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짬이 날 때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본다. 주로 점심이나 저녁을 먹을 동안 보는데 어제 봤던 5회에서 남주리와 고문영이 머리채를 뜯으며 싸운 뒤 남주리가 속상해서 누워 있으니까 엄마 강순덕 여사가 미음 같은 것을 가져와서 딸에게 울어도 힘이 있어야 한다며 뭔가를 먹이려고 하는데 남주리가 운 가장 큰 이유는 둘이 싸우는 장면을 포착한 문강태 (김수현)가 고문영!이라고 고문영의 이름만 부르고 반말을 하는 것이 고문영에게 머리채를 뜯기는 것보다 더 속상한 일이었기 때문에(아내도 남주리 처지면 당연히 속상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감정이입한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고 있었던 것.
남주리가 문강태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순덕 여사가 하는 말이 부딪히라고. 사랑한다고 고백하라고. 그랬더니 남주리가 강태가 도망가면 어떡하냐고 했더니 지구 끝까지 쫓아가라고 하면서 나도 그렇게 해서 너를 낳았다고 하는 대사를 하는 것을 들으며 아내는 자신의 과거 생각이 났다.
아내는 지금까지 남편이가 아내를 첫눈에 반해서 결국엔 결혼 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저 대사를 듣는 순간 팩트를 똭 깨우치게 된다!! 두둥~~~ 아내야말로 남편이를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남편이와 결혼하고 결국엔 예쁘고 의젓한 딸을(아들로 태어났어야 했나?ㅎㅎ) 낳고 그 다음에 두 아들을 낳아 살게 된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내는 그것을 잊기 시작했고 남편이에게 지구 끝까지 쫓아 왔으니까 이제는 남편이, 네가 보상해야 하는 차례라는 태도로 살았던 것 같다.
아내는 그렇게 배짱이 커졌는데 여전히 변함없는 남편이는 서로 사랑으로 낳은 애 셋을 키우고, 뒤늦게 공부한다고 설치는 아내를 대신해 밥도 하고,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그러면서 불평도 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그 아내가 배고프지 않고, 사고 싶어하는 것 다 사면서 공부할 수 있도록 용돈까지 줬다.
이제 지구 끝까지 그 남자만을 얻기 위해서 갔던 아내는 간호 대학을 졸업하고 시험을 봐서 국가 공식 간호사가 되었고 어제 남편이가 간절히(?) 원하던 병원에서 job offer를 받았다!! 그렇다고 아낌없이 주는 남편이의 일이 줄어들 것 같지는 않지만,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보다가 남편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지금도 얼마나 많이 사랑하고 있는지 깨달은 아내는 맥주를 마시며 울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