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에 캘리포니아 주에서만 single-day COVID-19 사망 기록이 295명이라고 한다. 그리고 내가 사는 엘에이 카운티의 어제 하루 새로운 코로나 확진자의 수는 14,418명이고 지금까지 580,325명이 감염되었다. 또한 현재 엘에이 카운티 뿐 아니라 캘리포니아의 중환자실 침대는 0% 사용 가능 하다고 하니, 중환자실에 와서 치료를 받는 사람들은 그나마 행운의 여신이 선택한 사람들이라고 해야 하는지? 아니면 저버린 사람들인지.


월요일부터 간호사의 숫자 역시 확연하게 줄어서 1사람의 간호사들이 3명의 환자를 돌보게 되었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거의 2500명의 간호사들이 갑작스럽게 나빠진 근무 환경 등을 내세워 파업을 계획하고 있다는 신문 기사도 나왔다. 나는 갓 졸업한 사람이라 여기에 해당이 되는 것인지 아닌지 아직도 감이 안 잡히는데, 이런 악조건이라면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파업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열악한 스태핑으로 인해 간호를 잘못하게 되면 각자 어렵게 따낸 간호사 자격증이 위태로울 수 있으니까. 더구나 그 의미는 환자들이 적절한 간호를 받을 수 없다는 의미이고, 더 나아가 위험에 처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내포하니까. 


그렇다고 코로나에 걸린 간호사들을 다시 일자리로 불러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간호사뿐 아니다. 월요일에 같이 근무했던 H라는 의사와 마스크를 쓰고 얘기했지만, 한 발자국 앞에서 대화를 했는데 어제 내 사수였던 J의 집에 갔다가 그 의사와 B라는 infection control을 담당하는 의사 두 명이 화요일에 코로나 확진이 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경악했다. 


어제 그동안 나를 가르쳐줘서 고맙다는 의미로 내가 식사 대접을 하기로 해서 스시를 사 가지고 J의 집에 가서 맛있게 먹고, 준비한 선물도 주고 돌아왔다. J는 내 두 번째 사수였다. 첫 번째 사수였던 P의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태도에 주눅이 들어서 J로 바꿔달라고 했는데 아주 탁월한 판단이었다. J는 나이는 어리지만 (31세) 영리하고 일단 간호사로서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된 사람이다. 간호대학에서 배운 대로 엄격한 규칙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아름다웠다. 허락 받고 올리는 사진이지만, 내 얼굴은 가리면서 J의 얼굴을 다 보이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조금 가렸다.ㅎㅎㅎ 혼자 사는 아가씨 답게 집도 아담하고 귀엽게 잘 꾸며 놓은 것을 보니 부러웠다. 나는 왜 저런 시절을 놓쳤는가 싶어서. ^^;


내일부터 당장 night shift가 되어서 너에게 더 이상 배울 수 없다며 슬퍼했더니 J의 말이 현재 우리 병원 중환자실의 밤 근무 직원들 6명이 단체로 그만뒀단다. 돈을 많이 준다는 KP그룹으로 (우리 회사가 주는 돈의 2배를 준다!!! 하지만 간호사의 몸에 트래킹 할 수 있는 것을 달아서 하루에 화장실을 몇 번 가고 어디에 있는지 뭐 하는지 다 확인한다고 하니 나는 돈을 두 배 아니 세 배를 줘도 그런 곳에서는 일하고 싶지 않다 - 물론 나는 새내기라 그런 제의가 들어오지도 않지만,,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가기로 했다고 알려줬다. 사실 J도 C라는 미국에서 유명한 암 전문 병원으로 옮기려고 인터뷰를 한 상태이다.ㅠㅠ


J와 마지막으로 일 한 날, 우리가 맡았던 할머니 두 분 중 한 분도 코로나에 걸려서 ER에 왔고 상태가 심각해져서 기관 삽입을 할 수밖에 없는 데다 ER에서 중풍이 왔다. 이유는 할머니의 심장이 A-fib이라는 리듬이었는데 A-fib은 중풍을 일으키는 심장 리듬이라 어느 정도 예견이 된 일이었다. 다행히 응급실에서 A-fib이 왔기 때문에 대응을 잘 했지만, 그 이후로 혈액 응고 억제제를 IV로 맞아야 했다. 혈액 응고 억제제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IV로 받는 경우 환자의 상태를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 그런데 이 할머니는 궤양성 대장염까지 있는 할머니였다. 혈액 응고제를 사용하기엔 너무 안 좋은 케이스였지만, 중풍이 더 위험하니까 의사가 어쩔 수 없이 사용한 것 같다.


