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하는 슈퍼 히어로는 원더우먼이다. 남편이 내가 직장에 취직한 후에 준 카드에서(취직은 11월 16일인데 저 걸 받은 건 18일) 내가 언제나 남편의 원더우먼이라고 하면서 로고가 그려져 있는 티셔츠, 속옷, 그리고 명찰 홀더 등을 줬다.


방에 들어갔더니 침대 위에 저렇게 올려놨더라.


먼저 남편이 만든 카드를 꺼내 읽었다.


이제는 환자들을 위한 원더우먼이 되라고.


그리고 상자를 풀어보니


저 것을 받은 날은 오리엔테이션하는 날이었다. 하지만 병원으로 출근하던 날 저 속옷을 입고 위에 스크럽을 입었다는. ㅋ



원더우먼 로고가 있는 name tag holder를 매일 사용한다. 원더우먼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자기 암시는 할 수 있으니까.


바로 어제였다. 내 환자는 아니고 경력이 35년인 60대 필리핀 출생 간호사 H의 환자가 600파운드 (272키로그램 정도)가 넘는 코로나 환자였다. 그런데 정확히 64살의 H는 몸무게가 94 파운드 (43킬로그램 정도)인 사람이다. 나나 H나 신체적으로 그 환자를 간호하는데 약을 주거나 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2시간에 한번 씩 환자의 자세를 바꿔줘야 하는 것은 정말 두려운 일이다. 그럴 때는 내가 원더우먼이 되어 그 환자를 가볍게 들어서 2시간마다 자세를 바꿔주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나는 원더우먼이 아니니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오른쪽 팔 밑에 베개를 넣어주기 위해서 H는 이동을 담당하는 남자 직원을 부르고 나와 또 다른 간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나는 너무 두려웠다. 더구나 가운을 입고 환자의 방에 들어가서 환자를 보니 더 두려워졌다. 하지만, H가 원하는 것은 환자의 자세를 완전히 바꾸는 것이 아니라서 나와 다른 간호사 그리고 수송(이동)을 담당하는 남자, 이렇게 셋이서 그 환자가 깔고 있는 시트를 들고 H가 그 밑으로 베개를 넣는데 성공했다. 


진정제를 맞았기 때문에 환자에게 "팔을 들어주세요"라고 할 수 없는 상태라 그 환자에게 아무것도 부탁할 수가 없었다. 다만, 평상시 왜 건강을 챙기지 않았을까? 하는 원망만 나왔다. 내가 원더우먼이라면 그런 원망같은 것은 하지 않고 가뿐히 팔을 들어 베개를 받쳐줄 수 있었을텐데.


오늘 프로그레시브 안경이 나왔다고 해서 코스트코에 찾으러 갔다. 그런데 거기서 내 눈에 띈 사람들은 다 덩치가 산만한 사람들! 저 사람들을 보는데 그 사람들이 다 환자가 되어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이 상상 되면서 심한 공포를 느꼈다. 내가 원더우먼이라면 그런 공포심은 아예 들지 않을 텐데. 


나는 왜 간호사가 되었는지 후회가 되는 순간이다. 저렇게 큰 사람들을 내가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니까. 그럼 나는 뭘 해야 하지? 더 공부를 열심히 해서 NP가 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원래 계속 공부를 할 생각이었지만, 다크아이즈 님의 글처럼 공부가 취미이고 특기라서는 아니다. (다크아이즈 님의 주관적인 글인데 나에겐 과해도 너무 과한, 사실과는 정반대인 글임을 밝힌다.ㅠㅠ)

95페이지에서 인용. 















