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알라딘에 페이퍼 올리고 집에가서 샤워하고 저녁 7시가 되어 일어났더니 남편이가 큰아들 방 침대에서 빨래를 개고 있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가까이 다가가서 꼭 안아주고 마주 앉았더니 남편이가 왈, "나는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더 쭈그러 들어서 늙어 보이는데 너는 자고 일어나면 주름이 다 펴진 것처럼 젊어 보여."라고 얘기해서 박장대소를 했다. 그 비결은 바로 '붓기'라는 거야.ㅎㅎㅎㅎㅎㅎㅎㅎ 몸의 신체 기능이 저하 하면 붓기가 생긴다. 그런데 그게 남자들보다 여자가 더 심하다는 것은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이야기다. 덕분에 자고 일어나서 만이라도 젊어 보인다니 붓기이든 뭐든 '젊어 보인다'는 말이 듣기 좋아지는 것을 보니 내가 정말 늙는구나.


2. 거실과 우리 방 사이의 거리는 꽤 멀다. 어차피 잠이 깨려고 한 것도 있지만, 해든이가 막 소리를 질러대는 것이 들린다. "아! 녀석이 또 게임을 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든이는 평범한 아이인데 친구들과 게임을 할 때 어찌나 박력콸콸 넘치시고 뻔뻔한지. 또 다른 인간이 그 아이 속에 숨어있다 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게임 더 열심히 하라고 부추기시는 남편인지가 해든이에게 마이크가 달려있는 게이머용 해드셋트를 사줬다. 그거 쓰고서 무슨 풋볼 경기 코치처럼 친구들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막 지시하는 모습이 선수들에게 호통치시는 사령탑에 앉아 계시는 분 같아 보이기도 하다. ㅋ


내가 잠옷 바람으로 거실에 나오니까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화들짝 놀라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런 반응 절대 안 보임) 게임 하다 말고 해드셋 내려 놓고 내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잽싸게 달려와서 보고한다. 이거이거 다 했고, 시험 어떻게 봤고, 책도 다 마치고 피아노 연습도 해서 정정당당하게 게임하는 시간을 얻어서 하는 거라고. 역시 집안에 누구 하나는 무서운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 대상이 나라는 사람이니까 또 슬프다. 나도 아이에게 두려운 엄마가 아닌 사랑 받는 엄마가 되고 싶은데...하지만, 최근에 읽었던 책에서 그랬잖아. (어느 책인지는 기억이 안 나네. 기억력이 없는데 이렇게 책 읽는 거이가 희망이 있나 싶기도 하다만;; - 어느 페이퍼엔가 밑줄긋기를 한 듯한 기억이 어렴풋) 훈육은 엄마라고. 그러니까 나 잘하고 있는 걸 거야.


해든이가 다 읽고 게임 시간 벌은 책은 크리스마스에 사 준 시리즈 책. 바로 이것.



그중 오늘 다 읽었다고 한 책은 <The Mysterious Benedict Society and the Perilous Journey>




책 많이 읽으라고 책 사주는 남편이면서 게임도 열심히 하라고 해드셋 사주시는 남편이. 하긴 이 해결책 말고는 다른 해결책은 안 보인다. 지금으로는.










3. 내가 자고 있는 사이 남편이는 큰아이들과 페이스타임을 했단다. 딸아이와도 잠깐 했는데 바빠서 오래 못했다고. 나는 공부하느라 바빠서 못했다는 것인 줄 알았더니 아직도 엠캣 가르치는 것을 하고 있단다. 의대 시작하면 안 하기로 했는데 돈이 없어서 그런가?ㅠㅠ 사위도 아직 학생이니까 이해는 하지만, 일하면서 의대 공부하는 것이 가능할까? 좀 속상하다. 왜 일찍 결혼해 가지고... 억척이 같으니라고.ㅠㅠ 


큰아들은 오늘 통역하는 곳에 신청을 해서 스크리닝 받으러 버스 타고 다른 도시로 갔단다. 목요일이 스크리닝 데이라고 하면서. 지내는 곳은 친구집에서 신세를 지고 있다고 했다. 시어머니 친구분이 최근 그곳으로 이사를 가셔서 거기서 지내라고 했는데 (어마무시 부자임) 아들이 부담스럽다고 친구집에서 지내겠다고. 딸이나 아들이나 사서 고생을 하는 것 같아 맘이 짠함. 뭐 어쩔 수 없지. 다 자기들의 선택이니까.


