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같은 나>는 정말,,, 뭐라고 해야 하니? "너무 좋잖아"로는 너무 부족해.
하지만, 이 책에 대해서는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아. 코딱지만한 스포일러도 되고 싶지 않으니까.
이 책을 읽기 전에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를 읽었는데, 세상에나 개중 내가 읽은 책도 몇 있었지만, 읽고 싶은 책이 왜 이리 많은 거니?? 국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시를, 더구나 독일 유학까지 (마치진 않았어도) 갔다 와서 그런가? 문학의 빠순이 언니로 부르고 싶을 지경. (물론 나이는 나보다 몇 살 어릴 것 같긴 하지만, 문학에 있어서는 한참 언니니까)
우주를 생각하면 우리는 티끌에 불과하고, 이 지구에 존재하는 책을 생각하면 그녀가 소개하는 책들은 티끌보다 더 작은 분자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중에도 내가 들어보지 못한 책들이 있다는 사실에 충격. 더구나 알라딘에서 정세랑 작가의 책 읽고 좋다고 한 글들 다 무시해서 건너뛰다가 psyche 님이 읽고 좋으셨다는 <시선으로부터>를 겨우, 보관함에 담았는데 (그러고보면 나는 한국 소설에 너무 무지하다는) 이수은씨가 추천하니 <옥상에서 만나요>, <지구에서 한아뿐>, <피프티 피플>, <목소리를 드릴게요>, <언니밖에 없네>, <덧니가 보고 싶어> 등등 읽고 싶다.
그런데 이 작가 꽤 젊어 보이는데 언제 이렇게 많은 책을 쓴 거야?? 왕성한 창작력이라니!!!
그럼 정세랑 작가에 대한 이수은씨의 글을 옮겨오면 (이 글 때문에 이 많은 책을 다 읽고 싶어졌으니까!)
옥상 난간 앞에서 절망적으로 시작되었음에도 "고려대에 뭘 주문한다고요?"에서 현(실)웃(음)이 터지고야 마는 이 소설은 끝내 예상을 깨고 '시스터'로 대동단결하는 해피엔드다. 내가 정세랑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다. 문학은 인간에게 피하고 싶은 질문을 직구로 던지는 예술이다. 그래서 많은 소설들이 독자를 힘들고 불편하게 한다. 그리고 그런 걸 자꾸만 써내는 작가란 어딘가 음침하고 뒤틀린 반사회적 존재라는 이미지가 만연하다.
정세랑은 그런 소설가의 클리셰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작가가 이렇게까지 씩씩해도 되나 싶게 튼튼하고 환하다.
문장들조차 리드미컬해서 "원, 투, 쓰리,포, 점프." 소리 내어 읽다 보면 체조를 하는 기분이다. 토닥토닥 안마를 받은 듯 마음속 뭉쳤던 데가 싹 풀린다. 책으로 희희낙락이라니, 하도 희귀한 경험이라서 약간은 나만의 길티 플레저기까지 하다. -전자책이라 페이지수 불명확. 내 전화기는 p.378이라고 나옴
<티끌같은 나>를 읽고 내가 느낀 느낌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처음에 읽으면서 막 낄낄댔으니까. 다시 생각해도 재밌네.ㅎㅎㅎㅎㅎㅎㅎㅎ
내가 <킨>을 읽고 마음이 너무 불편했던 이유는 역시 이수은씨의 표현대로 "문학은 인간에게 피하고 싶은 질문을 직구로 던지는 예술이다. 그래서 많은 소설들이 독자를 힘들고 불편하게 한다."였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정세랑이라는 한국 작가는, 것도 젊은 작가는 씩씩하고 튼튼하고 환하다고 하니까 빨리 읽고 싶다. 요즘 오십견으로 무척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그녀의 책을 읽으면 토닥토닥 안마를 받은 것 같다고 하니 내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녀의 책이 아닐지. 그녀의 대부분의 책이 전자책으로 나와있다는 사실이 나를 더 부추기기도 하고.
하지만, 당장 집어든 책은 전자책으로는 <안녕은 단정하게> (다정하게 아님)와 종이책으로는 syo님이 극찬(했죠!!)한 듯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이 두 권을 곧 마치고 정세랑을 영접하는 것으로.
<안녕은 단정하게>는 소설은 아니지만, 어쩐지 소설로 읽힌다. 지난 이야기라 그런가? 어쨌든 시작했는데 제목만큼 그녀의 단정한 글도 표지만큼 참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