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을 하고 집에 오니 다크아이즈 님이 보내주신 책 [엄마의 뜰]이 도착해 있었다!!!!!! ♥.♥














빨리 받게 해주고 싶다고 하셨는데 어제 왔다!!! 남편이 받아서 방문을 열자마자 볼 수 있는 곳에 잘 올려놨더라는!!! 


중환자실은 매 순간이 다급하기도 하지만 의사들이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서 끊임없이 order를 넣기 때문에 중환자실 간호사는 정말 대기조 같다는 느낌도 든다. 더구나 나 같은 초짜는 프리셉터에게 잘 보여야 하니까 시키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해야 하고, 거기다 프리셉터 눈치도 봐야 하고, 기분도 맞춰줘야 하고,,, 집에 오면 죽을 것 같다. 그런데 어젠 익숙해지긴 했어도 아직 몸이 적응이 안 되어 쌓인 피곤이 극에 달했는지 더 죽을 맛이었던 것 같다. 어쨌든 그래서 어제저녁에 퇴근하고 반가운 책을 받았는데도, 세실 님이 책 잘 받았다고 단체 카톡을 올렸는데도 카톡 만 읽고 씻고 잤다. 


병원에서 다 죽어가는 환자를 돌보면서 중간중간 오늘 퇴근하면 다크아이즈 님의 책을 읽으려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오늘 맡은 환자 중 한 사람은 정말 너무 위독해서 환자를 쳐다보는 것조차 힘들었다. 아래 사진은 오늘 그 환자에게 투여한 약과 혈액 등이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안 좋은 상태가 되었는지 너무 궁금해서 저 환자가 ER에 들어왔을 때 ER 의사가 쓴 리포트를 읽었는데 응급실에 들어온 것은 3일 전이었다. 그리고 의사의 기록에는 3일 전에 저 환자가 자신의 말로 샤워하다가 넘어졌지만, 심한 통증은 없다고 하는 것부터 어떻게 911에 연락하고 앰뷸런스를 타고서 응급실에 실려왔는지 다 설명했다는 기록이 있다. 환자의 히스토리를 보면 HIV도 있고 다른 기저질환 등이 있었지만 ER에 온 후에 STEMI가 왔고, 병원에 있어서 잘 넘겼는데도 상태가 점점 나빠졌다는 기록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알콜 함량이 꽤 높았다는 사실이다. 술을 마시고 샤워를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원래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응급실에 온 후로 간기능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도 저렇게 상태가 나빠지는데 한몫을 한 것 같다. 술로 간이 안 좋았는데 거기다 갑자기 독한 약들이 막 들어가니 간이 감당해내지 못했다는 추측을 한다. lab의 기록을 보지 않더라도 온 몸에 황달이 심했으니까. 


나는 저 환자를 밤에 간호하던 간호사에게서 프리셉터와 함께 인계받았을 때 그런 생각을 했다. 저렇게 사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저렇게 고통받으면서 생명을 연장해야 하나? 가족들이 정말 저 사람을 생각한다면 더 이상 고통받지 않게 해주면 좋겠다. 뭐 그런 생각들. 그런데 내 생각을 누군가 읽은 것인지 오후에 palliative care 담당 의사가 왔고, 저 환자의 가족들과 연락을 한 후에 Code status (죽기 전의 환자 상태에서 어떤 코드를 불러야 하는지를 의미)를 Full code (환자를 살리기 위한 모든 노력과 기기를 사용해야 하는 것, 그러니까 심폐소생술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한다는 의미)에서 DNR (Do Not Resuscitate이라고 심폐소생술을 안 한다는 의미)로 변경을 했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았는지 Full treatment를 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나와 나의 프리셉터는 퇴근 하기 전에 또 다른 혈액을 투여했다. 저녁 담당 간호사가 우리가 메달은 혈액이 다 투여되면 혈소판을 투여할 것이다. 


나는 원래 내일도 일을 하는 날인데 지난주 내 스케줄을 보니까 5일 연속으로 일을 하는 것으로 잡혔었다. 도저히 5일 연속 12시간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매니저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나눠 달라고 하니까 이번 주는 이틀 연속 일하고 내일 하루 쉬고 그다음 날인 목요일에 일을 하게 되었다. 내가 목요일에 갔을 때 저 환자가 여전히 버티고 있을지 어떨지...


아무튼 이제 병원에서 있었던 일이나, 저 환자에 대해서 생각했던 모든 것을 잊고 다크아이즈 님께서 내게 보내주신 책을 읽을 것이다. 책이 있어서 너무 고맙고, 특별히 오늘 같이 힘든 날을 마치고 집에 가서 깨끗하게 씻은 후 따뜻한 침대 속에서 언니의 책을 읽을 생각을 하니까 벌써부터 I feel giddy (너무 좋아서 아찔한? 들뜬? 뭐 그렇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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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12-02 2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일도 만만치않게 힘들텐데 많이 아픈 환자들을 보는 마음도 힘들겠어요. 책 읽으면서 힘내세요

라로 2020-12-04 14:02   좋아요 0 | URL
코로나 때문에 더 힘든 것 같아요.ㅠㅠ 어쨌든 책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