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거의 두 달 만에 병원에 실습을 갔다. 아침에 친구들 만나서 교수님이 나눠주시는 마스크 쓰고 했을 때까지는 좋았다. 딱 거기까지. 

교수님이 마스크를 나눠 주셨고 우리 팀이 아니지만 오늘 보충하려고 온 패트리샤가 저 초록색 마스크 조이는 도구(?)를 가져와서 우리 그룹에게 하나씩 나눠줬다. 패트리샤 부모님 두 분 다 간호사라서 저런 걸 많이 받아왔나 보다. 암튼 남학생들과 짧은 머리를 한 나를 빼고 다들 모두 신나서 하나씩 착용했다. 이쁜이 힐러리가  내 서재에 올릴 글을 위해 모델이 되어 주었다. 땡큐 힐러리~~.^^ (내가 블로그 비슷한 것을 한다고 하니까 다들, 와우~~하면서 협조.ㅎㅎㅎㅎ)


코비드 환자들이 많다 보니 우리 학생들을 받아준다는 곧이 정작 별로 없어서 우리는 다 뿔뿔이 흩어져서 실습을 해야 했다. 나에게 배정이 된 곳은 DOU-S라는 곳이었다. DOU는 Definitive Observation Unit 의 약어이다. ICU 환자들보다는 상태가 양호하지만 그래도 가까이서 세밀하게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면서 간호를 해야 하는 곳이다. 주로 ICU에서 내려온 환자들이나 ICU로 갈 가능성이 있는 환자들이 많다. 


그런데 내가 배정받은 DOU 내부는 'ㄱ'자 모양으로 되어 있었는데 중간에 간호 사무실이 있다. 그런데 그 간호 사무실 오른쪽은 코비드 환자들을 간호하는 병동으로 사용하고 있었고 나머지 쪽은 DOU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두 병동 사이에 벽을 둔 것도 아니라 오픈 공간으로 되어 있으면서 코비드 환자들을 간호하는 간호사들과 함께 약을 보관하는 약방(?)도 같이 사용하고 직원 휴게실도 함께 사용하는 것이다. 나는 기겁을 할 뻔했다. 우리가 직접적으로 코비드 환자를 돌보지는 않지만 바이러스에 노출될 확률이 너무 높아서!! 이 어이없는 시추에이션을 어떻게 설명 해야 하는 것인지. 더구나 내가 배정 받은 간호사의 환자 중 한 사람이 코비드 검사를 받지 않았지만, ARDS로 입원했고, 당뇨병, COPD, UTI, 폐렴 등 여러 증상이 있어서 정말 멀리하고 싶었는데 그 환자가 81세에 정신이 약간 혼미하니까 계속해서 헛소리를 해서 내 간호사가 나더러 맡아서 간호를 하라고 했다. 나는 이중으로 장갑을 끼면서 매번 손을 씻고 하느라,,,,정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육체적으로 힘들진 않았다. 나를 맡은 간호사가 남자 간호사였는데 너무 친절하고 괜찮은 사람이라 이것저것 가르쳐 주려고 하고 여러 가지로 배려해 주고 등등 간호사 운은 정말 좋았는데,,,,병동운과 환자운은,,,,최악.....


그러면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 간호사가 되려고 하는지. 간호사들이 환자를 골라서 맡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인데,,,말 그대로 복불복. 이런 것이 싫다면 간호사가 되지 말아야 하는 거구나,,,좀 뼈저리게 느꼈다고나 할까? 새삼, 그 모든 위험을 무릎쓰고 자신에게 주어진 간호를 묵묵하게 하는 선배 간호사들을 보면서 겸허한 느낌도 들었다. 나는 도대체 이 일을 왜 시작했을까?라는 생각은 너무 무책임한 생각이니 할 필요도 없지만, 오늘 같은 날은 자동 생성된다. 

