이 미국 병원에서 일을 하기에 내 체력이 도저히 버텨줄 것 같지가 않다. 아니면 중환자실이 아닌 일반 병원 사무실에서 일을 찾든가, 그것도 아니면 원더우먼이 되던가, 하지만 일반 병원에서 일을 하고 싶지 않으니 그건 안 될 것 같고, 원더우먼은 공부가 취미이자 특기가 아닌 것처럼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원더우먼은 못 되더라도 발명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원더 우먼과 같은 로봇 간호사? 환자들의 자세를 변경해주는 로봇 간호사를 만드는 거다. 그런데 이건 이미 다른 사람이 하고 있다. 그러니 내가 깝죽댈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그 사람이 간호사 로봇을 만들 때까지 무거운 환자가 걸리지 않거나 다른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잘 극복해 나가기를 기도해야 할 거 같다. 


아! 그런데 정말 원더우먼이 되면 좋겠다. 그러면 모든 걱정은 한방에 해결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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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12-05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튼이 쏘 스윗, 그리고 이런 시기에 정말 용감하고 영웅 다운 선택하신 라로님 늘 건강하시길!!! 자세 바꿔주는 침대나 기계 진짜 왜 여태 발명 안 된 걸까요...외할아버지 돌아가시기 전 욕창으로 너무 고생하신 거 생각하면 슬퍼져요...

라로 2020-12-06 11:15   좋아요 1 | URL
기계가 있기는 있어요. 하지만 매번 사용하기는 너무 불편해요. 더구나 의식이 없는 환자를 위해 사용하는 건 위험할 수도 있고. 욕창 에방을 위해서 2시간마다 자세를 변경해주는데 정말 어렵네요. 외할아버지가 욕창으로 고생을 하셨다니,,,스테이지가 어느것인지 모르지만,,,,너무 안타깝죠,,그래서 원더우먼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불가능일지라도...^^;;

반유행열반인 2020-12-06 11:22   좋아요 1 | URL
언제나 응원합니다. 우리의 원더우먼!!!

2020-12-05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6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크아이즈 2020-12-05 15: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현재 삶을 원더우먼으로 사시는 라로님
더 완벽해지려 하시지 말고 지금보다 더 내려놓아도 멋진 전문인의길을 갈 거야요
뭣보다 체력 안배 잘하시길요♥

라로 2020-12-06 11:17   좋아요 0 | URL
체력이,,, 나이가 50이 넘으니까 확실히 느껴져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마의 50살!!ㅋㅋ
고마와요, 언니!!! 이제 시작이니 오래 살아남으려면 언니 말씀처럼 잘 관리해야죠!!^^

2020-12-05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6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6 1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0-12-06 1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어릴 적 진실의 채찍을 갖고 싶어핬어요. 그 투명 우주선이랑 ㅎㅎ 남편한테 원더우먼 이야기 했더니 일단 바지밖으로 팬티를 입을 용기가 먼저 필요하대요 ㅎㅎㅎ 힘내세요 라로님!

라로 2020-12-06 11:24   좋아요 1 | URL
저두요!!! 채찍도 그렇고, 투명비행기, 그리고 팔찌!!ㅎㅎㅎㅎㅎㅎㅎㅎㅎ mini74 남편분 넘 재밌으세요!! 지난 번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같이 사시는 분이 유쾌해서 사는 맛이 나실 것 같아요. ^^

카스피 2020-12-06 2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남편분이 넘 로맨틱 한시네요^^

라로 2020-12-07 06:1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변함없이 로맨틱 해주니 좋네요. ^^

psyche 2020-12-07 0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익히 알고 있었지만 쏘 스윗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네요! 본인은 아니라고 하시지만 공부가 취미이자 특기라는 다크아이즈님의 말씀에 백배동감합니다!!! 우리의 원더우먼 라로님 화이팅!

라로 2020-12-07 15:13   좋아요 0 | URL
하아~ 나의 프님까지!! 화이팅 하시니 그럼 전 더 열심히 해볼게요. 😅 그래도 알라딘의 원더우먼,,, 괜찮은 girl요!!!😍 참! 책 언제 나와요?? 프님도 일상 좀 올려주세요. 어떻게 지내시나, 루이는 잘 지내는지?? 만나지 못하니 더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