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전에 레일라 님이 올리신 글을 거꾸로 읽어가다가 [내가 만든 여자들]이라는 책에 대한 리뷰를 읽었다.
책도 읽고 싶었다. 책도 물론 잘 썼겠지만, 레일라 님이 리뷰를 너무 잘 쓰시니 올리신 책은 다 읽고 싶은 반응을 매번 보이는 나! ^^;;
책에 대한 밑줄긋기도 올리셨는데
스무 살의 마음은 두 살배기와 큰 차이가 없어서, 자주 보이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종종 착각하고는 한다. 그래서 그렇게 수많은 캠퍼스 커플이 삼사월에 활짝 피고 오뉴월에 바득바득 싸우다 칠팔월쯤 땀 같은 눈물을 흘리며 멀어지는 것이다. - P1
스무 살의 나도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쉰 살이 넘은 나도 다섯 살배기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여전히 자주 보이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종종 착각하고 (여기서 내가 의미하는 것은 커플에 한정이 된 것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변덕이 심하고, 가끔 알 수 없는 강렬한 감정에 휩싸이고, 그로 인한 행동 변화도 잦고, 집중하기도 어려운 데다 문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면 사리판단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호통재다.
Happy New Year!!
이 사진은 겉옷 벗고 잘 놀다가 나오기 전에 찍은 사진이라 두툼하다. lol
어쨌든 어제 연말 파티에서 자정을 넘기고 들어와서 사람들이 어디서 터뜨리는지 알지 못하는 폭죽 소리를 들으며 예전에 내가 쓴 글을 정리한답시고 오래된 글을 몇 개 읽었다.
"이런 글은 잘 올렸어. 일기도 안 쓰니까 알라딘이 제대로 내 일기장 역할을 하네",,뭐 이런 글도 있었지만, 대부분 유치한 내 행각이 드러나서 혼자 창피하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혹시 누가 알게 될 까봐...누구든 다 알겠지만...ㅠㅠ). 그런데 가장 압권인 것은 나는 40대에 불혹은커녕 왜 그렇게 화가 많이 났을까? 애들을 혼냈다고 버젓이 글을 올리고. 창피한 줄도 모르고....ㅠㅠ
그리고 나는 잘하는 거 하나도 없으면서 애들은 쥐잡듯이 왜 그렇게 잡아댔는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반성, 반성, 그리고 또 반성하다가 날이 샜다.
다 큰아이들은 그렇게 혹독하고 상처 투성인 어린 시절을 보내고 어른이 되었으니 앞으로 아이들이 뭐라고 하면 더는 잔소리하지 말고 칭찬만 해주자. 오래전에 엄마가 마녀 저리가라 하게 보였겠지만 언제나 너희들의 편이라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자.
그리고 아직 내 그늘에 있는 해든이는 누나와 형처럼 그렇게 잡지 말아야겠다. 토요일마다 게임데이라고 온종일 게임하는 것이 눈꼴시리지만 참자. 어차피 하루 게임 하라고 허락한 날인니(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도록 되어 있는데 녀석이 늘 시간을 안 지킨다는 것이 문제이고 그다음 날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 더 큰 문제지만 그건 남편에게 해결하라고 하자). 두 눈을 꾹 감으면 좀 도움이 되겠지?
이것 말고는 별다른 새해 결심이 없어야 하건만,
올해는 정말 더이상 옷이나 그와 관계된 물건은 사지 말자. 스카프도 두 달은 매일 다른 것을 매고 다닐 수 있을 만큼 많은데도 자꾸 산다. 12월 30일에도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세일인데 거기다 25% 더 세일을 해준다는 메일을 받자마자 샀다. 이런 미친 짓도 이제 그만하자. 싸다고 살 때는 좋지만 그게 얼마나 가증스러운 핑계인지.
