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나에겐 한글도 어렵지만, 영어가 더 어렵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아들이 내게 남긴 늦은, 것도 아주 늦은 내 생일 카드를 읽으면서 한글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깨달았다.
아들이 중학교 1학년까지 한국에서 학교를 다녔지만, 아들이 다녔던 초등학교는 공부를 거의 안 시키는 학교라서 뭘 배웠는지 모르고, 중학교 1학년에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선생님이 무척 걱정하셨던 것이 기억난다. 대학 근처에도 못 갈거라고. ㅎㅎㅎㅎㅎ 그렇게 걱정을 하셨어도 나는 한편으로, 우리는 미국에 돌아갈 거니까 아들이 미국에 가면 잘 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는데,,,뭐 어쨌거나 작은 것에 만족하니까 공부 못했던 것, 지금도 못하는 것은 그렇게 크게 문제가 안 되고 있다. 이제는 공부 못하면 어때?라는 배짱도 생겼다. 나도 공부 못했는데도 간호사가 됐으니까, 아들도 뭔가 열심히 할 기회가 되면 열심히 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한다.
오늘 아침에 어렵게 일어나서 남은 모듈 49개를 하러 가기 위해 자동차 열쇠를 집으려고 키 테이블(자동차 키를 올려놓는 우리 집 작은 테이블)에서 내 열쇠를 집으니까 하얀 종이가 달려있었다. 잠이 덜 깨서, 이게 뭐야? 남편이 남긴 메모인가? 하면서 자동차를 향해 가면서 보니까 MOM이라고 써있다. 가다 말고 아들이 남긴 것이란 것을 직감하고 우리 집 창문 앞 부쉬에 올려놓고 사진을 찍었다.
내가 읽지 않을까봐 아예 테이프로 붙여 논 것을 보면 아들이 정말 많이 꼼꼼해져서 돌아온 것을 느낄 수 있다. ㅋ
차에 앉아서 읽고 싶었지만, 어서 빨리 오리엔테이션 장소로 가야 해서 궁금해도 꾹 참고 오리엔테이션 장소에 도착해서 읽어봤다.
중학교 1학년을 한국에서 다녔지만, 한국어 안 한지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 N군이 한글로 늦은 생일 카드 (3개월이나 늦은!!!!)를 써서 줬다. 뭐 대충 알아듣게 썼지만, 한국어가 정말 어려운 것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같이'라는 글을 쓰고 싶은데 '같'이라고 발음이 되는 한글이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그것들은 또 얼마나 헷갈리는지!!! 한국에서 20여년을 넘게 산 나도 헷갈려서 가끔 맞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는. ^^;;
1. 갓: 갓1
[명사]
1. 예전에, 어른이 된 남자가 머리에 쓰던 의관의 하나. 가는 대오리로 갓양태와 갓모자를 만들어 붙인 위에 갓싸...
2. 갓 모양의 물건.
갓5
[부사] 이제 막.
갓4
[의존명사] 굴비, 비웃 따위나 고비, 고사리 따위를 묶어 세는 단위. 한 갓은 굴비ㆍ비웃 따위 열 마리, 또는 고비ㆍ고사리 따위 열 모숨을 한 줄로 엮은 것을 이른다.
갓3
[명사] [식물 ] 십자화과의 두해살이풀. 높이는 1미터 정도이며, 근생엽은 넓은 타원형이고 경엽은 피침 모양이다. 봄부터 여름에 걸쳐 누런 꽃이 총상(總狀) 화서로 핀다. 채소로 재배하며 잎과 줄기는 식용한다.
갓2
[명사] 산의 나무나 풀 따위를 함부로 베지 못하게 단속하는 땅이나 산. 나뭇갓과 풀갓이 있다.
2. 갖: 갖
[명사] [방언 ] ‘가1’의 방언(강원).
온갖 중요
[관형사] 이런저런 여러 가지의.
갖가지 중요
[명사] ‘가지가지’의 준말.
갖갖
[명사] ‘가지가지’의 준말.
갖대
[명사] → 개잘량.
3. 갗: 갗
[명사] ‘가죽’을 이르는 말.
살갗
[명사] 살가죽의 겉면. 주로 사람의 것만 지칭한다.
갗
[명사] <옛말> ‘낯가죽’의 옛말.
4. 같 (이): 같이
[부사]
1. 둘 이상의 사람이나 사물이 함께.
2. 어떤 상황이나 행동 따위와 다름이 없이.
[조사] 3. ‘앞말이 보이는 전형적인 어떤 특징처럼’의 뜻을 나타내는 격 조사.
같은 발음인데 철자가 다른 글자가 또 있나??? 아무튼, 아들이 사용하고자 했던 단어는 바로 4번째인 '같'이다. 아들 말로는 이제 자기는 한국어보다 베트남어를 더 잘한다고 한다. 그러니 저렇게 한글을 잘 못쓰고, 엄마 닮아서 '엄청'이라는 단어를 엄청 많이 사용해도 용서하자.
재밌는 것은 아들이 어떻게 '상기'라는 어려운 단어를 알고 있을까? 어제 봤다는 <스타트 업>이라는 드라마에서 들었나? 아무튼 아들이 2편은 같이 보자고 하니까 1편을 봐야 한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고생한 것이 별로 없는데 아들은 내가 아주 많이 고생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재밌다. 하긴 나도 이 세상에서 우리 엄마가 제일 고생한 사람으로 느꼈고 지금도 그러니까....
평상시 나는 형편없는 엄마라는 생각도 했는데, 나는 아들에게 구구단도 가르치고, 영어 읽기도 가르친 엄마다. 나는 아들의 편지만 읽어보면 꽤 괜찮은 엄마였던 것 같은 착각이 든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내일은 아들과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아들이 좋아하는 all you can eat sushi 집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고 (밖에다 식탁을 놓아서 먹을 수 있다는) 점심을 먹은 뒤 아들의 옷을 사러 가기로 했다. 텍사스에서 집에 오기 전에 남들에게 옷을 다 주고 왔다는! 뭐든 남에게 주는 것 좋아하고, 사람 살리는 일을 하고 싶다는 아들은 과연 어떤 사람이 될까? 나는 다른 아이들보다 이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될지 가장 궁금하다!!
참고로 아들이 그린 첫 번째 그림은 ICU간호사가 아니라 EMT나 ER간호사가 맞는 듯.ㅎㅎㅎㅎ 남편이나 아이들이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니 고맙고, 기분이 좋다.
어른의 맞춤법을 사서 아들과 함께 봐야 할까? ㅋ
올리브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로 괴로워했는데,,,, "무 자식 상팔자"이기도 하고,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고도 하지만, 나는 가지 많은 나무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