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벽돌님

요즘 새 책이 너무 많이, 잘 나오니까 오래된 책은 더 거들떠보지 않게 되는 것 같다. 며칠 전 집에 있는 두꺼운 책에 대한 글을 올리다가 우리집에 <레미제라블>이 불어로도 있지만, 영어로도 4권 정도는 될 거라고 했는데 우리집에 있는 <레미제라블> 중에 가장 오래된 책을 우연히 발견했다. 바로 이 책이다.










이 민음사에서 나온 <레미제라블>은 내가 갖고 있는 것이면서 다 읽었다. 한국에 있었을 때 알라딘 친구들과 함께 읽었던 책. 함께 읽지 않았다면 중간에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레미제라블>처럼 세실님과 함께 <안나 카레리나> 읽었던 그 여름이 다시 생각나네. 

한국은 무더워서 땀 찔찔 흘리면서도 손에서 놓지 못하던 <안나 카레리나> 그립다, 그 모든 시간들이.

<안나 카레리나>도 역시 민음사 것으로 읽었다.







우선 책 뒤에 보이는 건 물통이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들 궁금해할 것 같아서)

우리 시어머니가 참 현실적인(?) 분이신데 우리가 있는 곳이 사막인데다 지진이 가끔 일어나는 곳이니 자연재해를 대비해서 준비해두시는 물이다. 유효기간 (본인이 생각하는)이 지나기 전에 다시 바꿔주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시고 하고 계시다. 어머니가 못하게 되면 내가 해야 할 것 같은데 나는 어머니처럼 잘 할 자신이 없다는. ^^;; 큰 책장 몇 개 가득 책 뒤에 저렇게 물병이 있다는. 우리 집에 오는 사람들은 다 물어본다. "저 뒤에 있는 게 뭐에요?" 라고. 암튼.


본론으로 들어가서 처음으로 저 두꺼운 <레미제라블>을 꺼냈다. 바로 앞장에는 인물 소개를 타이프로 쳐서 놓은 종이가 나왔다!!@@


종이도 A4용지가 아닌 괴상한 사이즈의 종이 위에 작게 타이프를 했는데 나는 저것을 보고 좀 감동했다. 책 자세히 읽는 사람들은 저런 짓을 정말 하는구나 싶어서. 나는 책 읽는 자세가 안 된 인간인거야. ㅎㅎㅎㅎ


1938년 카피라이트 되어 있는데, 5권을 하나로 묶어서 나온 책이 그당시는 흔하지 않았나 보다.


저 책은 시아버님의 아버지인 남편의 할아버지의 책이란다. 저 책 뿐 아니라 저렇게 등장인물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만들어서 책을 읽으셨다고 한다. 남편의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가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7형제중에 막내였단다. 우리 해든이처럼 늦둥이로 태어나서 할아버지가 태어났을 때는 형들과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중학생이 되었을 때는 그당시 의사였던 둘째 형네 집에서 생활을 하셨단다. 그래서 자연히 의사인 둘째 형처럼 결국 의사가 되셨다고. 이 할아버지 역시 책을 엄청 많이 읽으시는 분이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남편과 결혼하고 몇 년이 안 돼서 돌아가셨는데 처음 결혼하기 전 남편의 가족들과 인사하러 가서 만나서 저녁을 먹고 파사데나에 있던 할아버지의 집에 갔었는데 온 집안이 다 책으로 둘러 싸여있어서 놀랐던 기억은 지금도 어제 본 것처럼 생생하다. 그러니까 우리 집안에서 책을 좋아하고 읽는 좋은 습관을 주신 분은 할아버지시다. 우리 가족보다 더 책을 좋아하는 시아버지의 누나인 돌아가신 남편의 고모 가족은 온 가족이 책벌레다. 대단한 책벌레들. 아직까지 고모네 아이들 같은 책벌레는 내가 직접 만나본 사람중에는 없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그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까지 돌아가셔서 파사데나에 있는 집을 처분할 때 할아버지의 책도 대부분 고모네가 가져갔는데 그중 시어머니가 챙겨온 책 중에 하나가 바로 저 <레미제라블>이란다. 


