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을 하러 갔더니 병실이 드문드문 비어있었고, 청소하시는 분들이 청소하거나 UV로 소독을 하고 계셨다. 중환자실이 너무 조용하고 간호사들도 몇 없었다. 무슨 일이지? 늘 어수선하고 왁자지껄했는데 고요하다고 할 정도로 조용하고 정리가 되어 있었다.


임무 교대를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어제 낮에 코로나로 입원했던 환자들 중에 4명이나 죽었고, 남아 있는 코로나로 입원한 환자들 중에서도 입원한 지 2주가 지나서 코로나가 클리어 된 환자들과 다른 병으로 입원한 환자들만 남아 있었다.


코로나 환자들이 없으니까 일도 훨씬 수월했다. 그리고 사진에서 보이는 빡빡머리 남자가 자기 부인이 만들었다며 Mediterranean 음식을 싸왔고, 알록달록한 무늬의 옷을 입은 사람이 어제 임시 차지 널스였는데 그녀가 피자랑 마카로니 앤드 치즈, 칼릭 브레드 등을 시켰다. 저렇게 먹고 하면 안 되지만, 윗사람들 몰래 조촐한 파티를 하자며 밤 10시쯤 다 함께 모여서 사진도 찍고 맛있게 먹었다. 재밌었다는.ㅎㅎ



다른 유닛으로 플롯트 간 두 명의 간호사들도 와서 잠깐 먹고 갔다.


간호사들이 프리코비드 시대 중환자실은 정말 일할 맛이 났었다고 해서 도대체 어떻길래 궁금했는데 어제 일하면서 이렇게 편하고, 여유 있고, 즐겁게 일할 수 있으니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로나 환자들 돌보냐고 번아웃 되었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무튼, 일 끝나고 숙제 제출 해야 하고, 4월, 5월 스케쥴 짜야 해서 안 자고 이러고 있다. 어제 넘 편하게 일해서 덜 피곤한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어제의 차지 널스는 밀드레드 (가명)이라고 하자. 아침에 일 다 끝나고 나랑 잠깐 얘기를 했는데 나이가 나보다 5살 정도 많은 사람이다. 나이가 많은 내가 뉴 그래드로 열심히 일하니까 안 되어 보였는지 나를 볼 때마다 "괜찮아?" 또 는 "머 필요한 거 없어?"등등 친절하게 대해준다. 먹고 남은 피자도 나보고 가져가라고. ^^;; 암튼, 물론 안 가져왔지만. 아무튼, 자랑하려고 한 건 아니고 그냥 대화를 나누다가 말을 하게 되었는데, 자기는 22살에 간호사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집을 샀단다. 그래서 28살에 몰기지를 다 갚고 지금은 자기가 22살에 샀던 집을 세주고 있다고... 


22살때 나는 옷이나 사고 맛있는 거 사 먹고 친구들하고 몰려 다니는 것에 정신 빠져 살았는데,,, 이제라도 옷이랑, 책이랑, 그런 거 그만 사고 절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승전삼천포인 얘기가 되겠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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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21-03-01 09:28   좋아요 2 | URL
수고많으세요!

라로 2021-03-01 22:0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보물선님도 잘 지내시죠??

psyche 2021-03-01 09:38   좋아요 2 | URL
이런 날도 있어야 힘든 시기를 견뎌낼 수 있겠죠! 그리고 라로님은 이제 돈을 버시니 열심히? 모으시면 되겠네요. 하지만 내가 번 돈으로 사고 싶은 거 사는 즐거움이 있어야 일할 때도 신이 날 거 같아요.