새벽같이 버스를 타고 다른 주로 간 아들은 과연 합격해서 베트남어 통역을 할 수 있을까? 안타까운 마음을 듬뿍 담아서 남편이에게, "통과 할 거 같아?" 그랬더니, "통과 못하면 어때? 열심히 준비했다는 것이 중요하지." 그런다. 맞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목표를 만들고 그 목표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이 중요하고 결과가 어떻게 되든 내가 지켜본 아들의 통역 준비 과정은 칭찬하고 싶다. 더구나 우리 엔군이!! 공부하거나 외우는 거 대따 싫어하는 엔군이 말이지!!!


4. 알라딘에 들어오니 또 책구매 바람이 불고 있네.ㅠㅠ 거부할 수 없는 바람! 아니지, 내 자유의지를 이렇게 쉽게 (가 아니라 힘겹게 인가?) 꺾이면 안 되지,,,그러면서 가장 먼저 체크하는 것은 환율! ^^;; 오잉!@@ 오늘의 환율이 갑자기 100원이나 올랐네!! 트럼프 말기에 환율이 바닥을 치는 것 같더니 서서히 좋아지는 것 같은데(내 입장에서). 그러면 책 사도 되겠는데? 뭐 이렇게 연결이 된다고나,,, 그럼 박완서 선생님의 산문 전집을 사는 거야!! 현재 환율 $1115.80. 환율 보고 책사는 것이 주식 하는 거랑 비슷한 게 언제 저 환율이 더 내릴지 더 오를 지를 모른다는 점. 지금 추세로 보면 달라가 올라갈 것처럼 보이기는 하는데, 오늘 질러? 말어? 도박 하는 거 같구나.ㅎㅎㅎㅎㅎ










5. 책을 좋아하는 독자지만 작가에게 편지를 보내본 적은 없다. 거의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적은 있지만, 귀차니즘. 하지만 이번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다시, 올리브>에서 첫 이야기의 제목을 왜 <arrested>로 했는지 너무 궁금해서 이메일을 보냈다. 맘먹고 보냈는데 아직 답장이 없다. 물론 작가의 이메일 주소는 모르니까 작가의 홈페이지에서 Contact Elizabeth 에서 MEDIA INQUIRIES 밑에 나온 이메일 주소로 보냈는데 아직 답이 없네. 못 받았나? 다시 보내야 하나? 귀찮지만, 다시 보내야 할 것 같다. 나는 여전히 한국어 번역인 <단속>이 적절한 번역이라고 생각하니까. 물론 스캇님께 그 번역이 잘못 되었다는 설명을 자세히 들었지만;;;; 나는 꼴통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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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1-01-28 15: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집에 누구 하나 무서운 사람 1인으로서 그 슬픔 공감하고 갑니다 ㅋㅋㅋ이달에 책 많이 안 샀다고 뿌듯해하는 중이었는데 알고보니 월초에 몰아서 18만원 질러놓고 자중하는 중이었더라구요..그럼 그렇지...

라로 2021-01-28 17:29   좋아요 2 | URL
어쩐지 반열님이 나의 젊은 페르소나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들더라니,,,ㅋㅋ 우리는 호랑이 엄마였군요!!ㅎㅎㅎ 저도 월초에 25만원어치 샀는데 장바구니에 삼십만원 넘게 자리잡고 있어요,,환율아 더 올라라,,,이러고. ㅎㅎㅎ 반열님 근데 1월 거의 얼마 안 남았어요. 더 자중하시면 지갑에 날개 달릴 2월이 다가올;;;

페넬로페 2021-01-28 17: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세상의 진리들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것 아닌가요?
‘지구는 둥글다‘ 이런거요~~
근데 붓기가 젊어보이는 비결이라뇨?
라로님은 외계인이시군요**
저는 엄마는 좀 엄하고 아빠는 한없이 자애로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라로 2021-01-28 17:34   좋아요 3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제가 외계인이 아니라 제 남편이 외계인인것 같아요.
지구인은 아무도 저를 예쁘게 봐주거나 젊게 봐주지 않은데,
더구나 부은 얼굴을 그렇게 보는 사람이 없을텐데
이 외계인 남편이만 늘 저러네요. 아부하는 건가? 돈 더 벌어오라고??ㅠㅠ
페님의 말씀이 맞는 것 같긴해요. 아빠가 무서우면 아이가 낳아주지도 않은 아빠에게 두려움만 있겠죠?
엄마는 무서워도 태중에서 연결되었던 10개월과 젖먹이던 결속이 든든하게 지켜주니까.. 그래서 저는 오늘도 호랑이 엄마입니다요.ㅠㅠ

