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링크로스 84번지
헬렌 한프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친애하는 헬렌에게,

저는 최근 알라딘에 서재를 마련해 소소한 즐거움을 맛보고 있는
평범한 여자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책, 사실은 서간집을 만나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당신과 이국에 있는 프랭크와 그의 아내를 비롯한 그의 가족과 마크스서점의 점원들...
당신의 사진은 책 앞에 조그맣게 있어서 당신의 편지와 사진을 보면서
당신은 겉모습보다 훨씬 다정한 분이란 생각을 하면서 미소지었더랬습니다.
도일씨나 그 밖의 영국에 계신 분들의 사진은 없었기에
그분들의 편지를 통해서만 상상을 했는데 것도 즐거웠습니다.
도일씨와 부인 노라가 가족사진을 몇장 보낸걸로 아는데
그 사진들을 편지와 함께 책으로 출판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20여년동안 오간 편지는 분실된것도 있는지 내용이 중간 중간 연결이 안되는 것도 있었지만
한 사람의 삶을 보여주기엔 알맞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헬렌, 당신도 그렇지만 당신과 오랜시간 편지를 주고받은
정직하고 충실한 상대방이 없었다면 관계가 오래 지속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당신의 책이 특별한 이유도 바로 그러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겉으로 보기에 당신과 영국인들이 나눈 편지는 주문을 위한 주문서 같지만
그 속엔 당신의 외로움이 녹아있었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대학 문턱에도 가보지 않았지만 책에 대한 특별한 사랑과 취향을 가지고 있어서
당신의 이상은 누구못지 않게 높았을거란 생각을 해봤습니다.
당신이 주문한 책들을 목록을 보면서 입이 다물어 지지 않았다는 고백도 하고싶군요.
또한 이전엔 몰랐던 존던에 대해 약간이라도 알게 되어 기뻐요.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바하에 비교하면 전 무조건 신뢰를 가지고
금방 애정이 생겨나는데 당신이 존던에 대해 한
"던은 반드시 낭독해야 해요. 바흐의 푸가와 같이."란 말 말이에요.
그런데 한국에도 존던의 책을 접할 수 있는진 모르겠어요.

전 헌책을 사본적이 한번도 없지만 다른 사람에게 책을 선물할 경우
간단한 인사말과 사인을 하는데 당신이 그 행위가 바람직하다는 것 뿐 아니라
현재의 소유자에겐 가치를 높여준다는 말엔 위안이 되기까지 하더라구요.ㅎㅎ
책에 밑줄 그을때도 책을 망치는게 아닐까 염려했는데 이젠 맘놓구 밑줄도 그을라구요~.

당신의 친구들 몇도 <채링크로스 84번지>에가서 당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만났는데 정작 만나야하는 당신이 만나지 못했다는것이 안타까왔어요.
하지만 언제 당신이 친구 맥신에게 보낸 편지처럼 그곳에 가더라도
당신이 누구인지 말도 안하고 그대로 나와버렸을거란 것엔 92%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20년이면, 그래서 만났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그래요?
지금 당신은 세상에 없지만 제 편지를 보고 고개를 끄덕일거라 믿어요.
하지만 어쩌면 당신과 도일, 그리고 다른 친구들이 저세상에서 만났을거란 생각도 했어요.
분명 만났을거에요...

당신이 살던 시대엔 전쟁의 상처로 고통이 심했지만
그것과는 달리 낭만적이었다는 생각을 해요. 영화를 봐도 그렇던데요.
제가 사는 세상은 아니에요. 물질적으론 풍요로와졌을지 모르지만....
당신의 표현을 흉내내자면 '지금은 낭만이 겁탈당하는 것을 목격하는 시대를 살고 있어요.'
미니버 치버가 그랬듯이 당신이 아닌 제가 너무 늦게 태어난거에요. ㅜ.ㅜ
미니버 치버가 그랬듯이, 쿨럭 쿨럭 기침을 하면서 전 술을 마시는 대신 잠이나 잘까봐요.

