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use me, I have work to do.

오늘 아침까지 (저녁에 일하니까 시간을 말하기가 좀 애매한데) 3일을 내리 일했더니 너무 피곤했다. 그 3일 중에 이틀 째(12/27) 일하던 날 나의 사수였던 남자 간호사 A가 맡은 환자는 처음에 2명이었는데 한 명은 그 환자 (내가 12월 16일에 돌봤고 그 남자에 대해 올린 글이 있다. 글의 제목은 Excuse me, I have work to do)의 친척이 (그는 멕시코에서 온 남자인데 부인은 멕시코에 살고 있다고 하고 자식들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형과 조카들이 보호자로 되어 있다) 담당 의사의 설득으로 결국엔 compassionate extubation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16번 방 환자다. 


그 다음 맡은 환자는 바로 옆 방의 17번 방 환자인데 여성 환자이다. 나이는 60세. 역시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왔는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딸 둘과 함께 살고 있다는 기록이 있고 스페인어 계통의 이름이 아닌 계절 이름을 가진 딸과 구약성경에 나오는 이름을 가진 딸이 매일 전화를 한다. 이 환자도 예전에 맡아서 돌본 경험이 있는 환자라 오늘 밤 어떻게 간호를 해야 하고 어떤 일이 생길지 일하는 일정이 대강 감이 잡혔었다. 


어쨌든, 우리는 간호를 하기 전에 낮에 간호 했던 간호사로부터 여러가지 사항에 대해서 인계를 받는데 특별히 변화가 생긴 것이나 abnormal에 대한 것을 주로 보고 받는다. 그리고 환자의 기록을 읽고 의사들의 진단서와 각종 기록을 읽는다. 나는 그녀의 기록을 읽으면서 그녀가 알코홀성 간경변 (alcoholic liver cirrhosis)이라는 기저질환 뿐 아니라 신장병, 당뇨병등 많은 병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이가 겨우 60세인데 병이 너무 많았다. 게다가 코로나까지 걸려서 응급실에 딸들과 함께 왔고 결국엔 기관삽입을 하게 되었고 중환자실로 오게 되었다. 하지만 이 환자의 예후는 다른 환자들보다 더 나빴다. 간이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기 때문에 약이 들어먹지를 않았고, 환자의 삼투압은 심하게 나빠져서 third-spacing (한국어로 뭐라 표현하는지 모르겠다)이라는 것이 되어 온 몸이 썩은 고구마처럼 누르면 살이 올라오지 않고 그 자리에 오래 머물다가 천천히 올라와서 환자를 만질 수가 없을 정도였는데, 살아있는데 (그러니까 벤틸레이터로 숨을 쉬게 하니까) 눈을 제외한 모든 구멍에서 피가 나왔다. 


처음 그녀를 맡았을 때, 석션을 해주려고 나 혼자 그녀에게 갔다가 각혈보다 더 심하게 입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서 기겁을 하고 RT를 부르고 다른 간호사를 잡고서 (내 사수는 쉬러 갔었다) 안절부절 하던 생각이 난다. 나와 그 간호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침대머리를 올리고 석션을 계속 해주면서 흐르는 피를 닦아주고 있으니까 사수가 와서는 별일 아니라는 것처럼 "예상하고 있는 일"이라고 해서 벙쪘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그녀의 상태는 더 나빠져서 귀에서도 피가 흐르고, 말 그대로 우리 몸에 있는 거의 모든 구멍에서 계속 피가 나왔다. 먹는 것도 없는데 피똥을 누고 온 몸은 third-spacing이 심해져서 물을 잔뜩 머금은 흉측한 스폰지처럼 되어갔다. 


하지만, 그녀의 기록을 보면, 응급실에 실려온 그녀는 의사에게 이렇게 말한다. "제가 오래 살 수 있도록(오래 목숨이 붙어 있도록) 어떤 일이든 해주세요."라고. 나는 그 것을 읽고 암담했다. 저렇게 누워 있으면서, 자신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면서까지 하루라도 더 산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그런데 그건 딸들도 마찬가지였다. 엄마의 목숨이 붙어있게 해달라고 매일 전화로 메달렸다.