행복한책읽기 2021-01-28 17: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붓기의 보톡스화!!! 주사바늘 필요없는 라로님 탄력 피부 찬양하라 찬양하라!!!^^
훈육은 엄마. 맞습니다요.
해든이 귀엽고, 큰아들 기특하고, 딸은 대견합니다. 남편님은. . . 흠. . . 제 남편과 넘 비교돼서 라로님께 질투가 납니당 ^^;;;

라로 2021-01-28 18:23   좋아요 3 | URL
붓기의 보톡스화!! ㅎㅎㅎㅎ 언제나 기발하셔!!ㅋㅋㅋ
훈육은 엄마 맞는데 아빠까지 같이 하면 부작용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어요.
저는 어렸을 적에 엄빠가 무서운 분들이라 이렇게 찌그러진 인간이 된 것 같아요. (뭐 이제는 그 찌그러진 부분 제 스스로 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 남편은,,, 질투하시는 거 이해해요.3=3=3=3=3=3=3=333=3=3=3=3=333

얄라알라 2021-01-29 01:35   좋아요 2 | URL
˝붓기의 보톡스화˝

새벽까지 다 빼내지 못하고 있던 카페인이 빠져나가도록 킥킥거리게 하는 표현입니다^^ 부어도 좋으니 쫘악 보톡스화되보았으면^^

바람돌이 2021-01-29 0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희집 훈육은 애기때는 저였는데 아이들이 사춘기 들어가면서는 아빠로 바뀌었어요. 학교에서 워낙 심한 사춘기 애들을 많이 보다 보니까 저는 집에 오면 아유 너네가 하는건 껌이다 이런 생각에 많이 관대해지던데, 남편은 아니더라구요. 미치는거죠. ㅎㅎ 그 이후 훈육담당은 계속 아빠. 이거 바뀌니까 참 좋더라구요. ㅎㅎ

라로님댁의 아이들 다들 자기 할일 열심히 찾아서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좋아요. 우리집 녀석들도 그렇게 커야 할텐데 말이죠.

라로 2021-01-29 05:57   좋아요 0 | URL
그러셨겠어요!! 학교에서 학생들과 비교하시면서 아이들의 현주소를 아셨을 것 같아요. 하지만 아빠는 답답하셨을 듯요. 제가 그렇거든요. ^^;; 남편분이 맡아서 다 해주신다니 넘 부러워요!!! 바람돌이님께 갑자기 질투가 납니다. 어머님도 계시고 훈육 도맡아 하시는 남편분도 계시고, 더구나 따님도 둘!! 바람돌이님은 금메달리스트??^^;;

psyche 2021-01-29 0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는 지난 크리스마스 선물로 엠군에게 게이머 키보드를 선물했답니다. ㅎㅎ
라로님이 대단하신 거에요. 저는 막둥이한테는 기력이 딸려서 잔소리도 귀찮더라고요. 첨에는 누나들과 너무 다른 아들녀석때문에 황당하고 기가 찰 때가 많았는데 (아 과거형은 아니구나 많은데) 잔소리 하다가 그냥 제가 지쳐서 아이고 모르겠다. 이렇게 되버리네요. 언젠가 정신차릴 때가 있겠지. 언젠가 철이 들겠지... 이러고 있어요.

라로 2021-01-29 11:19   좋아요 0 | URL
저희는 아마 다음 크리스마스 선물이 게이머 키보드가 될 듯요. 필연인가?😅
엠군 대학 신청 다 했나요?? 결과 언제??? 대견해요 저는 엠군이!! 게임도 하면서 어떻게 그렇게 공부도 잘 해요?? 엄마가 바라는 것보다 잘 될 것 같은데요?? 아들들 원래 좀 철이 늦게 들잖아요. 넘 걱정 마세요. 엠군이 말수가 적지만 의젓하고 듬직하고 자기 할일 다 알아서 잘 하는데요. 누나들보다 더 잘 되지 않을까요??

psyche 2021-01-29 13:14   좋아요 0 | URL
저... 엠군 진짜 공부 잘하지 못해요. 왜 잘한다고 생각하실까요? ㅜㅜ 성실함이 없어서 gpa가 나빠요.
더군다가 코로나로 sat 점수를 안보거나 옵셔널이 되었잖아요. 엠군 같은 아이에게는 치명타인데 어쩌겠어요. 누가 내신 관리 하지 말랬나.. 흑

라로 2021-01-30 11:2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엠군이 너무 운이 안 좋았어요. 하필이면 코로나가!! 그렇다고 엠군이 공부를 못하는 건 아니죠. GPA 관리를 못한 건 정말 안타까운데 남자아이들은 대부분 그럴 것 같아요. 엠군은 제 엔군에 비하면 하늘과 땅!!😅 그러니 절 보고 위안이 되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