이 책의 저자처럼 나도 옷, 옷과 관련된 것들, 신발, 핸드백은 사지 말자. 마음먹으면 잘 할 수 있는 환경은 뻔한데 눈앞에 보이는 유혹에 금방 넘어간다는 게 문제. 나는 유혹이라고 했지만,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나는 옷을 산 게 아니라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설렘’을 샀던 것 같다. 그 설렘은 집 옷장에 옷을 거는 순간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더 좋은 것이 또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새로운 설렘이 찾아온다. 어느 책에서 설레지 않는 건 버리라는 말을 봤다. 그동안 나는 고민 없이 일단 사놓고 나중에 정리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리가 되기는커녕 점점 노폐물이 쌓여가는 느낌이었다. 몸을 디톡스 하듯 옷을 안 사는 것으로 옷장을 디톡스 해보자! 그렇게 다짐했다. (옷을 산 게 아니라 설렘을 샀구나) p. 48
설렘을 샀다는 말도 맞는 말이다. 더 이뻐질 것 같은 나를 기대하는 설렘 같은 거지. 어쨌든 그러니까 옷을 안 사는 것은 소비를 줄인다는 의미보다 인내심이나 절제심을 길러 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다. 옷에 의존해서 더 이뻐 보이고 싶은 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로 2020년을 삼아보자.
참고로 저자가 "어느 책에서 설레지 않는 건 버리라는 말을 봤다"고 하는데 아마도 법정 스님의 글을 읽은 것 같다. 아님 말고..
그리고 오늘 아침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친구 칭칭이 자신이 하려고 중국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어렵게 받은 쿠키 다이어트인데 몇 일 하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다른 다이어트 방법(이번엔 파우더)을 주문해서 받았기 때문에 자기는 필요 없다며 나에게 줬다. 쿠키 다이어트가 중국에서 건너왔지만 칭칭이 $500 넘게 주고 산 것인데 나는 공짜로 받았다. 쿠키 한 봉지를 (한 봉지에는 동전만 한 쿠키가 16개 들어있다) 물과 함께 먹는 방법이다. 3주 분량을 샀다는데 자기가 몇 일 해서 아마 18일 정도 할 분량이 될 거라고 했다. 집에 가져와서 세어보니 18일하고 19일째 아침을 할 수 있는 분량이다.
미국인들에게 12월은 한 달이 내내 크리스마스처럼 느껴지는 지 12월이 되면 자질구레한 파티가 많다. 나도 이것저것 하다 보니 다이어트 생각은 있었지만 계속 미루게 되었다. 그런데 칭칭이 12월 23일에 이 쿠키를 안겨준 덕분에 1월 1일부터 다이어트를 할 생각으로 12월엔 정말 많이 먹었다. 그리고 학교도 끝났다고 침대에서 뒹굴뒹굴 시간이 날 때마다 드라마만 봤더니 오늘 아침에 다이어트 본격 시작 뭐 이런 마음가짐으로 몸무게를 재어보고 깜짝 놀랐다. 잠옷을 입고 쟀다고 하지만 60kg이 넘다니!!!!ㅠㅠ 내가 처음 미국에 와서 치즈 막 먹고 해서 살이 너무 많이 쪄서 굴러다닐 때와 비슷한 거다.ㅠㅠ
아침용으로 쿠키 하나 먹고 물을 500mL가 넘게 마셨더니 오줌이 1시간 간격으로 마렵다. 그리고 쿠키 먹은 지 2시간이 되니까 너무 배가 고프다. 그래서 칭칭에게 물 말고 다른 음료를 마셔도 되냐고 물어보니까 이런 답변이 왔다.
단호하다. 비싼 돈 주고 사서 그런지 자기는 안 하고 있어도 내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니까 저렇게 단호한 것이다. 나도 성공해서 칭칭을 기쁘게 해주고 나도 기쁜 3주 후를 맞아야 하겠지만 2시간 정도 되서 배가 고프니....칭칭 말대로 3일만 참자. 그러면 조금씩 다른 음식을 먹게 해 주겠지. (내가 설명서를 못 읽으니까 칭칭이 때가 되면 그 다음 단계를 알려준다고 했는데 지금은 일단 물만 마시는 단계.ㅠㅠ)
이제 점심용을 먹을 차례다.