어쨌거나 당신이 부럽다는 말이에요.
당신은 그래도 "살아있는 사람 중 저를 이해하는 사람은 당신뿐이랍니다."라는 말을
프랭키에게 했자나요!!!살면서 그런 고백을 할 수 있는 친구가 한명이라도 있을까요?
음~.
편지가 자꾸 우울한 방향으로 흐르는군요.
시간이 넘 늦어서 그런것 같아요.
아니면 프랭크의 "말이 너무 많은 사람은 종이위의 재주가 볼품이 없다."말이에요.
저를 두고 하는 말 같아서 뜨끔했다구요.ㅎㅎ

자꾸 헛소리를 늘어놓기전에 헤밍웨이가 인용한 존 던의 설교문 몇구절을 인용하는걸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할께요.
"어느 누구도 그 자체로서 온전한 하나의 섬은 아닐지니, 무릇 인간이란 대륙의 한 조각이요,
또한 대양의 한 부분이어라......그 누구의 죽음이라 할지라도 나를 축소시키나니,
나란 인류속에 포함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이것을 알고저 사람을 보내지는 말지어다.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하여 울리기에......."




당신의 독자,

na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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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7-01-20 05:18   좋아요 0 | URL
이 책, 영화로도 나와있다고 알고 있어요. 읽은게 엊그제 같은데 찾아보니 책은 누구 주었는지 책꽂이에도 없고 리뷰도 안 남겼군요, 이런~ ^ ^

라로 2007-01-20 22:0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언제 영화도 찾아서 함 봐야겠어요.
근데 그전에 원서로 찾아 읽고 싶어요.
그럼 더 제가 느낀 느낌들이 더 잘 다가왔을것 같아서요.
짧으니까 그런 욕심도 생기네요...근데 넘 짧지요? 그래서 별 4개를 주고 싶었다니까요~.ㅎㅎㅎ

blowup 2007-01-28 00:17   좋아요 0 | URL
아. 이렇게 멋진 편지를 쓰실 줄이야.
리뷰는 짧은 게 좋다 하시구선.(메롱~~)
근데, 이렇게 하고 싶은 말 느긋하게 늘어놓는 리뷰도 좋지 않나요?
가끔 할 말이 많은 리뷰가 있잖아요.
근데, 한번도 헌책을 사본 일이 없으시다니까.
그것도 꽤 즐거운 일이라는 걸 알려드려야겠어요.
소풍 가서 보물 찾기 하는 기분이랑 비슷해요.
헌책방에 갈 때는 '무슨 책을 사야겠다' 마음먹고 가는 게 아니거든요.
그냥 '놀러간다' 하는 맘으로 가요.
도대체 거기 무슨 책이 있는지 모르니까요.
외람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나비 님의 리뷰가 점점 풍만해지는 느낌이 들어
아주 좋답니다.
글쓰기의 재미를 느껴가는 것 같아요.
암튼 좋은 리뷰였어요.

라로 2007-02-05 17:44   좋아요 0 | URL
히힛,,,,그러게 말이에요~.
얼굴 들지 말아야 하죠~.
아니 사대문에 방을 붙여야 할 정도로 꽤씸하죵~.ㅎㅎㅎ
근데 이건 리뷰라는 생각을 안하고 편지라고 생각했어요.
뭐 그게 그거지만~.ㅎㅎ
아뭏든 좋은책이었구 나무님덕에 좋은 책두 읽구 그렇단 얘기죠~.
좋은 리뷰라시니 과분한데요, 아시고 계시겠지만
전 글을 쓰면 후루륵 써내려가고 뒤를 안돌아봐요.
하지만 좋은 글쓰기는 계속 고쳐서 완성된글을 올려야 하잖아요..
암튼 뭔 말인지 모르지만 제 글은 일회용같아요.흑
씹고 씹어서 맛이 우러나와야하는데....나무님의 글처럼...

로드무비 2007-02-11 12:48   좋아요 0 | URL
헬렌에게 쓴 편지, 참 좋군요.
그녀도 분명 반가워 했을 듯.^^

책속에 책 2007-08-07 18:0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처음 뵙네요^^ 사실은 님이 책을 방출하신다는 페이퍼를 보고 들어왔다가 너무 좋은 리뷰를 발견해서 기분 좋아서 추천과 함께 인사도 드리고 갑니다. 서평 잘 읽었습니다.

라로 2007-08-10 16:4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반가와요~.^^;;;
뒤늦게 답글을 달게되어 죄송해요...
요즘 통 리뷰엔 와보지도 않는데
우연히 님의 댓글을 봤어요.^^;;;
자주 뵐께요.