸으면 집에 도착할 것 같다며 다시 전화하겠다고 했는데 10분 후에 전화가 안 와서 나도 그냥 잤다.


그냥 잤는데 너무 오래, 푹 잤다. 지난 주 일 끝나고 잠을 잘 잘 수 없어서 멜라토닌을 사야 하나 생각했는데 너무 잘 자서 약국에 가서 멜라토닌 사는 것을 또 미루게 되네. 


새벽에 잠이 깨서 사무실에 왔다. 할 일은 늘 있으니까. 그나마 알라딘에 들어와서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것이 내게는 숨 고르기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일단 지저분한 책상을 좀 정리하고, 그 주변도 정리하고 정신을 가다듬으면서 해야 할 일이 뭔지 확인해보자. 한동안 너무 지쳐서 꿈을 포기 했었는데 봄도 오고, 일도 많이 적응을 하게 되어 독립도 했고, 학교도 이제 반이 남았으니까 다시 계획을 세워보기로 한다. 꿈은 구름처럼 다시 풍성해지게 되면 외면할 수 없으니까.


꿈을 생각하니 이 책이 관심 가지만, 한국에서 대학원 가는 거라서 미국 대학원이랑은 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선뜻 마음이 안 내킨다. 더구나 전자책도 아니고. 

내 사주에 공부가 없다며 대학 갈 생각 하지 말라고 했던 사주 보던 분의 말은 이 나이가 되어서도, 대학을 나와서도 잊히지 않는다. 어쨌든 그런 팔자를 가진 내가 이제는 대학원을 넘보고 있으니.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미래는 예측 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게 되니 사주 같은 거 보고 미리 포기하거나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긴 한 듯. 어쨌든, 지금으로서 내게 공부가 답이다. 또 다시 벽을 마주하게 되더라도....



꿈과 책과 힘과 벽 - 잔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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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1-03-11 23: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자아자^^

라로 2021-03-12 01:42   좋아요 2 | URL
아자아자가자아~~~!!^^

mini74 2021-03-11 23: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참 반듯하고 성실하신 분 *^^* 사주에 없다는 공부팔자를 기어이 만들어 끼워넣으신 분 ㅎㅎ *^^* 항상 응원합니다 ~

라로 2021-03-12 01:43   좋아요 2 | URL
하하하 아니에요, 미니님~!! 그래도 그런 말 들으면 기분 째지게 좋죠!!^^;; 팔자에 없는 공부 하자니 죽을 맛이긴 해요..ㅎㅎㅎㅎㅎ 고마와요 저 좋아서 하는 건데 칭찬도 듣공~^^; , 저도 미니님 응원합니다!!^^

psyche 2021-03-13 06: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 사주보는 분 완전 틀렸는데요!!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도 많은데 꿋꿋히 간호사 공부를 끝내고 계속 공부를 하는 라로님처럼 사주에 공부가 있는 사람이 또 어디 있다고!! 저도 항상 라로님 응원하고 있는 거 아시죵?

라로 2021-03-13 10:10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아직도 공부를 하고 있을 줄이야,,더구나 학위가 도대체 몇 개인가요??^^;; 지금 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그분이 반대로 말 한 거 아닐까요? 초년에 공부가 없지만 말년엔 공부 뿐이다,,^^;; 그럼요!!! 저도 프님 늘 응워하는 거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