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마이애니메리스트
캐모마일 님의 페이퍼를 통해서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다음 달에 개봉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도 그렇고 영화도 참 좋았는데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가는 얘기다. 그런데 같은 달 (12/13/2020) 애니메이션으로도 개봉이 된다. 나는 애니메이션 소식을 먼저 들었기 때문에 그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이 소설에서 츠네오는 해양 생물학을 전공하는 학생인데 나중에 사고로 유학 가는 것을 포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튼, 이 얼마나 운명적인 만남인지!! 조제는 걸을 수 없지만 물속에서는 걷지 않아도 되니까! 조제를 도와줄 수 있는 조건의 사람이 츠네오 만큼 완벽하긴 어렵겠다는 생각. 조제가 츠네오를 만나면서 (처음엔 둘이 별로였는데 결국엔 수줍음을 극복하고 마음을 열어 자신의 가능성을 알아가면서 희망을 가지고 다양한 경험을 하려고 하는 조제의 모습은 멋지다.) 처음 가는 바다 여행, 처음 하는 쇼핑, 등등 그녀가 그렇게 하나씩 경험을 늘려가면서 츠네오와의 관계도 깊어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보는 사람에게도 용기와 희망이 전해진다.
이 책을 읽고, 영화를 보기 전에는 몰랐는데 (막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이니 당연히 알 수 없;;;), 수줍음 많은 우리 막내 해든이도 츠네오처럼 해양 생물학을 공부하고 싶어 했었다. (지금은 말씀 안 하심) 그래서 물고기 보는 것을 좋아해서 물고기에 대한 책도 많고, 덕분에 아쿠아리움에도 자주 갔었다. 이번에도 Monterey Bay에 있는 아쿠아리움을 보러 갈 계획이었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문이 닫혔기 때문에 갈 수 없게 되었다.
물고기를 좋아하는 막내는 내가 생선 먹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싫어했었는데 요즘은 별말이 없다.^^; 생선 먹는 것을 빼고는 우리도 아들을 위해 물고기를 존중해 주려고 노력한다. 물고기 디자인의 침대 보와 베개 케이스를 깔아주고 덮어주고, 큰 어항에 물고기를 키울 수 없어서 자기 방에 작은 어항을 놓아서 그 안에 Siamese fighting fish, 일명 베타라고 불리는 물고기도 계속 키우고 있다.
지금 막내 방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베타는 3번째 베타인데 이름이 Finn이다. 첫 번째 베타인 Max가 죽었을 때 해든이가 얼마나 통곡을 했는지, 그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큰 시누이가 아이들을 이끌고 샌디에이고에서 왔을 정도고 우리는 기도도 하고 찬송가도 부르고 했었다. 나는 그때 내 장례식에도 저 녀석이 저렇게 통곡을 할지 궁금했었다. ㅎㅎㅎㅎㅎ 그다음 녀석이 Dash였는데 대쉬는 너무 빠르다고 그렇게 이름을 지었는데 가장 빨리 죽었다. 그리고 지금 있는 Finn. 이름은 다 해든이가 지었다. Finn은 우리와 거의 4년을 함께 하는 것 같은데 이제 수명을 다하고 있는 것 같다. 매일 확인을 해보는데 어제는 눈을 죽은 생선처럼 뜨고 있길래 내가 "Finn이 죽었나 봐?"라고 했다가 해든이에게 혼났다. 하지만 해든이도 알고 있다. 핀이 곧 죽을 것이란 것을.
그런데 이번엔 내가 핀에게 더 감정이입이 된 것 같다. 해든이가 까먹고 핀의 먹이를 안 주고 잠을 자면 내가 먹이를 줘서 그런가? 아니다, 해든이가 핀을 나에게 소개해 줬었다. 핀이 자기와 소통을 할 수 있다고 하면서. 그런데 정말 가만히 지켜보니까 핀은 작은 어항에서 요리조리 잘 다니다가도 해든이가 나타나면 멀리 있다가도 해든이와 가까운 쪽으로 움직이는 것을 여러 번 봤다. 해든이가 밥을 주면 더 지느러미를 세차게 흔드는 것 같았다. 우리 집 개 샘보다 더 훈련이 잘 된 물고기 같았다. 더구나 핀은 아주 작을 때 우리 집으로 왔었다. 세 마리의 물고기 중에서 가장 아기일 때 와서 지금은 5배 정도 커져서 그런가 핀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며, "우와, 핀 많이 컸네!" 그렇게 관심을 갖게 되어 더 핀이 죽어가는 것에 감정이입이 되는 것 같다.
죽은 거처럼 저렇게 누워있지만, 어항을 톡톡 치면 자기의 지느러미를 움직여준다. 그런데 어제부터는 그것도 힘이 드는지 눈만 뜨고 있다. 내가 죽은 것 같아 보인다고 하니까, 해든이가 아직 아니라며, 죽으면 자기가 알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이렇게 작은 생물에게도 감정이 이입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고마워 핀, 그리고 잘 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