27일 밤, 낮도 정신없이 바빴다고 한다. 나와 안면이 가장 오래된 남자 간호사 H는 그래서 12시간 자신의 일을 한 후에도 오버타임을 하고 있었다. 물론 자진해서 하는 것이지만 12시간 일했는데 4시간을 더 일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중환자실에서. 내가 햄튼에게, "오늘 낮에는 어땠어?"라고 하니까 한국어 단어를 조금 알고 있는 그가 이렇게 말한다. "미쳤어."라고.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웃겨 죽는 줄 알았다. 그러면서 내 사수 A와 나에게 16번 방의 환자 보호자들이 compassionate extubation을 결정했으니 곧 보호자들이 환자와 페이스타임(물론 환자와 얘기하는 것은 아니고 환자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겠다는 것임)을 한 후에 compassionate extubation을 하게 될 거라고 알려주었다. 


compassionate extubation은 말 그대로 환자에 했던 기관 삽입을 빼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환자는 산소가 모자라서 결국엔 아주 빠르게 죽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이 굉장히 이모셔널 하기 때문에 죽는 과정은 5분밖에 걸리지 않지만, 서류 작성부터 여러가지로 오래 걸린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의사가 환자의 죽음을 선언하지 않고 간호사 2명이 선언을 할 수 있어서 나, H,그리고 나의 사수 A가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 다른 환자도 위독하니까, 결국 나와 내 사수 A는 16번 환자의 죽음을 선언할 수 없었고 대신 다른 간호사가 H와 함께 했다. 나와 A는 그 순간 17번의 방에 있었다. 그녀가 피를 흘리는 것은 이제 놀라운 일도 아니었지만, 갑자기 혈압이 막 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녀와 그녀의 딸들이 원하는대로 우리는 그녀의 목숨을 계속 붙잡아 줘야 하는 의무가 있으니까. 혈압이 떨어지지 않도록 계속 norepinephrine의 투여량을 조금씩 올려주고 있었다. 


최근에 읽었던 <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에 [큰병은 팔자소관, 작은 병은 관리소홀]이라는 소제목의 글이 있다. 













그는 이렇게 적는다.

그 사람의 원초적인 성격이나 기질은 타고난다. 편협된 성격이나 기질이 오랜 시간 쌓이면 대병이 된다. 대병이란 고질병을 지칭한다. 이러한 고질병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사람의 성격과 기질에서 연유한 것이고 그 기본적인 성격과 기질은 애초부터 타고나는 것이라서 사주팔자에 나타나게 마련이다. 고로 팔자를 보면 그 사람의 고질병을 예견할 수 있다는 등식이 성립된다.


p.92


사주에 있어서 서당개에 머물고 있는 나는 중환자실에서 일을 하면서 매일 죽음을 접하는 간호사, 특히 중환자실에서 일하면서 죽는 환자를 담당하게 되는 간호사들의 사주는 도대체 어떤 사주일까?를 궁금해 했었는데 이제는 이 중환자실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팔자를 타고 났기에 이렇게 고통을 받으면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무튼, 나는 17번 환자의 상태를 보면서 16번 환자를 처음 간호하고 나서 알라딘에 글을 올린 것이 생각난다. "아무리 당신 몸이 당신 소유라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망가져서 자포자기하며 살았습니까?" 거기다 그녀에게는 이런 생각마저 들었다. "그랬으면서 1분이라도 더 살고 싶은 이유는 뭔가요?"


나는 결국 완전하지 않은 그녀의 사주를 봤다. 환자의 기록에 태어난 시각은 알 수 없지만, 생년월일은 나오니까. 물론 그것도 정확하다고는 할수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사실 서당개에도 미치지 못하는 나의 사주 지식으로 그녀의 사주를 봤지만, 뭔가 이해가 되었다. 그녀가 알코홀성 간경변에 걸린 것을. 


원래 나와 나의 사수가 기관 제거를 하고 죽음을 증언하고 했어야 하는데 결국 다른 간호사들이 하게 된 것도 그렇고. 이런 것이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래서 사주가 재밌다. 왜냐하면 사주 말고는 이런 것을 설명해주는 글이 별로 없기 때문에. 




사주, 타로, 점성술, 별자리, 관상, 손금, 신점, 풍수지리, 수맥, 혈액형 성격론, MBTI….

세상에는 수많은 미신이 있다. 그리고 당신이 믿든 말든 미신은 역사를 만들어왔다. 이건 미신이 과학적으로 타당한지 아닌지와는 무관하다. 틀리든 말든 믿는 사람들이 있고, 그 믿음이 어떤 식으로든 역사에 흔적을 남긴다.


p.9




16번 환자가 더이상 고생하지 않고 죽자, 이제 나와 나의 사수는 불안한 상태의 17번 환자를 보면서 16번 환자의 사후처리를 해야 했다. 우리는 환자의 몸을 닦아주고, 절차대로 신체 기증 기관에도 연락을 하고 등등. 코로나로 죽은 환자를 넣는 가방은 다른 병으로 죽은 환자와 다르게 검은색인데 너무 많은 사람이 죽으니 그 검은백이 없어서 일반 환자가 죽으면 넣는 하얀 가방에 넣고 빨간 코로나 환자라는 태그를 붙였다. 죽어서도 용서 받지 못할 죄인도 이렇게까지 구분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죄인도 아닌데 낙인이 찍히는 것 같달까? 


내 사수는 계속, 고인에 대한 예의를 지키면서 이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서 하라며 나를 가르쳤다. 좋은 사수였다.


