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옛날에 날씨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컸다고 생각하지만,
날씨는 여전히 우리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어제, 저녁을 만들면서 TV에서 하는 뉴스를 보는데 남부에 있는 여러 개의 주가 토네이도에 의해서
심한 피해를 당했는데 33명이 죽었다고 한다.
지금 뉴스를 보니 조지아주에 있는 어떤 사람이 말하길 토네이도가 휩쓸고 지나갈 때에 집안에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집이 통째로 들어 올려져 빙빙(빙빙보다 더 빠른 스핀) 돌다가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는데
집은 산산조각이 나고 자신들은 깨진 유리창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고 한다.
사진 출처: The Weather Channel
스크린 샷을 해봤는데, 저기 보이는 빨간색의 주들이 다 피해를 입은 주들이다. 텍사스까지 왔다니,,,
저 사진 보고 가슴이 조금 철렁했었다는.
「내가 날씨에 따라 변할 사람 같소?」는 『이강식 희곡전집 2』편에 나오는
희곡으로 연극으로도 공연이 되었었다.
지금도 이 연극이 공연되는지 궁금하다.
어쨌든 이 연극의 배경은 몇 주일째 계속 비가 내리고 있는 설정인데
내가 사는 엘에이 카운티 지역은 거의 매일 비가 내렸다가 잠깐 개이고
또 비가 오고를 거의 3주째 반복하고 있었다.
사막 지역인 내가 사는 곳에 비가 3주째 내리고 있다는 사실은 기상 이변이다.
그런데 오늘은 하루 종일 맑음이다!
이곳이 거의 매일 맑음인 곳인데도 불구하고 겨우 3주 동안 비가 오다가
드디어 맑음이 되었다는 사실에 아침을 나서는데 느껴지는 햇볕이 낯설었다.
사실 어제는 일기 예보에서 날씨 맑음이었는데 비가 왔다.
일기 예보가 잘 안 맞는 그런 날이 가끔이 아니라 더 많다.
"오늘날 최첨단의 슈퍼컴퓨터와 수천억 원 하는 기상 위성을 이용하고도 일기 예보에 대한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라고 『날씨는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의 저자인 류상범 씨는 그의 책에 썼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일기예보를 하기에 아주 힘이 듭니다."라고.
일기 예보를 하기 힘든 것은 한국이나 일본뿐이 아닐 것이다.
우리의 과학이 아무리 발전하고 비싼 기계장비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자연의 신비를 다 알 수는 없을 테니까.
친구에게 며칠 전 미국에서 일어난 토네이도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죽고 집이 산산조각이 났다고 말해줬다.
친구는 지금 자신의 고민 때문에 뉴스도 안 보고 있는 처지라서 내 얘기를 듣고 깜짝 놀라 했다.
그러면서 자기에게 지금 일어나는 일은 커다란 피해를 당한 사람들에 비해서 얼마나 사소한 일인지 모르겠다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처럼 보였다.
친구의 달라진 반응을 느끼니 최현우 시인의 시가 생각난다.
『사람은 왜 만질 수 없는 날씨를 살게 되나요』
슬프고 끔찍한 일들은
꼭 내가 만든 소원 같아서
누군가 다정할 때면 도망치고 싶었다.
망가지지 않은 것들을 주고 싶었는데.
- (시인의 말) 중에서 -
나도 가끔 일이 안 풀리거나 화가 나면 그런 생각을 하지만,
내가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끔찍하고 슬픈 일들이 일어나면
사실 너무 놀라서 아무 생각도 안 난다.
친구도 무지막지한 지구의 몸살을 보고 자신의 일을 잠시 잊게 되었는지 계속 안타까움을 표한다.
하지만, 그 소식이 바로 그 순간 친구에게 어떤 깨달음을 준 것 같다.
'괜찮아, 괜찮아, 다 괜찮아, 이 모든 것은 다 지나갈 것이고, 지나가면 우리 나이에도 한 뼘 더 마음의 키가 자랄 거야.'
하지만, 그의 시를 읽으며 "어쩌면 이 지구의 날씨가 자꾸 변하는 것은 우리를 더 단단하게 해주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 지난다.
회벽
최현우 지음
유목을 멈춘 이후로 벽이 발명되었다.
그때부터
밟혀서 지워지지 않도록
사람은 기억을 벽에 옮겨 보존하기 시작했다
하나의 전시를 철거하고 나면
차고 흰 벽에는 못 구멍들이 남았다
한 점으로 흘러나오는 벽의 내부
밀도 높은 어둠이 근육이라는 걸 알았다
다음, 다음으로
전람회는 열려야 하기에
벽은 회복을 시작하고
통증을 빻아 만든 가루
시간에 불화을 섞어
한 웅큼 집어 바르고
모르는 거리에서 몸을 말리면
지구도 지구를 교체하기 위해
재앙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새벽을 펴 바르며
간밤의 별자리를 문질러 메우는 손
나는 복원되지 않는다
무수하게 뚫고 메우다보면
처음의 벽은 이미 사라진 벽
우리는 어둠을 갱신하며 서 있다
pg. 2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