앞에 있는 봉투를 보니까 과자 제목하고 웃긴 영어가 보인다. 그것 말고는 다 한문이라 한문 1도 모르는 나는 까막눈.
그래도 한 줄 영어 보고 웃고 있는 나.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래 up to me는 맞는 말이지. 어쨌든 시작했으니까 잘해보자, 정말로.
알라딘에 요즘 자주 왔더니 읽고 싶은 책이 많아서 그동안 공부 열심히 했으니 상을 주자는 마음으로 6권의 책을 주문했다.
이 책들은 최근에 친구가 된 얄라알라북사랑 님의 서재에서 보고 3권, 달밤 님 서재에서 1권, syo 님의 서재에서 1권, 그리고 레일라 님 서재에서 1권.
주문한 책이 모두 과학적인 책들!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과학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이 책들을 주문하는데 내가 벌써 막 똑똑해질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들었다. 아주 맛이 쎈 김칫국물을 마시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암튼 언제나 어떤 책을 주문하든 책을 주문한다는 것은 엔돌핀 팍팍 도는 짓이긴 한데 이번에는 너무 오랜만의 왕창 주문이라 그런지 살 떨리고 간 떨리고 막 그렇다.ㅎㅎㅎㅎㅎㅎ
그리고 간호사에 대한 책. 이제 1월 6일에 시작하는 겨울학기 (6주) 수업을 하고 봄학기 (16주) 수업을 다 하면 나도 간호대 졸업과 동시에 NCLEX 국가 고시를 볼 자격이 주어진다.
여기서 붙어야 정말 간호사가 되는 건데 학교 끝나고 보면 거의 95%는 다 붙는다고 하니까
나도 붙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이책 [처음부터 간호사가 꿈이었나요]을 읽기로 한다. 이 책은 간호사 시험에 합격한 뒤 어느 분야의 간호사를 신청할지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지금으로는 ER과 OR 간호사가 되고 싶다. 하지만 갓 간호대를 졸업한 학생이 ER이나 OR에 가는 경우는 운이 좋은 경우. 대부분 Medsurg 유닛을 거쳐야 하는 게 현실. 어쨌든 그래도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 유닛이 나와 맞는 것 같은지 책으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팍 드는 책.
책은 알라딘 US에서 $50 이상 주문하면 무료 배송인데 항공편 배송을 선택하지 않고 선편을 선택하면 10% 할인을 해준다. 나는 급하게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서 4주 배송을 선택했다. 그러고 나서 가격을 비교하니까 미국에서 이 정도 가격에 사면 감지덕지라는 생각도 든다. 어쩄든 알라딘 덕분에 미국에서도 책을 받아보겠다.
1월 1일인 오늘, 날이 새기 전인 새벽 5시에 남편, 해든이, 그리고 시어머니는 1월 1일에 하는 유명한 로즈 페레이드를 보러 떠났다. 나는 여러 번 갔었지만 시댁 식구들처럼 환장하지 않으니까 재작년부터 안 가고 침대에서 늦게까지 자기로 했다. 그런데 작년의 일기(라기 보다 5년짜리 호보니치에 적은 간단한 메모;;;)를 보니까 작년엔 아침 7시부터 일을 해야 해서 나도 5시에 일어났었더라. 하지만 올해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났다. 그래서 기분이 좋다. 예전에는 새해에 새운 결심이 일 년 내내 간다는 믿음에 1월 1일은 더 에너지 뿜뿜 거리며 안 하던 짓을 하고 일찍 일어나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런 거 믿지도 않거니와 그렇게 해봤자 작심삼일이니까 그냥 늦게 일어나고 다른 날처럼 하고 지내기로 했다. 그러니까 뭣보다 맘은 편한 새해다. 그래도 잘해보자 경자년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