밤은 길었다. 16번 환자를 시체저장소에 보낸 이후에 다시 새로운 환자가 16번 방을 차지하려고 들어왔다. 환자가 중환자실로 들어오기 전에 그 환자의 정보가 먼저 전달이 된다. 그 정보에 따라서 내 사수는 새로운 16번 방의 환자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ER에서 코드 블루가 울렸다. 나는 초짜라서 몰랐는데 내 사수가 그런다. 원래 오려고 했던 환자가 아닌 저 코드 블루로 살아나면 그 환자가 올 것이라고. 중환자실 답게 가장 상태가 중한 사람이 오게 되는 거라고. 


16번 환자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갑자기 새로운 16번 환자가 왔는데 나는 기겁을 했다. 누워있는 환자의 배만 보였다. 거대한 배가 침대 위에서 출렁이고 있었다.ㅠㅠ 내 사수는 그 환자가 도착하자 그 환자가 오기를 열렬히 기다린 사람처럼 성큼 앞으로 달려가서 그 환자를 받는데 나는 뒷걸음질을 쳤다. 도저히 저 거대한 고래 같은 환자 곁에서 그 환자를 옮기고 뭐고 할 엄두가 안 났다. 나는 계속 뒷걸음질쳐서 도망가고 싶었다. 그리고 절망했다. 도망갈 수가 없으니까.


하지만, 갑자기 17번 환자의 펌프에서 알람이 울렸고, 사수가 나더러 "너는 17번 환자를 맡아!"라고 해서 죽다 살아난 사람처럼 얼른 옆방으로 갔다. 17번 환자가 날 살리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ㅠㅠ 미안해요, 거대한 16번 환자님. 나는 거대한 당신들이 너무 겁나요.


나중에 일을 다 마치고 인계까지 하고 집에 가려고 하니까 사수가 나를 불러 세우면서 오늘 하루 나에 대한 평가를 해주겠다고 했다. 나는 거대한 환자를 보고 도망가고 싶었다는 심정을 솔직히 말했더니, 사수가 하는 말이, "그 사람은 뚱뚱해도 배가 공 같아서 이리저리 움직이기 쉬웠다."고 해서 나도 웃고 사수도 웃었다. 나도 웃었다니...


사수와 나는 17번 환자가 아마도 오늘 아침 (12월 28일)에 코드를 받고 죽을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12월 28일 저녁에 (어제 비가 오던 날) 일하러 가서 가장 먼저 그녀의 병실을 보니 피가 많이 빠져 나가서 그런가 간이 나빠 온 몸에 황달이 심해 노랗게 보이는 그녀가 아직도 누워있었다. 헤모글로빈수치가 낮아져서 피를 수혈받게 되어 있다고 담당 간호사가 말해줬다.


그런데 밤 12시쯤 되어서 코드 블루가 울렸다. 그녀가 죽어가고 있었다. 나는 코드팀이 그녀 옆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면서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왔다. 부디, 저 세상에서는 아프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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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20-12-30 2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라로님
이런 살아있는 글을 남겨 줘서 감사합니다
숙연하고 뭉클하고 두렵고...
예견된 침상을 사명감으로 지키시는 라로님께 존경을!

라로 2020-12-31 08:54   좋아요 0 | URL
언니! 바쁘신데 언제 이 긴 글을 읽으셨군요!! 이제 자 혼자 쓰는 일기에 쓰고 공개는 그만 하려고요. 😅 언니의 응원 덕분에 여기까지 왔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나아가겠습니다!! 언니의 사랑과 우정에 많은 빚을 지고 있네요!!!🙏👍❤️😘

행복한책읽기 2020-12-30 2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바쁜 와중에 어찌 이리 생생히도 의료 현장을 전달해주시는지. 고맙고 감격스럽고 그러네요. 글로 보는 그레이아나토미 같아요. 라로님, 맛난 거 챙겨 드시고 건강 유지하기에요^^

라로 2020-12-31 08:56   좋아요 0 | URL
현장은 두렵죠. 😅너무 생생하게 전달한 것 같아 이제는 그만 쓰려고요. 쓰는 저도 힘든데 읽으시는 분들은 더 힘들겠다는 생각이 이제야 들었거든요. 😅

2020-12-31 0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31 0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31 0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31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psyche 2021-01-03 1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일을 매번 겪는다니 아 얼마나 두렵고 힘들까요. 정말 병원에서 일하시는 분들 대단하십니다. 라로님도 지치지 않으시기를. 건강 꼭 챙기세요

라로 2021-01-04 15:05   좋아요 0 | URL
정말 두렵고 힘들어요.ㅠㅠ 더구나 거구들이 오면..ㅠㅠㅠ 프님은 아시죠?? 여기 거구들이 보통 거구들이 안니거???ㅠㅠ 얼른 NP되고 싶어요.ㅠㅠ 고마와요. 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