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는 읽어 본 적은 없고, 중고등, 아니 아마 고등학교 시간에 독일의 철학자인데 거기에 몇 가지 순수 이성 비판이니, 뭐 그렇게 비판으로 이름 날린 철학자라고 배운 듯한 어렴풋한 기억이 나지만, 다 떠나서 매일 정확한 시간에 산책하는 아저씨라서 칸트가 지나가면 시간을 맞췄다는 우화(?)가 떠오르는데 이 아저씨가 "논리적으로나 사실적으로 동등한 근거로 성립하면서도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모순된 두 명제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서 세계를 예로 들었다고 한다.
"세계는 시간적으로도 공간적으로도 한정된 것이다"와 "세계는 시간적·공간적으로 무한하다"가 그것인데, 끝과 시작도 마찬가지겠지.
오프닝 멘트가 너무 거창한데 (칸드 아저씨 죄송합니다요. 별 얘기도 아닌데 들먹여서.^^;;) 오늘이 내 오리엔테이션의 마지막 날이라 오프닝에 철학자의 말을 다 가져다 붙였다. 암튼, 그 말은 이제 나 스스로 독립해서 진짜 간호사가 되는 시작이라는 뜻도 된다. 세계가 시간과 공간적으로 한정되면서 또한 무한한 것처럼, 내 오리엔테이션이 끝나면서 다른 의미의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되는 것이니까.
그래서 그런 건지, 아니면 이틀 연속으로 일하고 이제 삼 일째 일을 해야 하는 날이라 그런 건지 일하고 와서 바로 잠이 들었는데 겨우 4시간 자고 일어났다. 전화가 와서. 받으려고 보니까 중요한 전화도 아니고 스팸. (요즘은 전화가 오면 스팸 전화 같은 것은 'scam likely'라고 뜬다. (그러니까 확률이 50% 인 거다. 아니다 스팸 일 가능성이 더 많으니까 70%라고 해야 하나?) 일반적으로 잠자기 전에 do not disturb를 켜놓고 자는데 오늘 아침엔 너무 피곤해서 그냥 잤더니 이런 불상사가. 다시 자려고 무척 노력했지만, 마지막 오리엔테이션 날이라 그런가 뒤척이다 에이씨! 간단하게 한마디 뱉고 일어나서 마지막 오리엔테이션 실수 없이 잘 보내게 해 달라고 기도하면서 준비하기로 했다. 철저한 준비만이 실수를 줄일 수 있으니까.
사실 너무 떨린다. 지금까지는 내가 실수해도 오리엔테이션이니까 다 눈감아 주고, 기다려주고, 이해해 주고, 뒤에서 욕하더라도 격려하는 것처럼 앞에서는 위로하던 사람들도 오늘이 끝나면 얄짤없겠지? 나는 이제 정말 독립을 하고, 내 이름과 어렵게 딴 라이센스를 걸고 일을 해야 하며, 잘잘못이나 잘한 것이나 다 내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거다. 갑자기 너무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인생이든 쉬운 것이 없네... 술 한 잔? 대신 음악 듣자.ㅋ
Life Goes On - BTS
노래 제목만 기억나고 누가 불렀는지 기억이 안 나서 제목만 구글에 넣었더니 듣보잡인 BTS의 노래가 나오네. 얘네들도 [Life Goes On]이란 노래를 불렀구나. 내가 찾는 건 이게 아니었지만, BTS 좋아하시는 프님 생각나서 듣기로 한다.
그래도 내가 찾는 노래 안 찾아져서 그냥 레이디 가가 (Lady Gaga)의 Million Reasons 듣는다.
Million Reasons - Lady Gaga
요즘 책을 열심히 읽었지만, 스캇님이 올려주시는 음악 말고는 들은 것이 거의 없네. 다시 음악도 찾아 들으면서 문화 생활도(책도 문화 생활 맞습니다요만, 매일 밥만 먹을 수는 없는 거니까?) 누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를 바래본다.
<소방관의 선택>은 앞에 나온 찬사의 글을 읽다가 주눅 들었다.
그래서 생각을 해봤다. 소방관이 얼마나 중요한 직업인지 다들 알지만, 지금까지 소방관의 삶에 대해서 많이 읽지 못했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한 찬사가 줄줄이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공부를 많이 한 소방관이기에 이런 책을 쓸 수 있었고, 더구나 여자 사람이 소방관이라서 더 화제를 모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 그러니 뭐든, 어떤 직업이든,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거??
아니면, 이 책의 제목처럼, <일 잘하는 사람은 글을 잘 씁니다>인가?
뭐 아직까지는 거기까지 밖에 생각을 못 했지만, <소방관의 선택>을 N군에게 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글을 읽으려면 몇 년이 걸릴테니 영문으로. ^^;;; 한때 소방관이 꿈이었던 아들에게. 혹시 알아? 다시 소방관이 되고 싶어질지. 그냥 소방관이 아니라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많이 공부하는 소방관.
간호학에는 이미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이 넘치고 넘친다. 그래서 내가 공부를 많이 해봤자, 별 희망이 안 보인다. 이건 또 무슨 소리? 늘 기승전삼천포도 아닌 기승삼천포사천포.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삼천포로 잘 빠지는 글도 읽고 싶어서 친구 신청을 하셨다는 분 덕분에 또 글을 끄적인다. 맞춤법도 잘 모르는 사람의 글이 읽고 싶어서 친구를 신청하셨다니,,, 저 정말 삼천포거든요. 전 책임 안 질 거에요. 읽다가 실망해서, 얘 이것 밖에 안 되는 거야?라고 실망하셔도. 어쨌든, 술이든, 음악이든, 이제 좀 마음이 가라앉았으니 저녁 싸가지고 일하러 가자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