우리가 할머니를 맡았을 때 할머니의 상태가 너무 나쁜 상태였다. 피오줌과 피똥을 누는 상태가 되었다. 우리에게 환자를 인계한 밤 간호사는 환자의 대변이 tarry stool (타리 변)인 경향이 있고 (타리 변은 내장 출혈을 의심해야 한다) amber 색의 오줌을 눈다고 했는데, 인계를 받고 할머니의 병실에 가서 사정(assessment)을 해보니 할머니는 인공요도관과 인공항문관(? rectal tube)을 사용하는데 인공 요도관에는 선명한 붉은색의 오줌이 가득했고, 렉탈 튜브에는 타리 변이 있었지만, 타리 변의 구멍으로 들어가야 하는 양보다 더 많아서 그런 건지 피와 대변이 섞여서 범벅이 된 채로 시트 위가 검붉었다.


사정을 하고 바로 환자를 닦아줘야 하지만, 아직 두 환자를 사정하지 않은 상태인데다 J가 월요일에 600파운드 나가는 환자(그 다음 날 죽은 환자)를 나와 또 다른 남자와 함께 자세를 바꿔주다가 어깨를 다쳐서 light duty로 전환이 되어 나는 다른 사람과 함께 치워주게 되었다. 누가 나와 함께 그 환자를 치워줄 지 찾았는데 내가 병원 첫날 내 사수인 P의 오프라 대신 나를 받아 준 K가 도와주겠다며 선뜻 나섰다. 나는 속으로 눈물겹게 고마웠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 환자를 닦아주는 기술이 부족한데 내가 책임을 지고 해결해야 하는데 K가 나서주니 그녀가 맡아서 하고 나는 보조만 하면 될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K는 역시 베테랑이었다. 그녀의 상태를 보자마자 (할머니의 기록도 읽지 않은 상태에서) 할머니가 삽입하고 있는 렉탈 튜브 때문에 피똥을 누는 것 같다면서 치우는 김에 렉탈 튜브를 빼겠다고 했다. 나는 의사의 오더가 있어야 뺄 수 있는 것인 줄 알고 그렇게 물어봤더니, 아니라면서 렉탈 튜브를 뺐다. 나는 렉탈 튜브를 삽입하고 있는 환자는 봤어도 빠진 것은 K 덕분에 처음 봤는데 삽입 구멍이 딱딱하고 커다란 것을 보고 경악을 했다. 온 몸의 피부가 너무 얇고 잘 찟어지는 데다 혈액 응고제를 받고 있어서 가만히 있어도 피를 흘리는 할머니의 항문으로 저렇게 거칠고 두꺼운 것을 집어넣었다니!! 더구나 할머니는 궤혈성 대장염을 앓고 있는 환자인데!!!! 환자가 자꾸 설사를 싸니까 간호하기 지친 어느 간호사가 의사에게 렉탈 튜브 삽입 오더를 내리도록 한 것이라며 K는 울분을 토했다. "너나 나의 엄마가 저런 튜브를 간호사의 편의를 위해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봐. 어떻겠어?"라며 빠르게 말 한다. 


그러면서 나에게, "Do you belive karma plays a role in real life?"라고 물으면서 내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I do!"라며 할머니를 닦아주면서 얘기한다. 자기는 환자를 대할 때 늘 좋은 업보를 쌓으려는 생각으로 일 한단다. 자기 엄마나 아빠가 저런 상태가 되었을 때 어떤 간호사가 간호를 해주게 될지 모르지만, 좋은 간호사를 만나 정성껏 간호를 받게 되기를 바란다고. 자신이 조금 편하기 위해서 렉탈 튜브를 환자에게 끼우는 그런 일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고 결정하는 간호사를 만나게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더 나아가 자기가 저렇게 누워 있을 때 자기를 간호하는 간호사가 자신의 몸처럼 환자를 간호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나는 그 순간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는 갑작스럽게 상태가 안 좋아지셔서 간병인을 둬야 했다. 한국의 간호사들은 내가 봤을 때, 간호조무사나 가족들이 그런 뒤치닥꺼리를 해주지 간호사가 하는 것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도 간병인과 아버지, 나, 내 여동생이 돌아가며 엄마의 대변을 처리해드렸다. 그런데 엄마는 엄청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 그런지 그런 것을 견디지 못해 하셨다. 수술한 다음 날에도 몸을 씻고 하실 정도로 깔끔하신 분이기도 했는데다. 그래서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신 이유도 어쩌면 자신이 그런 상태에 처한 것을 견딜 수 없어서 수치심에 희망을 내려놓았던 것이라는 생각을. 우리 엄마에게도 K와 같은 간호사가 있었다면, 어쩌면 좋아지셔서 지금도 살아계실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부질없는 생각을 하면서 눈물이 나왔다. 