나처럼 책 많이 안 읽고, 더구나 소설과는 거리가 먼 사람도 읽은 <레미제라블>! 빅토르 위고는 알았을까? 자신의 책이 이 21세기에는 전자책으로, 오디오북으로도 만들어져서 읽히고 있다는 사실을? 더구나 한 집에 최소한 두 권은 있고, 책 좀 읽는다는 집마다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작년에 큰형님네 둘째 며느리가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포스팅이 좋아서 캡쳐를 해뒀는데 오늘 요긴하게 사용하게 되었다.ㅋ

둘째 며느리가 자기가 얼마나 책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책 읽는 가족의 일원이 되어 감사하다는 글을 올렸었다.

그러면서 사진처럼 자기의 책장 한 부분의 사진을 올렸는데 거기도 똭 <레미제라블>이 있다. 그리고 <반지의 제왕>!! 우리 N군의 목소리로 들어야 하는데 이건 바로 CLAS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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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1-22 14: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종 언어 국경을 넘어서 미국이라는 땅에 뿌리 내리며 살게 한 힘,독서,
책한권에 담겨 있는 라로님 가족에 연대기~
책을 향한 사랑이 느껴지는 포스팅

라로 2021-01-22 15:02   좋아요 3 | URL
인류의 힘, 독서 아닐까요?? ^^;;
그래서 알라딘이 좋아요. 책 좋아하는 사람들만이 통하는 언어도 있고,
함께 읽는 책 이야기도 좋고, 남이 읽었다는 책 이야기 쓴 거 읽는 것이 가끔은 그 책을 읽는 것보다 더 좋고.ㅎㅎㅎ
책은 사랑이죠!^^

아참! 스페인어, 일본어 초보 길잡이 글 좀 올려주세요. 애걸복걸구걸~~~!!^^;;;

psyche 2021-01-23 03: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레미제라블>은 친한 사람들하고 같이 읽었었는데요 안그랬으면 읽다 포기할 뻔...

등장인물 소개를 타이프 해놓으신 거 보니 생각이 나서
얼마 전에 미미여사의 ‘세상의 봄‘을 읽는데 이게 책이 두껍거든요. 그리고 앉은 자리에서 좍 읽는 게 아니고 조금씩 읽다보니 누가 누군지 모르겠는거에요. 특히 일본 이름은 어려운데다 성과 이름이 연결도 안되고... 그래서 종이에다가 이름쓰고 주인공, 주인공 아빠, 오빠 등등 간단한 설명을 쓰면서 읽었답니다. 그러면서 와 내 머리가 진짜 굳었구나. 좀 슬펐어요. 가끔 보면 책 앞에 등장인물 이름과 간단한 설명이 나온 책들이 있잖아요. 이거 왜 있지? 했었는데 왜 ‘세상의 봄‘은 없지 하면서 툴툴대었다니깐요. 근데 2권을 다 읽고 나니 맨 뒤에 인물관계도가 붙어있는 거 있죠. 왜 1권앞에 안 붙여준거야. ㅠㅠ

라로 2021-01-23 14:35   좋아요 0 | URL
그죠!! 저도 함께 읽어서 가능했어요.ㅎㅎㅎㅎ

저도 사실 등장인물 그런거 읽다가 알게되니까 저렇게 써놓지 않는데, 저렇게 타자를 쳐서 무슨 중요한 것처럼 해놨다는 것에 감동했어요.ㅎㅎㅎ 그런데 <세상의 봄>은 2편에 나오는 군요!! 좋은 정보에요.ㅎㅎㅎㅎ 그러게 붙여주려면 1권 앞에 붙이는 게 상식(?) 아닌가??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바람돌이 2021-01-23 1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음 레미제라블 없는 집입니다. ㅎㅎ 저렇게 고풍스러운 책들은 문화재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가족의 역사와 손때가 묻어있는 책이라니 너무 감동적이예요.

라로 2021-01-23 14:37   좋아요 0 | URL
앗!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제가 <레미제라블>없는 집도 있지만, 대부분 있다,,,라고 수정해야겠어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 책 읽어보세요. 5권이라 부담은 되지만 전 저 책 읽어서 참 좋았어요. 그래서 나중에 뮤지컬 봤을때, 영화 봤을 때 더 잘 이해가 되고요 등등요. 지금도 몇 구절은 제 가슴에 늘 남아있어요. ^^ 안 읽으셨다면 추천요!

mini74 2021-01-23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닮고 싶은 전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