남자 간호사 데이비드 이야기의 데이비드 쌤은 현재 내 롤 모델이다. 불평하지 말고, 겁먹지 말자고 오늘 다시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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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6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07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20-05-06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사는 곳에 한창 코비드-19가 난리였을 때 제 동생이 새벽에 종합병원 응급실에 가게 되었어요. 커튼만 쳐놓은 옆칸에 입원하신 할아버지께서 계속 쿨럭쿨럭하셔서 신경쓰이는데 급기야 간호사에게 ˝코로나 검사 한 번 더 하느냐˝ 물으시는 바람에 혼비백산했지요ㅜㅜ 의심되긴 하는데 음성 나와서 다시 하는지.. 벌떡 일어나서 반대편쪽으로 옮겨 서 있는 것 밖엔 취할 수 있는 행동도 없었지만ㅠㅠ; 그런 환자분 잠시 곁에 있는 것도 두려운데 실제 코비드 환자분들 돌봐야 하는 일은 차원이 다르겠지요.
의료진분들의 헌신 덕분에 오늘 이 시간을 얻었다 생각합니다. 라로님 오늘 얼마나 당황스럽고 스트레스 받으셨을까요. 라로님의 노력을 늘 존경하고 응원합니다.토닥토닥♡

라로 2020-05-07 13:35   좋아요 0 | URL
달밤 님 동생분도 있는지 몰랐어요. (뭐 가족사를 다 꿰고 있는 척~ ^^;;; 죄송합니다.^^;;;) 이제는 괜찮은가요?? 저도 그런 상황이었다면 달밤 님처럼 똑같이 그랬을 거에요. 더구나 코비드에 대한 흉흉한 소문이 너무 많으니까...무섭죠!
저도 무척 무서웠지만,,,간호사가 되려면 이러지 말아야죠?ㅎㅎㅎㅎㅎㅎ
늘 저에게 필요한 응원을 해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달밤 님!!^^

2020-05-06 2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07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psyche 2020-05-07 0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호사는 환자를 고를 수 없다는 말이 찡하게 마음에 오네요. 의료계에서 일하시는 모든 분들도 대단하시고 그 길로 가기 위해 실습하러 가신 라로님과 그 동료분들 모두에게 감사와 응원 보냅니다. 화이팅!

라로 2020-05-07 13:39   좋아요 0 | URL
고마와요! 프님!!^^ 둘째 따님은 의대로 갈 계획 인가요??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궁금하더군요. 큰 따님은 곧 졸업이죠??? 엠군도 곧 졸업인가요??? 프님 댁은 정말 아이들이 너무 잘 자라주니 얼마나 좋으세요!! 저는 프님을 늘 응원합니다!!!^^

psyche 2020-05-08 00:28   좋아요 0 | URL
의대는 대학 들어가기 전에 이미 마음을 접었다네요. ㅎㅎ 지금은 교육 쪽 생각하고 있대요. 큰 딸은 아직 일년 더 남았고요. 엠군도 일년 남았어요. 저희 집의 블랙홀 엠군은 지금까지 하도 gpa관리를 안해서 주니어때 좀 올려야하는데 이렇게 휴교로 패스/ 노패스가 되는 바람에...ㅜㅜ 속은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지 하고 마음 다스리는 중이에요.
H양은 발표났나요?

라로 2020-05-08 12:57   좋아요 0 | URL
그랬군요!! 저는 은근 둘째가 의대에 가기를 기대했는데...내년에 두 사람이 졸업을 하는 군요!! 다행이다. 올해는 졸업식도 없잖아요.ㅠㅠ 엠군은 아무리 그렇게 말씀하셔도 지금까지 한 것이 있고, 또 훌륭한 누나들의 모범도 보고 자랐기 때문에 잘 할거에요. 나중에 좋은 소식이나 알려주세요. 배아파 할께요. ^^
H양은 한군데 합격했는데 계속 기다릴건가봐요. 6월 말이 되어야 다 발표가 날 것 같다네요. 그런데 딸아이는 학교 운은 정말 지지리도 없는 것 같아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