환자를 닦아주다가 안경 위에 고글을 끼고서 울고 있는 나를 발견견한 K가 더 이상 말을 안 하며 묵묵히 환자를 닦아주고 나는 울면서 K가 환자를 잘 닦아줄 수 있도록 물컹물컹하고 곧 찢어질 것 같은 환자의 엉덩이를 잡고 있었다. 


M 할머니는 렉탈 튜브를 빼고 나서도 피똥을 눴지만, K의 예상대로 우리가 렉탈 튜브를 제거한 지 5시간 정도 만에 피똥을 멈췄고 할머니의 맥박도 내려갔다. (할머니처럼 의식이 없는 사람이 맥박이 올라가는 이유는 고통을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바이탈을 잘 관찰해야 한다)


좋은 업보를 쌓기 위해서든, 아니면 empathy를 느껴서이든, 자신의 목숨과 몸을 간호사에게 맡긴 환자를 위해서 어떤 마음 가짐으로 대해야 하는지 K 덕분에 좋은 교육을 받았다. 저런 상태의 환자를 환대하며 간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 몸에 환자의 상태를 대입하면서 환자를 대해야겠다는 생각. "내가 만약 저렇게 누워 있는 환자라면,,,,"이라는 끊임없는 생각을 하며 치료에 대해 생각해야 겠다는. 의식이 없는 환자라고 간호하기 쉬운 방법을 찾아서 간호사의 편의만 생각하면 안 된다는. 이런 것이 하늘이 이치이기도 할 것이라 생각되니까.















병원(시설)에 수용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율성을 박탈당하고 (...) “(...)돌이킬 수 없이 강등되었다는 공포감”을 경험한다. 환자(아이)의 이미지는 여기서 그들의 신체와 정신이 더 쉽게 침범될 수 있음을 표시한다. 그들은 더 작은 명예를 지니며, 더 쉽게 모욕당하고, 그러면서 그 모욕의 무게를 평가절하 당한다. 그들은 불완전한 사람, ‘모자라는’ 사람이다. 그들의 그림자는 남들보다 작고 희미하다.


p.141



개인은 (사회화를 거쳐서) 일단 사람이 되었다고 해도, (환자는) 남의 도움 없이 계속 사람으로 살아갈 수 없다. 병원 (사회)생활의 모든 순간에 그는 간호사나 다른 병원 직원(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람대접을 받음으로써 매번 사람다운 모습을 획득하는 것이다. 상호작용에 참여하는 간호사나 다른 의료인(개인)은 그러므로 다른 환자(참가자)들의 사람다움을 확인해주고, 사람이 되려는 그들의 노력을 지지해줄 도덕적 의무를 갖는다. 역으로, 그는 남들이 자신을 사람으로 대우해주기를 기대할 의무를 갖는다.


p.116

작가의 글을 내 맘대로 빼고 넣어보니 환자에 대한 글이되기도 한다.


환자도 사람이다. 간호사는 그들을 다시 온전했던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의무가 있다. 이것은 신성한 의무이든 직업적 윤리이든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 어떤 사람은 그것을 윤회사상이나 업보에까지 비유하더라도. 그 어떤 생각의 전환점을 가져와서라도 고귀한 생명에 대한 예의는 잊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오늘 K를 통해 값진 교육을 공짜로 받았다. 














일본 드라마 {중쇄를 찍자]에 미야자와 겐지의 <비에도 지지 않고>라는 시가 나온다. 나는 그 시를 읽으며 눈물을 얼마나 흘렸는지. K와 함께 할머니를 도와주고 나서 나는 내 일기장에 적은 이 시를 다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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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12-19 1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밤 일하러 가야 해서 오타나 엉망인 문장 수정은 나중에..^^;;

psyche 2020-12-19 14: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일하러 가셨겠네요. 오늘도 화이팅! K와 라로님 같은 간호사님들이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라로 2020-12-20 10:34   좋아요 0 | URL
처음으로 밤 일을 했더니 힘드네요. 아침 8시에 집에 와서 씻고 지금까지 잤어요. ㅠㅠㅠㅠ

잘잘라 2020-12-19 1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온갖 불평 불만이 사라지는 글, 감사합니다. 라로 님!

라로 2020-12-20 10:36   좋아요 0 | URL
가장 연약하고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갖었는지 깨달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댓글 감사합니다 잘잘라 님!❤️

행복한책읽기 2020-12-20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에도 지지 않고, 필사 들어갑니다. 두 분 덕에 뒷배가 든든합니다~~~^^

라로 2020-12-21 13:33   좋아요 0 | URL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요!!ㅠㅠ 더구나 늙어서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