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먹는 낙만 한 건 없어." 그의 선언에 그녀와 나는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제철을 맞아 기름이 오른 방어회와 노릇노릇하게 구운 도미머리와 양이 적어 원통한성게 알을 숨도 안 쉬고 해치운 직후였다.
지당한 말씀.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것을 먹는 것보다 좋은 일은 별로 없다. 하지만 그 화기애애한 자리에서는 차마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다. 나는 혼자 먹는 밥이더 좋다. 왜냐하면 더 탐욕스럽게, 온전히 먹는 것에만 몰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좋아하는 것은 그래서 혼자먹는다. 어떤 날은 배 속에 마늘을 가득 채워 통째로 구운닭에 서늘한 맥주를, 어떤 날은 비계가 매콤하게 녹아드는 돼지 불고기에 밥 많이, 또 어떤 날은 생크림을 듬뿍넣고 무쇠 팬에 구운 스콘에 싸구려 찻잎으로 독하게 끊인 마살라차이를. 나는 설거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모은 그릇들을 마음껏 늘어놓고 나 혼자만을 위한상을 차린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서가로 간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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