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사용되는 문장이 있다. "23살 꽃다운 나이에 나에게 시집와서 고생도 많이 시키고 속도 좀 썪였다."와 비슷한. 코로나로 인해서 우리 집도 남편의 머리카락을 내가 잘라주게 되었다. 하지만 집에 있는 코스트코에서 산 Wahl hair clippers가 싸구려라 그런지 머리카락을 잘라주는 나도 힘들고 당사자도 힘들어서 어지간하지 않으면 기다리는데 짧은 머리 좋아하는 남편이 어제는 참지 못하고 머리카락을 잘라 달라고 했다.
머리카락을 자르기 위해서 준비를 하는데 목덜미와 귀 근처에 흰 머리카락이 제법 많았다. 남편이야말로 23살 꽃다운 나이 (만으로)에 나에게 장가와서 괴팍하고 성격 예민한 사람을 만나 고생이 많았다. 나는 그 당시 만으로 28살이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거칠기도 하고 잠잠하기도 했던 인생의 파도를 잘 넘어왔다고 생각한다. 그게 다 말없이 묵묵하게 인내심으로 외조를 잘 해주던 남편 덕분이다.
아무튼, 하얀 머리카락을 보니 남편에 대한 측은지심이 생기면서 앞으로는 좀 더 잘해주려고 노력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사실 결심은 자주 섬, 이번엔 그 결심을 실천하자고 결심;;;) 알콩달콩까지는 아니더라도 고생 덜 시키고 속도 덜 썩이자, 뭐 그런. ㅎㅎ
[장미의 이름]을 다 읽으니 좀 진이 빠졌었다. 읽기는 읽어서 줄거리는 대강 알지만,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넘어간 부분은 아마 50%도 안 될 것 같아서 그랬는지 그 다음 책을 고르는데 주저함 없이 먹는 얘기가 나올 것 같은 책을 집어 들었다. 바로 [맛, 그 지적 유혹]인데 제목에 '맛'이라는 단어도 들어가지만, '지적'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어서 그냥 읽기만 할 수 있는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예감이 적중했다. ㅋ
{책을 펴내며}의 작가의 첫 문장에서 이미 남편과 나의 연결 고리를 일깨워줘서 어제 남편의 흰머리카락을 보고 애뜻한 감정이 더 들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아보카도를 좋아한다. 바로 이 강렬한 문장. 언젠가 내가 남편과 얽힌 아보카도에 대한 글을 올려서 이달의 당선작인가?에도 뽑혀서 적립금인가? 도 받은 적이 있다.
https://blog.aladin.co.kr/thebookshelf/4452717
요즘 추우니까 아침에 침대에서 뭉갤 수 있을 때까지 뭉개고 있는데 밤에 일어나 자주 화장실을 가는 남편은 잠을 잘 못 자니까 그 나름 아침에 침대에서 뭉갠다. 눈을 뜨고 남편에게, "사장님 친구가 하는 덤플링 식당 알지? 내년에 다른 곳에서 덤플링 안 하고 앞으로 바베큐 식당을 할 거래. 그만 둘 때까지 거기 자주 가서 먹어야겠어."라고 얘기하면서 오늘 아침, 점심, 저녁 메뉴를 뭐를 해야 되냐?" 등등을 남편에게 얘기하니까, 남편 왈, "너는 어떻게 눈을 뜨자마자 먹고 싶은 것, 또 먹을 것에 대해 얘기를 할 수 있지?"란다. 그래서 내가, "먹는 게 삶의 큰 기쁨 중에 하난데 당연하지! 인생 뭐 별거 있냐?" 그랬다가 미안해졌다.
인생 정말 뭐 별거 없지만, 그 별거 없는 와중에도 누군가는 건강상의 이유로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못 먹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시어머니도 병원에 가셨다가 prediabetes라고 의사가 식단 조절을 하자고 해서 좋아하지만 안 드시는 음식이 늘었다. 단 음식을 좋아하시는데 자신에게 상으로 줄 때 말고는 거의 안 드신다.(그렇게 하시는 거 보면 귀여우심;;), 신장이 안 좋은 남편은 더 제한이 많다. 단백질과 소금, 포타시움, phosphate등을 많이 함유한 음식을 거의 먹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중 한 음식이 바로 아보카도이다. 아보카도! 바로 우리 부부를 처음이어줬던 음식이나 마찬가지인 그 아보카도!
남편과 나의 소울푸드 아이템라고 할 수 있는 바로 우리의 아보카도를 꽃다운 나이로 나에게 장가 온 남편은 이제 되도록이면 멀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