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
김참 지음
음악회가 열린다. 꿈만 같다. 버드나무 아래 무대가 만들
어지고 그 아래 의자들이 줄지어 놓인다. 보름달은 뜨고 낙
엽은 떨어지고 버드나무 위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저녁, 음
악회가 열린다. 꿈만 같다. 파란 달빛과 지저귀는 새들 때문
에 살랑살랑 부는 바람 때문에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우리
가 모두 잠든 사이 악사들이 도착한다. 바이올린과 첼로 기
타와 트럼펫을 든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가 연주를 시작한
다. 음악이 퍼져나가면 달팽이들은 즐겁다. 달팽이들은 나
뭇잎 침대에 누워 두 귀를 활짝 열고 음악을 듣는다. 아름다
운 소리들이 파랗게 빛나는 달까지 올라갔다가 달빛을 타고
내려와 버드나무 가지에 앉아 있는 새들의 귀를 적셔주지만
우리들은 좀처럼 일어날 줄 모른다. 음악회가 끝나고 악사
들을 실은 버스가 떠나도 우리는 아무도 일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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