라로 2021-03-01 22:1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어제 아니 그젠가 (시간개념 제로) 환자보다 간호사가 더 많은 날이었어요.ㅎㅎㅎ 일하는 거 같지도 않더라구요.ㅋㅋ 저는 제가 번 돈으로 너무 많은 지출과 제가 벌지도 않은 돈으로 더 많은 지출을 한 인간이라 이제는 좀 자중하려고요. 그래도 가끔은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아 좋아요. ^^ 돈 덕분에 느끼는 파워,,프님도 그렇죠?ㅎㅎ

페넬로페 2021-03-01 10:34   좋아요 3 | URL
그동안 코로나 환자때문에 평소보다 훨씬 많은 업무량에 더 힘드셨을거예요. 고생 많으셨어요.
저 어젯밤 꿈 속에서 라로님 만났어요.
사진으로 얼굴을 가리셔서 그런지 실루엣만요. 근데 라로님이셨어요 ㅎㅎ
알라딘에서 만나니 친구되었나봐요.
22살은 옷사고 친구 만나고 당연히 연애해야죠^^

라로 2021-03-01 22:13   좋아요 1 | URL
그렇게 업무량이 차이가 나는 줄 몰랐는데 정말 확연히 다르더군요.ㅎㅎ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를 만나셨다고요?? 어머나!! 어떤 꿈일지 너무 궁금해요. ㅎㅎㅎ
저도 예전에 알라딘에서 만난 분의 꿈을 꾼 적이 있는데 지금은 그분도 그 꿈도 기억이 안 나네요.
다들 먼저 다 떠나고,,,제가 너무 오래 남았나 싶었는데
이렇게 로님처럼 좋은 분을 다시 만나게 되네요. 인생은 참,,,^^

행복한책읽기 2021-03-01 10:44   좋아요 2 | URL
22살에 저는 술마시고 술마시고 술마셨어요. 아. 알바도 했네요. ㅋ 그럼 남푠님이 22살 연애 시절 만난 분?? 그럼 미성년자를?? ㅋ
코로나 언능 물러나 중환자실 계신분들 저리 편해지면 좋겠네요. 코로나로 감기 환자는 줄어 1차병원 소아과 가정의학과는 파리 날린대요. ㅡㅡ

라로 2021-03-01 22:15   좋아요 0 | URL
저는 술을 잘 못 마셨나봐요,, 술마신 기억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없으니,,남편은 제가 25인가? 뭐 그쯤 만난 것 같아요.ㅎㅎㅎ 맞아요, 남편은 그때 21살인가?? 겨우 미성년자 딱지 뗀 아이를 낚았죠!! 제 인생의 대박이었네요.ㅎㅎㅎㅎㅎ
그랬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코로나 다시 더 독한 놈으로 오려고 잠시 이런 휴지기를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요. 에효

scott 2021-03-01 11:56   좋아요 2 | URL
22살 그림자 뒤 라로님은 23살로 보임 라로님이 병원근무 공부에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책에 몰두 하시는 이유를 알것 같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이유 희망을 읽고 싶어서 ,,,흔히들 자식들 성장하고 나면 자신의 삶 오로지 자신을 위한 삶을 사는데 라로님은 환자들과 생과사를 함께 하시네요건강 잘챙기세요 병원 딘다이펑꺼 그만좀 줬으면 ㅜ.ㅜ 전 22살때 전세계를 넘 돌아다녀서 링겔맞을정도로 ㅋㅋ 끝맺음은 삼천포로 ~@@

라로 2021-03-01 22:18   좋아요 1 | URL
병원 딘타이펑, 그날 한 번이었어요.ㅎㅎㅎㅎㅎㅎㅎㅎ제가 많이 싸들고 와서,,,쿨럭 저는 젊어서 시간을 낭비하고 돈을 낭비해서,,,이런 고생을 하는 것 같지만, 말씀처럼 한편으로는 보람되고 제 스스로 노후를 준비한다는 생각도 들어서 좋아요. 그리고 놀면 뭐합니다? 이렇게 일할 곳이 있다는 것 감사하죠.ㅎㅎㅎ 공부를 더 잘해서 더 좋은 직업을 갖고 싶은데,,,요즘 제 공부하는 머리 생각해보면 한 여름밤의 꿈이었구나 싶어요.ㅠㅠ 늘 스캇님의 응원에 기운이 나고, 올려주시는 음악이 무엇일지 넘나 기대가 되어요. 하루하루 쉽지 않으실텐데 정성스런 글 너무 감사드려요!!^^

2021-03-01 1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01 2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